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 동물은 언제부터 인간의 식재료가 된걸까
스웨덴 수의사 리나 구스타브손의 저서 '아무도 존중하지 않는 동물들에 관하여'는 "인간과 동물의 평화로운 공존은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구스타브손은 동물의 더 나은 삶을 바라는 마음으로 수의학을 전공해 동물병원에서 근무했지만, 고통받는 동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도축장 근무를 지원한다. 그는 돼지, 소, 닭을 도축하는 과정에서 마주한 참혹한 장면을 일기에 남겼다.
"(병든) 돼지 이마에 볼트총을 대고 방아쇠를 당기자 녀석의 몸이 뻣뻣해지다가 털썩 쓰러진다. 경련으로 움찔대며 이리저리 뒤치지만 몸을 일으키진 못한다. 돼지의 온몸이 자기 피로 범벅이다."
내부자 시선으로 도축장의 실상을 가감 없이 해부한 이 기록은 우리가 마주하고 싶지 않은 인간 심연의 잔인함을 정조준한다. 칼로 찌르는 것도 잔인하지만, 죽어가는 모습을 묵묵히 바라보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잔인하다. 개별적인 죽음엔 죄책감이 일지만, 시스템적인 도축은 그 죄책감을 가볍게 날려버린다. 책을 읽다 보면 한 번도 본 적 없는 도축장의 생생한 모습이 눈앞에 펼쳐져 참담하고 구역질이 인다.
저자는 동물이 인간의 식재료이기에 앞서 우리와 똑같이 생명을 지닌 존재가 아니냐고 묻는다. 이 질문에 "동물보호 시민운동가 같은 과도한 감정이입"이라며 힐난하는 마음이 일더라도 일단 이 책을 끝까지 읽어보자. 이후 같은 질문에 입술을 떼는 데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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