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300여통 메일 답장은 기본..백화점 입점 위해 고군분투" [인터뷰]

방영덕,최아영 2021. 10. 2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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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온 천현숙 화장품 치프 바이어
[사진 제공 = 롯데온]
"아휴, 갑을관계라니요~"

롯데백화점에 이어 롯데온에서 화장품 부문 MD로 활약 중인 천현숙(37·사진) 치프 바이어(chief buyer)는 으례 백화점과 입점업체 간 관계를 표현하는 '갑을'이란 말에 손사래부터 쳤다.

그는 "그 말은 이미 수년 전에 사라진 말 같다"며 "특히 글로벌 명품 브랜드를 상대해야 하는 화장품 같은 경우, 저희가 입점해달라고 애원하는 입장이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만난 천현숙 치프 바이어 치열한 'MD 세계'에 대해 얘기를 들려줬다.

"오늘도 12개 브랜드를 모셔와야 해요(웃음). 이런 브랜드들과 하루에 주고 받는 메일만 300여통인데요. 업체별로 즉각 소통하는 게 중요해 꼭 한 줄이라도 답을 하고, 후배들에게도 그리 가르치고 있습니다."

지난 18일부터 '롯데온 세상'이란 파격적인 할인 행사를 진행 중인 그는 행사 첫날 거의 밤을 새다시피했다. 저녁 8시면 문을 닫는 백화점과 달리 온라인몰은 24시간 풀가동하는 체제여서다.

그는 "온라인 할인 행사는 보통 0시에 시작을 한다"며 "그래서 (행사를) 하기 전에는 준비하느라 바쁘고, 하고 나서는 쿠폰 지급, 소비자 반응 등을 계속 지켜봐야 해 쉴 틈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도 그럴 것이 롯데온에 입점해 있는 화장품 브랜드만 400여개에 이른다. 기존 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브랜드 뿐 아니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새롭게 뜨는 신진브랜드 입점부터 관리까지 모두 다 그의 책임이다.

"최근 입점을 위해 공을 들이는 브랜드가 있는데, 정말 매일 밥 먹듯 러브콜을 보내지만 아예 제 연락을 받지 않아 고민이에요."

10년 이상 화장품 바이어로만 일해온 그의 입에서 나온 뜻밖의 고백이다. 천 바이어를 애타게 하는 브랜드는 SNS에서 요즘 가장 핫한 브랜드.

하지만 이같은 신진 브랜드들은 자사몰 판매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거나 기존 백화점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은 올드(old) 한 이미지가 크다고 생각해 입점 자체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

[사진 제공 = 롯데온]
"이해는 돼요. 롯데온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더 젊게 만들어야 하는 이유죠. 하지만 저희 고객 입장에서 보면, 최근 뜨고 있는 브랜드 검색을 했는데 판매하지 않으면 바로 이탈해 버립니다. 그런 분들에겐 이미 저희가 가지고 있는 400여개 브랜드가 아무 소용이 없는 거죠."

사실 롯데온 화장품 부문 매출의 80% 이상은 상위 브랜드 30여개에서 나온다. 이미 이들 브랜드와의 관계는 탄탄하다.

그러나 앞서 말한 이유로 자사 플랫폼에서 이탈한 고객을 다시 돌아오게 하는 데에는 너무 많은 비용이 든다는 게 천 바이어의 설명이다. 그래서 그가 가진 레이더망을 총동원해 최신 트렌드를 파악하고 젊은층에서 인기인 브랜드 입점에 목을 맨다.

신진 브랜드로 외연을 넓혀가되, 기존 백화점과 면세점 화장품 이용고객을 위한 기획 상품전도 결코 소홀이 할 수 없는 부분이다. 타사와 차별화된 상품 구성에 가격대까지 소비자들을 만족시키는 롯데온 만의 기획전에는 어떤 게 있을까.

천 바이어는 지난 9월 추석을 맞아 펼친 아모레퍼시픽과의 기획전을 꼽았다. '설화수 윤조 에센스' 90mℓ에 30mℓ를 증정하는 기획전이었다. 당시 준비한 3000세트는 금세 동이 난 한편, 오프라인 백화점에서도 요청이 쇄도해 3000세트를 추가 공급할 정도로 대박이 났다.

"아모레퍼시픽에 저희 롯데온에 대한 단독혜택 상품 구성을 놓고 꾸준히 요청했어요. 물론 쉽진 않았죠. 저희에게만 단독 상품을 주기 어렵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계속 설득을 했고 아예 JBP(Joint Business Partner) 협약을 맺어 상호 윈윈할 수 있는 사례가 됐습니다." 천 바이어가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 브랜드는 누가 팔아도 다 팔 수 있을 정도로 인기있는 상품이다. 수많은 이커머스 업체 중 꼭 롯데온에 와야지만 살 수 있는 상품 구성이 필요했다.

이와 관련 천 바이어는 "증정품 용량이 30mℓ인 것은 굉장히 이례적"이라며 "이를 위해 아모레퍼시픽은 제품 용기 생산을 위해 공장을 따로 돌렸고, 가격대 역시 13만원대로 파격적인 혜택을 선보이자 목표대비 140% 실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롯데온은 현재 입점 브랜드와 플랫폼 모두가 상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넘쳐나는 이커머스 업체 중 차별화 된 제품 구성력만이 롯데온만의 경쟁력을 키우려면 결국 입점 브랜드와의 협업이 가장 필요해서다.

천 바이어는 "이커머스 시장에선 누가 더 빨리 그리고 많이 파느냐가 중요하다"며 "따라서 타사보다 발빠르고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인 상품을 구성하는 일이야말로, 롯데온의 매출 점프업을 이루면서 입점 브랜드와 고객 모두를 만족시키는 일이다"고 강조했다.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 / 최아영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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