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내괴롭힘 호소하다 생 마감한 해경..유족 "가해자는 경고만"

손연우 기자 2021. 10. 22.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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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으로 동생이 목숨을 끊었는데, 가해자는 처벌을 받지 않았습니다. 대한민국에 정의는 존재하는 걸까요."

업무 소외 등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경남 통영해양경찰서 소속 A경장의 형 B씨(30대)의 말이다.

A경장의 형 B씨는 "부당한 업무지시로 인해 힘들어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부당한 업무지시를 한 사람은 죄가 없다는 게 말이 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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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식구 감싸기식 감찰, 사건 덮기에 급급"
해경 "징계 해당 비위 사실 확인되지 않아"
직장내 괴롭힘을 호소하던 통영해경 A경장이 2월 25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가족 제공) © 뉴스1

(부산=뉴스1) 손연우 기자 = "직장 내 괴롭힘으로 동생이 목숨을 끊었는데, 가해자는 처벌을 받지 않았습니다. 대한민국에 정의는 존재하는 걸까요."

업무 소외 등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경남 통영해양경찰서 소속 A경장의 형 B씨(30대)의 말이다.

B씨는 22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경찰에서 직장내괴롭힘으로 결론 내린 사건을 해경에서는 가해자에 대해 징계에 해당하지 않는 단순 경고 처분만 내렸다"며 "제 식구 감싸기식 감찰로 사건을 덮기에만 급급한 모습이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해경은 가족을 잃은 아픔으로 힘들어하는 유족을 두 번 죽였다"며 "정말 가슴 찢어지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털어놨다.

A경장은 통영해경 본서로 근무지를 옮긴 뒤 17일 만인 지난 2월 25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A경장은 근무 내내 청소나 커피타기, 쓰레기통 비우기 등 허드렛일을 하면서 업무에서 소외됐다. 상사(경감)의 지시에 따라 전임자가 계속해서 합동근무를 하면서 사건 접수 등 고유업무는 전임자 등이 처리하게 된 것이다.

유족에 따르면 A씨는 몸무게가 4㎏ 이상 빠지는 등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다 부임 10일째인 2월 18일 우울증 증세를 보여 병원 치료를 받기도 했다.

당시 사건을 수사했던 통영경찰은 A경장과 전임자의 합동근무 방식은 매우 이례적이며 통상적인 관례가고 볼 수 없고, 업무를 지시한 상사의 편의를 위한 근거없는 자의적 근무지시로 판단했다.

또 부적절한 합동근무로 A경장은 사실상 업무에서 소외돼 스스로 할 수 있는 업무는 단순 잡무 밖에 없었고, 그 과정에서 존재감 상실의 감정과 자존감 저하등 우울한 감정이 악화한 것으로 봤다.

지난 3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청원글.(청와대국민청원게시판 캡쳐)© 뉴스1

그러나 A경장의 상사에 대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는 없다고 판단, 경찰은 지난 7월 수사를 종결했다.

이후 유족은 지난 8월 2일 해경측에 조사를 의뢰했지만, 남해지방해양경찰청은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볼 수 있는 비위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10월 15일자로 사건을 종결시켰다.

남해해경청 관계자는 "경찰의 수사 결과 상사(경감)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가 없고, 해경 자체 감찰조사 결과에서도 징계 사유에 해당하는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경장의 사망원인은 업무인수인계 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가 있었고, 그로 인해 우울증이 악화한 것"이라며 "상사가 A경장 사망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 것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징계사유가 없는데 무리하게 징계를 내릴 수는 없다"며 "다만 재발 방지 차원에서 A경장의 상사에게 감찰 처분(경고)을 내리고, 10월 18일자로 인사조처했다"고 설명했다.

유족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A경장의 형 B씨는 "부당한 업무지시로 인해 힘들어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부당한 업무지시를 한 사람은 죄가 없다는 게 말이 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B씨는 "해경은 징계를 차일피일 미루다 인사철에 와서야 단순 경고로 종결지었다"며 "지금이라도 가해자에 대한 정당한 처벌이 내려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한편 A경장은 여자친구와 올해 결혼을 약속했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예비신부는 지난 3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청원글을 통해 "얼마 전까지 고인과 행복한 가정을 꿈꾸며 미래를 약속했었다"며 "고인은 자기 몸보다 국민의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책임감 강하고 성실한 해양경찰관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직장 내 지독한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2월24일 저와의 마지막 통화를 끝으로 영원히 제곁을 떠났다"며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담당기관의 철저한 조사와 진상규명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호소했다.

syw534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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