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북' 신세 된 경항모.. KF-21처럼 반전 가능할까

정승임 입력 2021. 10. 2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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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21·경항모 사업 비교해 보니]
부석종(가운데) 해군참모총장이 14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의 해군본부 국정감사에 참석해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뉴스1

해군의 3만 톤급 ‘경항공모함’ 추진 사업이 국회에 난타를 당하고 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해군과 방위사업청은 물론 공군 국감장에서도 의원들이 경항모 추진의 적절성 여부를 집중 추궁하는 등 동네북 신세가 된 모습이다. 심지어 “극소수 과대망상증 환자들이 사업을 졸속 추진한다.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신원식 국민의힘 의원)”는 주장까지 나왔다.

부석종 해군참모총장은 14일 국회 국방위 국감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전 장병이 똘똘 뭉쳐 정상 추진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지난해 국회에서 경항모 추진 예산 100억 원이 전액 삭감된 데 이어 여전히 반대 여론이 적지 않은 점을 감안한 발언이었다. 이 때문에 경항모 사업은 숱한 반발에도 올 4월 시제기 출고까지 마친 한국형 전투기(KF-21) 사업과 곧잘 비교된다. KF-21은 여러 우여곡절을 뚫고 안정 궤도에 들어섰다는 점에서 경항모의 롤모델이기도 하다. 경항모가 KF-21처럼 반전의 성공 시나리오를 쓸 수 있을까. 두 사업의 추진 과정을 쟁점별로 짚어봤다.


①반대 논리: “경항모 필요?” vs “전투기 자체 제작 가능?”

해군이 공개한 경항모전투단 개념도. 해군 제공

두 사업 모두 초창기 거센 반대에 부딪쳤지만 쟁점은 달랐다. KF-21은 2002년 국산 전투기 사업 첫 추진 단계인 ‘합동참모본부 소요 제기’ 당시 필요성에는 별다른 이의가 없었다. 하지만 ‘과연 우리 손으로 만들 수 있느냐’ 즉, 실행 능력 면에서 의견이 크게 갈렸다. 20년 전에는 국산 고등훈련기(T-50)나 경공격기(FA-50) 개발도 완료되지 않아 미국 록히드마틴사의 F-16을 면허생산(KF-16)한 경험만으로 고난도 기술의 집약체인 전투기를 만드는 건 무리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경항모는 정반대다. 함정건조 능력은 충분하지만, 해역이 좁은 한반도에 전투기 수십 대를 싣고 다니는 경항모의 활용 가치에 대한 의구심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공중급유기 지원을 받는 전투기로 충분히 작전 반경을 넓힐 수 있고, 해상분쟁은 외교로 해결하면 되는데 굳이 경항모의 쓸모가 있느냐는 물음이다.

해군은 현시(顯示)를 통한 전쟁 억제, 다시 말해 ‘보여주는 힘’을 강조한다. 적군에 우리 군의 화력을 공개하는 것 자체만으로 엄청난 위협이 된다는 논리다. 부 총장은 국감에서 “현시 측면에서 물밑에 있는 잠수함보다 항모가 더 압도적”이라며 “(연합훈련 등) 한미동맹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②타당성 조사: KF-21 7번 vs 경항모 1번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월 9일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고정익동에서 열린 한국형전투기 보라매(KF-21) 시제기 출고식에 참석해 연석하고 있다. 사천=왕태석 선임기자

추진 속도는 경항모가 훨씬 빠르다. 경제성을 따지는 ‘사업타당성 조사’를 수년에 걸쳐 무려 7회나 한 KF-21과 달리 경항모는 단 한 차례로 끝났다. KF-21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한국국방연구원(KIDA), 한국개발연구원(KDI), 건국대 등 여러 기관에서 교차 검증을 받았다. 2002년 결정된 사업이 첫 예산을 확보하기까지 11년(2013년)이나 걸린 이유다.

반면 경항모는 최근 KIDA의 타당성 검증을 조건부로 통과했다. 함정과 핵심기술 연계 및 위험관리 방안 수립, 전투체계 미성숙 기술 확보 방안 검토 등 4가지 단서가 붙었다. KIDA도 아직은 준비가 덜 됐다고 인정한 셈이다. 국민의힘은 이를 근거로 “졸속 추진”이라고 비판한다.


③투입 예산: KF-21은 18조 vs 경항모는?

한·영 연합 해상기회훈련이 실시된 지난 8월 31일 동해 남부 해상에서 영국 항공모함 퀸 엘리자베스함이 항해 체류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경항모에 투입되는 전체 예산 규모도 논란거리다. KF-21의 경우 개발비 8.8조 원을 포함, 120대 양산까지 총 18조 원이 든다고 추산했다. 그러나 경항모는 구체적 예산 숫자도 가늠이 안 된다.

해군은 경항모 건조 예산을 2조6,000억 원으로 책정하면서도, 함정에 탑재될 전투기 예산 수조 원 및 호위 잠수함과 이지스함 등 8척의 함정 예산은 따로 넣지 않았다. 전투기 구입비는 공군 소관이라는 주장인데, 국민 입장에선 어차피 혈세가 들어가는 같은 돈이다. 비용을 고의로 축소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경항모 전단에 합류할 함정도 문제다. 해군은 기성 함정을 배치하면 추가 예산 부담이 없다고 항변하나, 함정 차출로 공백이 생긴 전력을 메우기 위해선 예산이 더 필요해 보인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항모 전단에 투입되는 함정 비용도 같이 포함해야 원리에 맞는 것 아니냐”며 “경항모가 왜 필요한지, 예산은 얼마나 드는지 국방위원들부터 설득해야 대국민 설득도 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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