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헝다그룹 채무불이행 위기 넘겨..급한불 껐지만 전망은 불투명
[경향신문]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직면한 중국 부동산개발업체 헝다(恒大·에버그란데)그룹이 오는 23일 지급 유예기간이 만료되는 달러화 채권 이자를 상환했다. 일단 첫 번째 디폴트 위기는 모면하게 됐지만 유동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헝다그룹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나온다.
중국 관영 증권시보는 헝다그룹이 지난 21일 달러화 채권 이자 8350만달러(약 984억원)를 수탁기관인 시티은행에 보냈다고 22일 보도했다. 로이터통신도 이날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헝다그룹의 달러 채권을 보유한 투자자들은 이자 지급 마지노선인 23일 이전에 채권 이자를 지급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헝다그룹으로서는 당장 눈 앞에 닥친 위기는 해결한 셈이다. 헝다그룹은 당초 지난달 23일까지 8350만달러의 달러화 채권 이자를 지급했어야 하지만 채무를 해결하지 못했다. 채권 계약에 따라 30일간의 유예기간이 주어지고, 이 기간이 만료되는 오는 23일까지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면 디폴트가 선언되는 상황이었다. 이럴 경우 192억달러(약 22조6000억원)에 이르는 전체 달러화 채권에 대한 연쇄 디폴트가 발생하고, 헝다그룹이 끝내 파산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많았다.
로이터통신은 “비록 헝다가 상환해야 할 다른 빚이 있지만 이자 지급 소식은 투자자와 규제 당국에 안도감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 일부 헝다 채권 보유자들을 대리하는 홍콩의 한 변호사도 “헝다가 단기간 내의 디폴트를 피하려는 것으로 보이며, 계속 자금을 찾아내고 있다는 것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오는 29일과 다음달 11일 곧바로 또 다른 달러화 채권 이자의 지급 유예기간이 만료되고 올해 추가로 갚아야 할 채권 이자도 4건이 더 남아 있어 아직 상황을 낙관하긴 이르다는 시각이 많다. 헝다그룹은 당장 급한 불을 끄기 위해 계열사인 헝다물업 지분 50.1%를 다른 부동산개발업체에 팔아 200억홍콩달러(약 3조200억원) 정도의 자금을 마련하려 했지만 이 마저도 불발된 상황이다.
홍콩의 투자분석가인 트래비스 런디는 “헝다가 이번에 이자를 지급하고 6일 뒤 이자를 내지 못하면 소용없는 일이 되기 때문에 29일 만기되는 이자도 지급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현금 흐름의 어려움을 고려할 때 그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그것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말했다. 투자은행 코어퍼시픽 야마미치 리서치 부문장인 캐스터 팡도 “헝다의 채무불이행 위기가 곧 또 다가오고 여전히 많은 부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시장은 관망세에 있다”며 “유동성이 너무 나빠 다른 빚을 갚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헝다그룹은 중국에서 두 번째로 큰 부동산개발업체다. 정부의 부동산 시장 규제 등으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이 회사가 디폴트에 직면할 경우 전체 부동산 시장과 금융 시장에 미칠 영향도 적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헝다 사태가 개별 기업의 문제일 뿐이라며 위험 통제가 가능하고 중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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