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관계, 대립보다 포용적으로 가야..동아시아 지역 협력 강화 필요"

한·미·중·일 4개국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최근 격화하고 있는 미·중 경쟁 속 동아시아 국가들이 북핵과 대만 문제, 한·일관계 등 갈등 요인을 면밀히 관리하고, 미·중을 분리가 아닌 상호 의존하는 관계로 인식해야 한다고 22일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에는 보다 포괄적인 관점에서 미·중 관계를 설정하고, 중국에는 과도한 공격적 행보를 자제해야 한다는 주문을 내놨다.

이날 서울대 국제학연구소 주도 아래 한·미·중·일 4개국 주요 외교안보 싱크탱크의 참여로 구성된 ‘동아시아 현인 원탁회의’는 ‘위험한 각축으로부터 경쟁적 공존으로 : 미·중 충돌을 막는 길’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미·중 관계의 현실은 매우 길고 복잡한 형태를 띨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전문가들은 미·중 두 나라가 이슈에 따라서는 경쟁과 협력, 대결의 형태를 띨 것이라며 특히 중국의 공세적 지역 패권 추구를 견제하면서도 적절하게 중국을 끌어안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은 이날 화상으로 진행된 간담회에서 “중국은 미국이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 세계 최강국이라는 현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면서 “미국의 경우 인도태평양 전략을 수행함에 있어 지금보다 더 포용적인 측면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환 동아시아재단 이사장은 “미국과 중국이 지금보다 더 대화를 해야 한다는 데 국제사회의 컨센서스가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북핵과 대만 문제, 한·일 관계 등이 동아시아 지역의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보고, 상황을 자국 이익에만 유리하게 활용하려는 시도는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북아 국가들과 아세안 국가들 사이에 보다 넓고 깊은 협력을 통해 지역 다자주의를 활성화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박철희 서울대 교수는 “경쟁은 장기화할 것이지만 그 안에는 협력의 필요성도 존재할 것”이라며 “동아시아 국가들이 계속해서 머리를 맞대고 논의를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보고서 작성에는 애틀랜틱 카운슬(미국), 나카소네 평화연구소(일본), 칭화대학교 국제안보전략센터(중국), 동아시아재단(한국)이 참여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문 이사장과 김 이사장, 박 교수를 비롯해 후지사키 이치로 나카소네 평화연구소 이사장, 왕지스 전 베이징대 교수, 배리 페이블 애틀랜틱 카운슬 스코크래프트 국제안보센터 소장, 오미연 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위원, 가와시마 신 도쿄대 교수, 다웨이 칭화대 교수 등이 참여했다.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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