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 '스타워즈'서 끄집어낸 뉴턴법칙..일상에서 술술 풀어주는 물리학

이용익 2021. 10. 22.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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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 박권 지음 / 동아시아 펴냄 / 1만7500원
1965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세계적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먼은 "모든 과학적 지식이 사라지고 단 한 문장만을 다음 세대에게 전달할 수 있다면 가장 적은 낱말로 가장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는 문장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양자역학"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입자들의 동역학을 기술하는 물리 이론으로 세상의 불확정성과 불연속성, 불완전성에 대해서까지 설명하기 위해서는 모든 것이 서로 밀고 당기는 원자로 이뤄져 있다는 내용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원자로 이뤄져 있는지, 그 원자들은 변할지 변하지 않을지…. 이에 뒤따르는 수많은 질문들은 또다시 과학을 넘어 애초에 우리는 왜 존재하는지 묻는 철학과도 연결된다. 한 가지 학문만 해도 어려울 판에 물리학과 철학의 결합이라니 머리가 아파오는 순간이다. 하지만 고등과학원 교수이자 세계적인 이론물리학자이기도 한 저자 박권은 자신의 폭넓은 지식 세계를 충분히 활용해 다체 양자론을 배경으로 일반 과학, 철학, 다양한 영화와 개인적 일화를 한곳에 유려하게 묶는 작업을 해낸다. 크고 복잡한 철학적 질문을 사소하고 구체적인 질문으로 풀어서 대체하는 과정이야말로 곧 현대 과학이 진전해 온 과정이라는 사실을 종이 위 활자로 보여주는 셈이다.

물리학에 대한 세계적인 권위자가 풍부한 인문학적인 지식까지 가지고 한글로 책을 써냈다는 것은 물리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일반 한국인 독자에게는 희소식이다.

그는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를 묻는 영화 '봄날은 간다'의 주인공 상우의 모습에서 불변의 개념과 법칙들을 이끌어내고, 영화 '캐스트 어웨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인 순간 인간에게 자유 의지가 존재하는지 설명한다. "포스가 함께하길 바란다(May the force be with you)"는 영화 '스타워즈'의 명대사에서 뉴턴의 운동 법칙을 이끌어내며, 소행성 B-612에 핀 장미를 특별한 존재로 사랑하는 '어린 왕자'의 모습에서 보편적인 물리법칙에 의해 구성되는 물질을 떠올린다.

결국 이 책은 모든 것이 어떻게, 그리고 왜 존재하는지에 대한 논증이다. 책장을 넘기다가 익숙하지 않은 물리 공식들이 등장할 때는 살짝 움츠러드는 어깨를 어찌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도 '왜(why)'가 아닌 '어떻게(how)'를 묻는 과학의 존재가 인류의 다양한 의문을 해결하는 과정을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어떻게를 묻는 일이 결국에는 왜인지 알 수 있도록 돕는 길로 이끈다는 저자의 말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해준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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