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환승연애', 'X'라는 존재가 특별했던 이유

황소영 기자 2021. 10. 22. 14:4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환승연애' 이진주 PD
첫 연애 리얼리티 도전에 소위 '대박'을 터뜨렸다. 티빙 오리지널 '환승연애' 이진주 PD는 CJ ENM PD 공채 1기 출신이다. '꽃보다 할배' 막내 PD로 시작해 '꽃보다 청춘 아프리카'로 메인 연출에 입봉했다. 이후 '윤식당' '삼시세끼 고창편'을 거쳐 '환승연애'를 만나 꽃피웠다.

지난 1일 종영된 '환승연애'는 다양한 이유로 이별한 커플들이 모여 지나간 사랑을 되짚고 새로운 사랑을 찾아가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관찰 카메라 형식으로 멜로 라인의 감정선에 집중해 거부감을 덜어냈고, 전 연인을 서로 탓하고 폄하하는 모습 등을 빼 빠져들 수밖에 없는 '과몰입 예능'으로 뜨거운 지지를 받았다.

티빙 효자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공개 한 달 만에 풀버전을 포함한 43개의 클립에서 누적 조회수 1052만 4867회를 돌파했다. 유튜브와 네이버TV에 공개된 클립 영상의 누적 조회수는 2000만 뷰를 넘겼다. 월간 활성화 이용자가 지난 8월 전월 334만 명 대비 9% 이상 성장했다. '환승연애' 효과였다. 이 PD는 "시청자들의 이해를 받지 못할까 걱정했는데 다행이다 싶다"라고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프로그램과 작별을 실감하고 있나.

"너무 좋은 출연자들과 패널들을 만나 재밌게 프로그램을 만들었던 것 같다. 프로그램 성과나 이런 것도 좋지만 제작진끼리 '재밌는 꿈을 꾼 것 같다'라는 얘길 나눌 정도로 재밌었다. 보여주지 못한 건 없는 것 같다. 함께한 출연자들이 비연예인이다 보니 시즌2를 함께할 수 없지 않나. 이분들과의 이야기는 여기까지란 의미에서 떠나보내기 아쉬웠다."

-출연자들의 후기는 없었나.

"담당 작가들을 통해 예쁘게 만들어줘서 고맙다, 젊은 날 좋은 추억을 만들어줘 고맙다는 얘길 많이 했다고 하더라."

-스페셜 방송은 없었다.

"촬영 종료가 지난 5월 31일이었다. 그 후로 정말 많은 시간이 지나지 않았나. 이들 입장도 많이 달라졌을 것 같아 스페셜 방송은 생각하지 못했다. 근데 다들 정말 친하게 잘 지내는 걸로 알고 있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가장 기분 좋았던 순간은.

"존경하는 선배님들이 '재밌다'라는 연락을 자주 줘서 좋았다. 이외에도 여러 지표들이 오는데 시청 지속 시간 이런 지표 결과들도 좋아 '이게 집중력 있는 콘텐츠인가 보다'란 생각이 들어 뿌듯했다."

-어떤 점에 집중하며 연출했나.

"분량이 폭발하더라도 한 회차 안에 모두 넣어야 한다고 생각한 부분은 꼭 넣었다. 예를 들어 데이트하고 돌아와서 채팅하고 지목 데이트를 진행한 날 이야기가 분리되면 시청자들이 지목 데이트를 취소한 보현 씨, 취소당한 민재 씨의 상황 자체를 이해하기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꼭 그 회차에서 끝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구성했다."

'환승연애' 출연진
-비연예인과의 작업이다 보니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았을 것 같다.

"연예인들은 적당히 수위 조절하며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피드백에 대한 것도 스스로 받아들이는 방식이 있는데, 비연예인들은 카메라 앞에서 진솔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 수위조절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려웠고, 대중에 노출이 된 이후 좋은 말도 많지만 그 말과 함께 악플도 따라오게 된다는 걸 알아도 실제 상황으로 닥쳐오면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편집하며 가장 신경 쓰였던 부분이었다."

-그래도 여타 연애 리얼리티와 달리 출연자의 논란 없이 끝났다.

"면밀하게 보기 위해 담당 작가와 출연자가 최소 세 번 이상의 만남을 가졌다.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었다. 약간 의심되는 게 있으면 'X'한테 많이 물어봤다. 서로 워낙 잘 아니까 얘기를 듣고 판단할 수 있어 좋았다."

-시즌2를 할 때 개선해야겠다고 생각한 지점이 있나.

"후반 작업할 때 너무 힘들어서 분량을 조절해야겠더라. 분량이 늘어나면 그만큼 제작진의 공력이 배로 든다. 모두 연애 리얼리티가 처음이라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메기 커플'이었던 혜임, 상우의 늦은 합류가 아쉬웠다.

"메기의 합류가 'X' 공개랑 맞물려 있었는데 X 공개가 늦어지면서 투입 시점이 애매하게 됐다. 출연자들이 X 공개 일정을 늦추길 원했다. 누군가에게 호감을 표현할 때 X를 알게 되면 아무래도 제한이 되고 신경 쓰이는 존재가 생기는 것이지 않나. X의 존재를 숨기는 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생각보다 재밌어하는 걸 보면서 시즌2를 준비할 때 이 점을 좀 더 염두해 구성하려고 한다."

-출연자 섭외가 어렵지는 않았나.

"헤어진 사람들이니까 섭외 자체가 쉽지는 않다. 근데 섭외를 하면서 느낀 건 좋게 헤어진 분들은 그게 약간 이별의 습관인 것 같더라. 특별히 상대방이 엄청난 잘못을 하지 않는 한 좋게 헤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의 콘셉트에 동의한 분들이라면 그들 사이에서 X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콘셉트 자체를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마라 맛이 느껴지면서도 한 편의 멜로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훨씬 더 자극적인 프로그램을 생각하며 기획했다. X와 채팅할 때 헤어진 이유 자체도 더 센 걸 생각하고 기획안을 썼는데 그런 사람들은 절대 나올 수 없는 프로그램이란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자극적이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던 중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순한 맛이었다."

-그중 제일 자극적인 장면을 꼽는다면.

"마지막에 보현 씨가 민재, 호민 씨 중 선택하는 장면이 아니었을까 싶다. 상상하면서 그런 구성을 했던 것인데 현실로 눈앞에 있으니 촬영할 때 걱정됐다. 호민 씨와 보현 씨가 생각보다 잘 추슬러줘서 진행이 됐지만 그게 제일 자극적인 선택이었던 것 같다."

-결과를 전혀 예측할 수 없어 걱정됐던 부분은 없었나.

"최종 선택 전 인터뷰 때 했던 선택을 바꾼 사람은 없었다. 바꿔도 된다고 했는데 바꾼 사람은 없었고 떨리는 마음으로 결과를 바라봤다. 운이 좋게도 보석 같은 출연자들을 만나서 뜬금없는 선택이 아니라 시청자들이 공감할 만한 선택을 해서 좋았던 것 같다."

-연애 리얼리티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대본을 쓸 수 있는 능력은 없지만 훌륭한 출연자들을 데려오니 마치 대본을 쓴 것처럼 이야기들이 만들어지는 걸 보면서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계속 뭔가 좋은 풍경을 보여주고 좋은 영상을 만들어서 전달하는 게 내 역할이라고 생각했는데 감정적인 걸 보여주는 이런 장르도 있구나란 걸 느꼈다. 특히 X 채팅할 때 많은 걸 느꼈다. 오디오도 없고 오직 타자 소리와 얼굴 표정만 있다. 끊기지 않고 거의 40분 정도 나간 날이 있었는데 그럼에도 시청자들이 재밌게 봐줬다. 뭔가 눈을 사로잡을 수 있는 영상이 아니어도, 말이나 타자 소리만으로도 몰입이 되는 게 연애 리얼리티의 매력인 것 같다."

-인간 탐구 프로그램처럼 느껴지기도 하더라.

"촬영할 때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사랑을 소재로 하지만 사람의 심리에 대해 좀 더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좀 설렘이 없었다는 평도 있긴 하던데 설렘이란 게 판타지 영역이기도 하다. 다 알면 설렘이 줄긴 그게 프로그램의 정체성이기도 하니까 리얼하게 다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패널들 섭외 역시 신의 한 수였던 것 같다.

"사이먼 디 씨가 공감 능력이 높을 거라고 생각했다. 음악을 하는 분들은 감수성이 높지 않나. 눈이 예뻐서 그런지 사이먼 디 씨가 울 때 나도 편집하며 눈물이 났다. 또 라디오 DJ를 했던 분들은 사연에 공감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그 능력을 최우선이라고 생각해 그런 사람 위주로 섭외했다."

-출연자들의 성장 과정이 그려질 예정이라고 했었는데 목표했던 바를 잘 보여준 출연자는 누구라고 생각하나.

"코코 씨는 X의 자기소개서를 얘기할 때부터 '내가 12년 전에 비해 지금 많이 성장했구나'란 얘길 했었다. 오늘의 나와 12년 전 내가 다르다는 걸 생각하며 그 순간을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주휘 씨도 민영 씨에 대해 자기가 다 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는 걸 깨달았다고 하지 않나. 그 지점 역시 성장한 거라고 느꼈다."

-'환승연애' 전후로 바뀐 생각이 있나.

"사실 표현을 잘 못하는 스타일인데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여기 나오는 사람들은 적극적인 사람들이다. 카메라 앞에서 자길 오픈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오픈 마인드지만, 그분들이 사랑을 쟁취해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 역시 많이 표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떻게 연애를 해서 결혼하나. 결혼한 사람들이 대단해보이기도 하더라.(웃음)"

-어떤 프로그램으로 기억되길 바라나.

"옛날에 어렸을 때 TV 봤던 걸 생각해보면 되게 재밌던 프로그램만 기억에 남더라. TV 프로그램이라는 게 영원할 수 없고 언젠가 잊히기 마련인데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이 됐으면 좋겠다. 주변에 말할 때 추천해주고 얘기할 게 많은 프로그램이길 바란다."

황소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티빙

Copyright © JTBC.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