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으로 막대한 이득 챙겨"..넷플릭스 때린 국회 [조미현의 국회 삐뚤게 보기]

조미현 2021. 10. 22.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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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부 종합감사에서 넷플릭스의 '독점 저작권' 문제가 제기됐습니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징어게임' 콘텐츠와 관련해 저작권을 모두 넷플릭스가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막대한 이득을 취득했다"며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 수 있지만 저작권 독점으로 인해 취하는 엄청난 이득은 불합리하다는 의견이 많다"라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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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의 한 장면. 사진=넷플릭스


지난 21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부 종합감사에서 넷플릭스의 '독점 저작권' 문제가 제기됐습니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징어게임' 콘텐츠와 관련해 저작권을 모두 넷플릭스가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막대한 이득을 취득했다"며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 수 있지만 저작권 독점으로 인해 취하는 엄청난 이득은 불합리하다는 의견이 많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김 의원은 앞서 보도자료를 통해 "(제작비 200억원) 투자 대비 넷플릭스의 경제적 이익이 약 1166배로 추정되는 데 제작사에 돌아가는 수입은 220억~240억원"이라며 "넷플릭스가 저작권을 독점해 국내 제작사의 직접적인 인센티브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해외 온라인동영상플랫폼(OTT)이 국내 콘텐츠 판로 확장에 도움이 되지만, 2차 저작권을 독점해 국내 제작사들이 하청기지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고도 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선거 후보 역시 "넷플릭스는 제작비를 충분히 보장하든 대신 저작권을 독점해 스핀오프, 리메이크 등 창작자의 추가 수익 창출 기회를 제한한다"며 "세계적인 흥행에도 제작진이 별도의 인센티브를 받을 수 없었던 이유"라고 비판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넷플릭스가 오징어게임 덕에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는 단편적인 사실만 두고 '상생'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아니었다면 오징어게임이 이 정도로 성공을 거뒀을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넷플릭스는 전 세계 2억명이 넘는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는데다 더빙 자막 등 투자를 통해 한국어 콘텐츠라는 한계를 뛰어넘도록 했습니다. 

더구나 오징어게임을 통해 창작자들이 얻은 이익은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제작비뿐만 아닐 겁니다. 황동혁 감독은 오징어게임 시즌2 제작을 확정했고, 배우 이정재 씨는 미국 고담어워즈 후보에 올라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습니다. 

오징어게임 흥행에 힘입어 넷플릭스에서는 갯마을 차차차, 마이 네임, 연모 등 한국 드라마가 인기 콘텐츠 톱10에 4개나 올랐습니다. 

자료=플릭스패트롤


중요한 건 오징어게임이 이렇게 사랑받지 못했다면 넷플릭스는 200억원의 제작비를 허공에 날릴 수도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한국어 콘텐츠의 성공 여부가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파격적인 투자를 진행한 넷플릭스가 엄청난 수익을 얻은 것을 두고 비난하기가 쉽지 않은 이유입니다. 

한국 콘텐츠가 이렇게 위상이 높아지면 디즈니플러스, 애플 등 글로벌 OTT 업체의 경쟁이 치열해져 자연스럽게 창작자들이 얻는 수익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후보나 김 의원의 주장이 걱정스러운 건 '을'인 창작자의 이익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민간 OTT 기업과 창작자의 사적 계약에 각종 의무와 규제가 추진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면 해외 OTT 기업의 한국 콘텐츠에 대한 투자 기회를 위축시킬 수도 있습니다. 

국감에 출석한 넷플릭스 관계자는 "저작권 독점 계약과 관련해 일부에서 우려가 있는 것은 잘 알고 있다"면서도 "오징어게임처럼 기획 단계부터 투자를 결정하는 경우에는 흥행 리스크 부담을 우리가 전적으로 안고 가는 것이며 마케팅, 자막 등 완성된 콘텐츠를 흥행시키기 위해 많은 비용을 부담하고 있어 이 부분이 고려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호소했습니다. 

오징어게임의 성공 요인은 다양하겠지만, 언어 장벽을 뛰어 넘어 콘텐츠만으로 승부를 볼 수 있는 경쟁 환경과 자유로운 창작 시스템 등을 꼽을 수 있을 겁니다. 정치권이 시장과 산업에서 창출되는 부가가치를 두고 '이익 나누기'에만 몰두하지 않고, 이를 더 확대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 집중했으면 합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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