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류인이 만든 '고깃덩어리'가 놀라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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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절한 천재 조각가"로 불리는 류인의 인체형상 조각이 보는 이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이유는 뭘까.
조각가 류인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세미나가 22일 전남 여수시청 문화홀에서 지역의 문화예술인과 예술에 관심 있는 시민이 모인 가운데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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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정적 표현, 여순사건 참혹함 떠올라"
"요절한 천재 조각가"로 불리는 류인의 인체형상 조각이 보는 이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이유는 뭘까.
조각가 류인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세미나가 22일 전남 여수시청 문화홀에서 지역의 문화예술인과 예술에 관심 있는 시민이 모인 가운데 열렸다.
이번 세미나는 지난 15년간 손상기 화가를 기념해온 손상기기념사업회가 지역의 문화적 풍요와 여수라는 같은 연고를 가진 조각가 류인을 조명하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됐다.
특히 류인의 유가족은 최근 고인의 유작 70여 점 일체를 여수에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어 이번 세미나의 의미를 더했다.
화가 이중섭과 추사 김정희 평전으로 유명한 미술사학자 최열 작가는 먼저 류인이 여수가 배출한 화가 류경채의 아들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류인은 여수 가문이 배출한 조각가"라고 밝혔다.
최 작가는 이어 "류인은 김복진, 권진규를 계승하면서도 20세기 황폐한 시절의 인간상을 가장 절실하고 가장 격정적으로 형상화했다"며 "류인은 왜 그런 작품을 쏟아냈을까. 그리고 그렇게 빠르게 이 세상을 등졌을까. 이 질문에 마주치면 나는 여지없이 그 참혹한 여순사건을 떠올린다"며 "그에게 내면화된 역사가 있는 것은 아닐까"라고 말했다.
류인의 작품에 대해 최 작가는 "류인은 자신의 작품을 가리켜 '바로 이 고깃덩어리'라고 표현했다"며 "비참함을 넘어서는 이 혐오스런 낱말이야말로 20세기 인류가 겪어야했던 비극을 고스란히 드러낸다"고 말했다.
최 작가는 또 "1988년 작품 '지각의 주(柱)'는 비참과 황홀, 고통과 아름다움이 하나로 덩어리진 혼돈의 세계"라며 "굴레와도 같은 기둥을 뚫고 하늘로 솟아오르는 육체의 위대한 임이 보기에도 황활한 것은 고통스런 굴레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 작가는 "류인의 작품세계가 지닌 비참함, 저 깊은 곳에서 내뿜고 있는 황홀함이야말로 아름다움의 뿌리라고 생각한다"며 "작품과 마주치는 순간 빠져드는 악몽같은 전율이 어느덧 살떨리는 환희로 전환되는 과정을 즐기고 있으면 내가 마치 마법사의 주술에 걸려든 순박한 소년이 된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2020여수국제미술제 예술감독을 역임한 미술사학자 조은정 고려대 교수는 '시대의 상징, 류인의 조각언어'라는 주제로 류인의 작품을 입체적으로 분석했다.
조 교수는 "류인의 작품은 인간 마음 속 깊이에 도사린 영웅성과 비겁함, 자신감과 좌절감 같은 어느 한쪽의 성향이라 인정하기는 미흡하다"며 "그래서 상처가 되어버린 인간 본연의 성정과 마주하게 하는 힘이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근육을 통해 긴장과 이완의 폭발적 상황인 바르크적인 감각, 파토스적인 면모를 정교하게 구현했기 때문에 류인의 작품은 신체로서 강렬한 인상을 준다"며 "류인이 보여주는 인체는 흔히 왜곡과 과장이 이르는 신화적 세계관이 아니라 일상의 삶, 정치적 현실의 현대사와 같은 현상을 반추하게 한다"고 평가했다.
류인은 한국예술원 회장을 역임하고, 제1회 국전 대통령상을 수상한 여수 돌산 출신 서양화가류경채의 막내 아들로 1956년 서울에서 출생했다.
류인은 홍익대 미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1993, 문화체육부), 한국미술평론가협회선정 우수작가상 수상(1996) 등을 수상하며 국내 구상조각 대표 작가로 치열하게 활동하다 간경화 악화로 향년 43세로 타계했다.
전남CBS 최창민 기자 ccmi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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