"젠더간 세대간 소통, 언론이 지켜야 할 가치죠"

김유태 2021. 10. 22.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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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한국언론학회장 김경희 한림대 교수
1988년부터 10년 '기자 밥'
한림대에서 21년 교편
"미디어 생태계 변화 빨라
조직·콘텐츠 다양성 필요
즐거운 공론장되어야"
김경희 한림대 교수는 2000년부터 학생들을 가르쳤다. 언론학 연구와 교육 외길을 걸은 지 21년, 김 교수는 이달 초 언론학 교수 1700명이 속한 한국언론학회장에 취임했다. 1959년 설립돼 63년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언론학회는 한국 언론 연구 최초·최대의 모(母)학회로 '한국언론학보' 등 영향력 큰 학술지를 발행하고 있다. 임기를 시작한 김 학회장을 지난 20일 전화로 만났다.

"한국언론학회 제48대 집행부가 집중하는 가치는 '공유, 다양성, 사회적 기여, 연속성, 행복'입니다. '다양성'에 특히 집중하고자 합니다."

미디어 생태계의 급속한 변화는 한국 언론과 언론학계의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 등장, 인공지능(AI)에 따른 연구방법론 발달 등 외적 요인도 변화의 동인이 되고 있다. 김 학회장은 이에 '미디어젠더다양위원회'를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전임 집행부에서 '성평등위윈회'를 운영했는데, 이를 성(性)에 국한하지 않고 젠더, 지역, 세대 개념으로 넓히겠다는 포부다.

"다양성은 언론사나 언론학회뿐 아니라 전 사회에서 공통적으로 수용이 요구되는 핵심 가치입니다. 이때 다양성은 남성 중심의 세계관과 서울 및 수도권 중심의 정책, 나아가 기성세대의 기득권에 대한 반감과 무관하지 않을 거예요. 미디어젠더다양성위원회는 여성, 비(非)서울, 밀레니얼 세대 중심의 연구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김 학회장이 생각하는 미디어 생태계의 다양성은 다시 '조직의 다양성'과 '콘텐츠의 다양성'으로 양분된다. "언론사 내 조직원의 사회문화 배경의 다양성은 한 사회의 바로미터일 수 있습니다. 영국 BBC는 '다양성·포용성 플랜'을 매년 발표하고 있는데 참고할 만해요. 또 미디어가 생산하는 콘텐츠 측면에서 보자면 예능 프로나 토크쇼에선 남성 출연진이 여성보다 7대3 비율로 많죠. 그런 부분을 살펴볼 생각이에요."

급변하는 언론 환경으로 언론사가 체감하는 위기감은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진실을 보도하고자 공들여 작성한 기사가 진영 논리에 따라 가짜 뉴스로 매도되고, 언론사가 생산한 콘텐츠가 선동하는 유튜버들에 의해 왜곡돼 소비된다. 김 학회장은 "언론이 자성해야 할 부분도 있지만 '언론이 없으면 민주주의도 없다'는 사실을 우리가 쉽게 잊는 것도 문제"라고 힘줘 말했다. "좋지 않은 기사만 부각돼다 보니 많은 독자와 시청자들이 언론에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된다고 봅니다. 하지만 언론이 있어야 민주주의가 있죠. '이달의 기자상' 심사를 해보면 신문에는 정말 좋은 기사들이 많은데 제대로 읽히지 못한 채 쉽게 사라지곤 합니다. 포털 사이트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정규 배치하는 등 대안을 마련하는 방법을 찾고자 합니다."

김 학회장은 1988년 중앙일보에 입사해 1997년 학교로 돌아가기까지 꼭 10년간 '기자 밥'을 먹은 전직 기자다. "언론학은 학문과 현장이 함께 어우러지는 분야예요. 사실 어느 분야든 학자는 일선 현장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고, 현장 실무자는 학계를 불신하기도 하잖아요. 기자 출신 학회장으로서 그 틀을 깨보고 싶어요."

연구서 '뉴스 안과 밖의 여성'을 이화여대출판부에서 2017년 출간하기도 한 김 학회장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저널리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성주의 저널리즘은 단지 여성만을 위한 언론관이 아니라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는 전제를 내재한 저널리즘이에요."

한국언론학회장 임기는 내년 10월까지 1년이다. 그는 "학회장으로서 내 꿈은 소박하다. 한국언론학회 회원들이 행복하게 연구하고 즐겁게 토론하는 장을 만들어낸 학회장으로 기억되고 싶다"며 웃었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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