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적출 안하고, 남성 성기 없어도 남성"..법원, 성전환 허가

양은경 기자 입력 2021. 10. 22. 16:34 수정 2021. 10. 22.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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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성전환자에 생식능력을 제거하거나 성기 성형수술을 하지 않더라도 성별 정정을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자궁적출 등이 성별정정의 필수 요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수원가정법원 가사항고 2부는 지난 13일 20대 성전환자 A씨의 성별을 여성에서 남성으로 정정하는 것을 허가했다고 22일 밝혔다.

2000년 여성으로 태어난 A씨는 중학교 3학년 무렵부터 자신을 남성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는 2018년 성전환증 진단을 받아 남성호르몬 요법을 시작했고, 양측 유방절제술을 받았다. 남성으로 생활하던 그는 이듬해 12월 법원에 자신의 성별을 여성에서 남성으로 바꿔 달라는 가족관계등록부 정정 신청을 냈다.

지난해 4월 1심은 “성전환을 위한 의료적 조치 중 양측 유방절제술 등은 받았으나 자궁 난소 적출술 들은 받지 않아 여성으로서의 신체적 요소를 지니고 있다”며 A씨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항고심인 수원가정법원 가사항고 2부는 다르게 판단했다. 항고심은 “자궁적출술과 같은 생식능력의 비가역적인 제거를 요구하는 것은 성적 정체성을 인정받기 위해 신체의 온전성을 손상토록 강제하는 것으로서 자기결정권과 인격권, 신체를 훼손당하지 않을 권리를 지나치게 제약하는 결과가 된다”며 성별정정을 허가했다.

그러면서 “신청인은 남성화된 현재 모습에 대한 만족도가 분명해 여성으로서의 재전환을 희망할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면서 “여성으로서의 생식능력을 완전히 상실했다고 보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성으로서의 전환이 신분 관계의 안정성을 해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작년 2월 대법원은 성별정정신청과 관련한 사무처리지침을 개정했다. 외부 성기의 형성 여부나 생식 능력의 상실 및 재전환 가능성을 성별 정정의 ‘조사사항’에서 ‘참고사항’으로 바꾼 것이다. 이는 성별전환을 위해 수술을 필수적으로 요구하는 조치가 인권침해적 요소가 있다는 국가인권위 권고에 따른 것이다.

그에 따라 지난 9월 인천가정법원에서도 A씨와 유사한 사례에서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별정정을 허가하는 등 관련 결정이 나오고 있다.

A씨의 소송을 대리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은 “그동안 대부분의 법원들은 사회 통념을 들어 별 고민 없이 성별정정 요건으로 성전환수술을 필수적으로 요구해 왔다”며 “이번 결정은 트랜스젠더의 자기 결정권, 인격권, 신체를 훼손당하지 않을 권리 측면에서 재판부가 고민을 했다는 점이 의미가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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