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인사이트] 우리도 ICBM?..누리호 발사를 보며

서재준 기자 입력 2021. 10. 2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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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부터 북한을 중심으로 한 한반도, 동북아시아 정세는 급변했다.

북한 특유의 방송 분위기, 김정은 총비서가 직접 골랐다는 소문이 있는 '광명성'이라는 글자의 폰트만 빼면 누리호의 발사 장면과 광명성 위성의 발사 장면은 크게 다르지 않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마주하고 있는 나라이니, 주변에서 우리나라의 장거리 발사체 개발을 '순수한 우주 개발'로만 볼 이유는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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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발사체' 발사 기술, ICBM 개발에도 적용 가능
성공 뒤에는 주변국의 '의구심' 극복해야 할 과제도

[편집자주]2018년부터 북한을 중심으로 한 한반도, 동북아시아 정세는 급변했다. '평양 인사이트(insight)'는 따라가기조차 쉽지 않은 빠른 변화의 흐름을 진단하고 '생각할 거리'를 제안한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ll)가 지난 21일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힘차게 날아오르고 있다. 2021.10.21/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역사적인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발사 장면을 보면서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업무의 특성상 보통 이런 장면은 '조선중앙TV'를 통해 봤던 것이 더 익숙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 2016년 '광명성'이라는 이름의 인공위성(지구관측위성)을 발사했다. 당연히 이 위성은 우주발사체에 실려 발사됐다.

북한 특유의 방송 분위기, 김정은 총비서가 직접 골랐다는 소문이 있는 '광명성'이라는 글자의 폰트만 빼면 누리호의 발사 장면과 광명성 위성의 발사 장면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지만 두 장면을 전하는 언론의 톤과 방식은 정반대다. 우리는 대화와 외교의 중요성도 잘 알고 있지만, 어느 한쪽의 '국가적 경사'가 다른 한쪽에는 위협, 혹은 큰 경쟁 상황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 남북관계이기도 하다.

누리호는 성공했다. 남은 것은 성공이 확실하지만 시간이 걸리는 기술 보완뿐이다.

북한 역시 이 기술을 가지고 있다. 이 부분을 냉정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이 기술은 곧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기술과 같지만 다른 선상에 서 있다. 북한도 이 수순을 밟아 ICBM의 발사에 성공했다.

우리의 기술은 '우주 개발'의 성과로 평가받(하)고 북한의 기술은 위협적 요인이 되는 이유는 원천 기술이 다르기 때문이 아니다. 바로 '의도'에 있다.

북한은 억울할 수도 있지만 사실 우주발사체 개발 때 제기된 따가운 의심은 결국 사실로 바뀌었다. 북한은 2016년 '광명성 4호' 인공위성 이후 더 이상 위성을 개발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새로운 ICBM만 개발, 공개했다.

동시에 미사일에 실을 핵탄두의 개발도 꾸준히 진행됐다. 상황이 그러다 보니 북한의 주장대로 미국의 위협이 먼저였고, 그로 인한 방어체계를 만들 뿐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북한의 주장이 사실일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이 이를 좀 더 설득력 있게 전파하려 했다면, ICBM과 핵개발의 속도와 과정은 달랐어야 했다.

북한의 '광명성 4호' 위성 발사 장면이 등장하는 기록영화 '사랑의 금방석' (조선중앙TV 캡처) © 뉴스1

우리의 누리호 개발에 대해서도 비슷한 시선은 제기될 수 있다. 아마도 필연적으로 그럴 것이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마주하고 있는 나라이니, 주변에서 우리나라의 장거리 발사체 개발을 '순수한 우주 개발'로만 볼 이유는 부족하다.

영국의 BBC가 누리호 발사 소식을 전하면서 '남북의 군비 경쟁'을 스케치 기사로 내보낸 것은 꽤 인상적이었다.

실제 올해 한국은 안보 분야에서 외부의 시선을 받을만한 결과물을 냈다. 사상 첫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도 그렇고, 누리호도 그렇다.

비록 우리가 이 성과들로 다른 나라와 외교적 마찰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 성과들은 고도화될수록 주변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게 될 것들이기도 하다.

누리호 발사의 성과를 깎아내리거나, 북한과 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는 그런 비약적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무언가가 너무나도 겹쳐지는 발사 장면을 보면서, 우리의 외교안보 전략에서 이제 '의구심 해소'를 위한 전략적 방안도 필요한 때가 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seojiba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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