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미, 인도·태평양 리더 역할 하려면 군사적 견제 아닌 집단 안전보장 추구해야"
[경향신문]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은 22일 “미국이 인도·태평양 역내 리더십을 유지하려면 군사가 아닌 집단 안보 시스템을 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주도하는 ‘쿼드’(Quad·미국·일본·인도·호주 4개국 협의체)나 미국·영국·호주의 안보동맹 ‘오커스’(AUKUS)가 중국을 군사적으로 견제하는 데 치중돼 있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문 이사장은 이날 서울대 국제학연구소가 주최한 ‘동아시아 와이즈맨 라운드테이블(동아시아 현인 원탁회의)’ 토론회에서 “쿼드나 오커스가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구상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하지만, 결국 중국이 타깃이다. 중국의 확장을 막고 공동의 적인 중국에 대응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문 이사장은 이어 “유엔 헌장은 어떤 국가도 적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쿼드나 오커스는 미국의 기치하에 생각이 비슷한 나라들이 모인 배타적 협의체”라며 미·중은 물론 러시아, 북한까지 아우르는 동아시아 역내 집단 안보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문 이사장은 구체적으로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와 같은 다자적 안보 협의체를 만들거나, 북핵 문제 논의를 위한 6자회담을 현 차관보 급에서 정상회의로 격상하는 방안을 언급했다.
이날 토론회는 한국(동아시아재단), 미국(애틀랜틱 카운슬), 일본(나카소네 평화연구소), 중국(칭화대 국제안보전략센터) 4개국 외교안보 싱크탱크가 미·중 갈등과 동아시아의 미래를 주제로 논의한 결과물을 담은 최종보고서를 발표하는 자리였다. 보고서는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미·중 충돌 완화를 위한 여러 제안을 담았지만, 토론회에 참석한 미국과 중국 학자들은 오커스나 미국의 대중국 정책을 놓고 견해차를 드러내기도 했다.
베리 페이블 애틀랜틱 카운슬 부회장은 “오커스는 호주가 중국으로부터 오는 군사적 위협과 강압적 활동을 감지했기 때문에 만들어졌다”며 “공통된 가치와 이해관계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국가들이 공동으로 안보·군사적 노력을 할 자유가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다웨이 칭화대 교수는 “중국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역내 국가들이 미국과 파트너십을 이루는 것은 문제 없다”면서도 “미국의 아시아 동맹국, 특히 일부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회원국들은 군사 분야가 초점인 오커스를 불편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미·중 갈등 최전선에 놓인 동아시아 지역에서 다자 협의체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사회를 맡은 김성환 동아시아재단 이사장은 “미국과 중국은 지금보다 더 대화를 해야 한다”며 “다자 메커니즘을 통해 정치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미·중 전략 경쟁의 부작용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후지사키 이치로 나카소네 평화연구소장은 “미·중 관계가 지나치게 적대적 관계로 기울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아세안 10개 회원국과 한·미·중·일·러 등이 참여하는 동아시아정상회의(EAS)를 적극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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