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부작침] 그린워싱, 우리는 얼마나 속았을까?

안혜민 기자 2021. 10. 22.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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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있었던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스타벅스 리유저블 컵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지난달 있었던 스타벅스 리유저블 컵 대란이 다시 소환된 건데요. 스타벅스는 일회용 컵 사용을 줄이자는 취지로 리유저블 컵을 주는 행사를 했지만, 이 컵은 중고제품 거래 사이트에서 마치 한정판 굿즈처럼 거래됐죠. 환경단체들은 스타벅스가 친환경을 가장한 마케팅, 이른바 '그린워싱'을 했다고 비판했습니다. 국감에서도 마찬가지의 지적이 나왔는데요. 스타벅스 측은 이에 대해 해당 행사 이후 다회용 컵 사용량이 평년 대비 크게 늘었다고(2주 뒤 70% 증가) 해명했습니다.
 

친환경 제품을 사고 싶은 소비자들

친환경을 원하는 소비자는 점점 늘고 있어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라벨을 없앤 생수를 출시했더니, 판매량이 1년 사이에 500%나 급증하기도 했으니까요. 특히 젊은 세대는 환경에 더 민감합니다. 돈을 더 주더라도 가치 있는 소비를 하겠다는 의지가 강력하거든요. Z세대를 상대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환경적 가치를 위해서라면 84.7%가 비용을 더 지불하겠다고 했더라고요.

친환경 시장도 쑥쑥 크고 있어요.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엔 친환견 관련 소매시장의 규모는 1조 5,000억 원 정도였는데 2010년에는 10배 넘게 늘어난 16조 원으로 집계됐어요. 2020년에는 30조 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될 정도예요. 이제 친환경이 돈이 되는 시대가 온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소비자의 욕구를 악용하는 제품들이 등장했다는 겁니다. 바로 그린워싱 제품들이죠. 녹색의 Green과 세탁의 White Washing이 합쳐진 단어인데, 뉘앙스 그대로 친환경 이미지로 경제적 이익을 보는 행위를 뜻합니다. 다른 말로는 위장 환경주의라는 표현도 있죠. 소비자들의 착한 마음을 현혹해서 이득을 내고, 환경은 오염시킨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문제가 커요.

그래서 국제소비자보호집행기구(ICPEN)에서는 매년 그린워싱 예방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어요. 올해는 영국 공정거래위원회(CMA)와 네덜란드 소비자 시장 당국(ACM)을 중심으로 전 세계 웹사이트의 위장 환경주의의 실태를 파악해 발표했는데, 무려 40% 가까이에서 소비자들이 오해할 수 있는 그린워싱 표현을 발견했다고 해요. 총 344개의 제품과 서비스를 분석했는데, 128건에서 "친환경적인", "지속 가능한"과 같이 모호한 표현으로 그린워싱을 하고 있었습니다. 영국은 심각한 그린워싱을 잡기 위해 2022년부터 위반 업체에게 최대 2년 이하의 징역을 때릴 수 있는 강력한 단속을 예고했어요.
 

가구, 요가매트, 기저귀도 그린워싱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떨까요? 아쉽게도 해외처럼 전반적인 실태를 파악한 자료는 없는 것 같더라고요. 대신 친환경 위장 제품에 대한 규제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로 간접적으로 상황을 파악해보려고 해요. 우리나라에서 친환경 위장 제품을 감시하는 법은 크게 2가지가 있거든요. 법에 따라 관리하는 기관도 2곳으로 나눠지는데, 하나는 환경부, 또 하나는 공정거래위원회입니다. 제품의 환경성 관련 표시와 광고는 환경부 주관으로 체크를 하고 있고, 좀 더 넓게 광고에 대한 위반사항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규제되고 있어요.

마부뉴스는 먼저 환경부에 정보공개를 청구했어요.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공개한 자료는 2015년부터 2019년 사이의 친환경 위장 제품 처리 현황 데이터인데, 모두 700건입니다. 찬찬히 분석 결과를 알려줄게요! 우선 아래 차트는 700건의 그린워싱 제품을 품목별로 시각화한 자료입니다. 영역이 넓으면 넓을수록 그린워싱 제품이 많다는 뜻이죠. 우리 실생활에 밀접한 제품들이 눈에 많이 들어오죠?


가장 많은 그린워싱 제품은 가구였습니다. 모두 237건이었는데, 대부분이 "E1등급을 사용한 가구"라는 표현 때문이더라고요. E1은 가구 자재에서 방출되는 포름알데이드를 기준으로 나눈 자재 등급을 의미하는데, 가장 친환경적인 SE0부터 E0, E1, E2까지 총 4가지의 등급이 있어요. 우리나라는 법적으로 E1이 최저 기준인데, 이 자재를 사용했다고 친환경이라고 표현한 거죠. 가구에 이어서 세정제, 탈취제 등 생활용품이 122건으로 2위를 차지했고, 최근에는 요가매트를 포함해 운동기구에서 그린워싱 제품들이 많아졌습니다. 운동기구는 101건으로 3위입니다.

법을 위반한 그린워싱 제품들은 어떻게 처리될까요? 전체 700건 중 625건, 절대다수의 경우가 시정권고로 끝났어요. 시정권고는 말 그대로 잘못된 광고 정보를 바꾸라고 권고하는 조치를 뜻해요. 법적으로 상대방을 구속하는 힘은 없죠. 보다 강력한 시정명령은 74건인데, 전체의 10.6% 정도입니다. 고발은 딱 1건 있어요. 2015년의 식탁보 제조사를 형사 고발한 조치인데, 그 이후에는 제로인 상황입니다.
Q. 어떤 제품이 그린워싱했는지 알려주세요!

어떤 가구가 그린워싱 표현을 했는지, 어떤 요가매트가 친환경으로 위장했는지 당연히 궁금할 겁니다. 마부뉴스도 환경부에다가 정보공개 청구를 할 때 해당 업체명과 상품명을 구체적으로 공개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안타깝게도 거절당했어요. 환경부에서는 "해당 업체 및 제품의 부당한 환경성 표시, 광고 관련하여 이미 조치 완료된 사항입니다. 이에 따라 해당 기업명 및 제품명이 공개될 경우 법인 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어 공개할 수 없음을 알려드리오니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이유로 부분공개를 했어요. 사실 리콜의 경우에도 기업명과 제품명을 알려주고 있고, 당장 다음으로 소개할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그린워싱 제품을 만든 업체를 공개하고 있어서 환경부의 해명이 납득이 되진 않더라고요. 이의신청을 했지만 역시나 같은 이유로 거절당했어요.

가습기 살균제도 그린워싱

이번에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규제한 그린워싱 제품들을 살펴볼게요. 공정위는 공정한 거래행위를 막는 행위들을 규제하고 있어요. 친환경으로 위장하는 그린워싱 제품들도 시장의 공정한 거래 질서를 해치는 부당한 표시 광고를 하고 있으니 공정위 관할이라고 할 수 있죠. 다만 공정위에서는 그린워싱뿐만 아니라 과장광고나 허위광고도 다 포함해서 처벌하고 있고요. 자료를 살펴보니까 부당한 표시 광고 항목으로 걸리는 의결서는 모두 2,811건. 이 중에 환경 키워드로 걸리는 200건을 대상으로 분석을 진행했습니다. 그중 그린워싱 사건은 63건이 나왔어요.

미처 생각하지 못한 제품들이 친환경으로 위장한 탈을 쓰고 있더라고요. 에너지 효율이 좋다고 과장광고를 한 창틀 제품이나 보일러도 포함되어 있었고, 환경 인증마크를 허위로 과장한 돌침대 제품도 그린워싱의 가면을 쓰고 있었습니다. 폭스바겐을 비롯한 자동차 회사들이 배출 가스양을 조작했던 디젤 게이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10년 전 세상을 분노케 했던 가습기 살균제 역시 위장 환경주의 상품이라고 할 수 있죠. 독성 정보를 누락했고, 흡입할 경우에는 상쾌한 기분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해준다고 환경적 속성을 허위로 광고했으니까요.


63건에 대한 조치사항은 환경부 사례와 비슷하게 시정권고와 시정명령이 대다수였습니다. 물론 권고보다는 명령이 더 많았지만, 좀 더 센 규제라고 할 수 있는 과징금은 2010년 이후부터 등장했어요. 고발도 2010년 이후에나 일부 볼 수 있죠. 위의 그래프를 보면 2018년에 여러 건이 몰려있는 걸 볼 수 있는데, 이 시점은 가습기 살균제 관련 위반 처분이 나온 시점이라 그래요. 사건이 터진 건 훨씬 전이었는데 2012년에 공정위가 이 건에 대해 과장광고가 아니라고 무혐의 처리를 했었거든요. 뒤늦게 재조사를 하고 2018년이 돼서야 조치가 이뤄진 겁니다.

시정명령과 비슷한 수준으로 많은 조치가 바로 외부 공표 명령입니다. 잘못된 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라는 건데, 대부분이 중앙일간지를 통해 이뤄졌어요. 2021년의 사건은 업체의 홈페이지에 잘못된 부분을 게시하라고 했지만, 최근까지도 여전히 신문을 통해서 조치를 취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보를 얻는 매체가 다양해졌는데 여전히 특정 매체에만 집중된 공표 명령은 아쉬운 부분이죠. 게대가 신문에 게시해야 할 경우 매체 수도 최대 2개, 개제 횟수도 최대 1회에 그쳐서 실효성이 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어요.
 

초록색 가면, 소비자가 벗길 수 있다

친환경 제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시장도 커지는만큼, 악용하려는 그린워싱 제품들도 많아질 겁니다. 그에 대한 규제와 감시는 필수적이겠죠. 거짓된 친환경 가면을 쓰고 친환경이라는 이유로 신용을 얻고 있는데 반해, 정말 노력해서 친환경 기업들은 제대로 된 인정을 못 받는다면 공정이 아닐 테니까요. 영국처럼 친환경 마케팅을 위한 가이드라인(Green Claims Code)을 만들어서 제시하는 것도 방법일 겁니다. 지침이 명확하면 기업 입장에서도 훨씬 명확하게 마케팅을 할 수 있을 거예요.

최종 선택자는 소비자인 우리인 만큼 우리 스스로가 소비자 주권을 잘 행사할 필요도 있습니다. 그린워싱 제품을 발견하면 서로 공유해서 소비자 행동을 이끌어내고, 서로 미처 모르고 있었던 사실이 있으면 함께 알아가면서 환경 위장 주의 제품의 가면을 깨뜨려야겠죠. 마부뉴스도 그린워싱에 대해 우리가 함께 알아두면 좋을 정보들을 자주 소개할게요. 독자 여러분들도 우리에게 제보할 게 있으면 언제든 피드백을 통해 알려주세요!

오늘 마부뉴스가 준비한 글은 여기까지입니다. 그린워싱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본 만큼, 각자가 생각하는 친환경의 기준이 어느 정도로 차이가 있을지 궁금합니다. (*본 기사는 마부작침 뉴스레터를 편집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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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혜민 디자인 : 안준석 인턴 : 김선경, 주영은 

안혜민 기자hyemina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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