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 생각하지 않는 자, 어른이 될 수 없다
참가자들은 먼저 '글로벌 인재'라는 단어가 과연 무엇인가에 의문을 던졌다. 2개 그룹으로 진행된 토론에서 1번 그룹에서는 '영어로 업무가 가능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세계적 수준의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인간을 글로벌 인재라고 해석했다. 한편 2번 그룹에서는 종교학자인 쓰루오카 요시오의 '글로벌은 닫혀 있는 단어'라는 말을 두고 글로벌이 '지구(globe)'를 상정하는 측면에서 외부적 요소가 생략된 폐쇄적인 개념이라는 이례적인 지적으로 토론을 이어갔다.
단어에 대한 인상도 토론을 구성하는 요소다. 학생 C는 "인재의 '재(材)'가 사람을 재료로 취급하는 인상을 준다"며 위화감을 드러냈다. 학생 B도 "인재에는 인간을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존재가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선'이 느껴진다"며 학생 C의 말에 동의했다.
이 수업을 기획한 이시이 요지로와 후지가키 유코는 각각 문학연구자와 과학사회학자로 학생들의 토론을 지켜보며 분석하고 평가한 교양 수업의 기록을 '어른의 조건'에 담았다. 책 속에서 학생들은 글로벌 인재에 대한 문제를 비롯해 '표절은 부정인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일본 고유의 문제인가' '진리는 하나인가' 등 강의마다 쉽게 답할 수 없는 질문을 주제로 정하고 자신의 생각을 발전시켜 나가며 어른이 되는 교육을 받는다.
'어른의 조건'은 나이가 든다고 자연스럽게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독자에게 일깨워주는 책이다. 이 책은 스스로 생각하고 의견을 내는 법과 타인의 관점을 통해 사고를 확장하는 법, 정답 없는 질문 속에서 자신만의 해답을 도출하는 법 등을 경험적으로 아는 사람이 어른이라고 말한다. 생각의 근육을 단련해 현재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야만 어른이 된다고 말한다. 단순히 사람의 외형이나 태도만을 보고 어른인지를 판단할 수는 없고, 나름대로의 훈련을 거쳐 전문가이면서 교양인이 되어야만 어른이라는 점을 독자에게 전하고 있다.
책은 독자가 읽는 행위를 통해 적극적으로 책 속 수업에 참여하기를 요구한다. 본문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소개되는 '이 책의 구성과 활용 방법'에서 저자들의 수업 운영방식을 이해하고 수강생들과 함께 주어진 문제를 고민하도록 구성한 것도 독자의 능동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의도가 담겼다.
주제마다 문제 제기, 논점, 논의의 기록, 논의를 돌아보며 등 4가지 순서로 구성된 책의 흐름을 따라 독자가 독서하는 것만으로 수강생과 동일하게 문제를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같은 교양 교육은 개개인이 주제에 전문성을 가졌을 때 큰 빛을 발할 수 있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도 대학교 1~2학년 때 일반교양을 거쳐 전공심화 수업을 듣게 되며 더 이상 교양 수업은 배우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사람이 오랫동안 생명을 이어가고 그 기간이 점차 늘어나는 상황에서 교양 수업이 심화 수업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들의 주장이다. 심화 수업을 통해 특정한 주관을 확립해야 자신의 생각을 가질 수 있고, 이를 통해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진정한 논의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생각이 없는 사람이 타인과 생각을 교환하는 방법을 배울 수 없다는 도발적인 표현으로 저자들은 후기 교양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일정한 지(知)를 가진 개인들이 그것을 바탕으로 생각하는 방법과 적절한 언어로 의견을 내는 방법, 논의를 이어가는 방법을 후기 교양 교육을 통해 배워야만 전문가가 될 수 있고 진정한 어른인 '교양인'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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