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화봉중 김현수 코치, 다양한 지도자가 인정하는 지도자
프로농구나 대학 감독들은 경기 후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여러 인터뷰를 통해 관심을 받는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지도자들은 우승 등 아주 특별한 일이 아니면 크게 주목 받지 못한다. 한국농구의 기초를 다지는 지도자 중에서 우승이나 오랜 경력을 떠나 순수하게 능력을 인정받는 코치들을 조명하고자 한다. 대학부터 초등학교까지 50명의 지도자 의견을 수렴해 화봉중 김현수 코치를 소개한다.
※ 본 기사는 농구전문매거진 점프볼 10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김현수 코치는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모든 종별 코치들에게 고르게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의견을 낸 50명 기준으로 군산고 김보현 코치와 함께 가장 많은 13표를 얻었다. 한 초등학교 코치는 “지도력이 남다르다. 선수들의 신장이 좋을 때도, 안 좋을 때도, 팀 구성이 안 좋을 때도 있는데 상위권으로 이끌고, 개인 기술을 잘 다듬는다. 화봉중 경기는 항상 챙겨서 본다”고 했다.
한 중학교 코치는 “오래 역임하며 잘 하시는 거 같다. 예전부터 느낀 게 좋은 성적도 내고, 문제가 나온 적도 없다. 코치를 떠나서 사람으로도 인성이 좋다”고 김현수 코치의 코트 밖 모습까지 언급했다. 양준석(연세대) 역시 “운동 선수이기 전에 학생이라며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걸 정말 강조하셨다. 항상 겸손하고, 베풀 줄 알고, 어른들을 존경하고, 그런 외적인 것도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 좋은 멘탈을 갖추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농구를 잘 하거나 잘 하지 않더라도 고개를 숙이고, 존중하고, 만족하지 말라고 하셨다. 그래서 칭찬을 잘 안 해주셨다. 그래도 우리를 아끼는 마음이 보였다. 그래서 잘 성장했다”고 코트 밖에서도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고 했다.
한 고등학교 코치는 “김현수 코치가 기본기 등을 잘 가르쳐서 연계학교인 무룡고까지 성적을 낸다. 송정초도 잘 가르치지만, 화봉중에서 잘 가르친다”며 “대학과 연습경기를 할 때 대학생이 레이업을 놓친다. 이건 고등학교도 마찬가지다. 신장이나 피지컬이 좋은 데도 기량이 안 좋은 건 기본기 때문이다. 화봉중을 높게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김현수 코치를 추천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한 대학 감독은 “체력이나 조직적인 게 좋다. 유소년 때 잘 했던 선수들을 데려와 잘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는데 김현수 코치가 훈련일지를 다 확인하고, 훈련을 섬세하고 지독하게 가르친다. 부모들이 그걸 알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일지를 보면서 다른 건 바로 잡아준다. 좋은 지도자 밑에 있었던 선수를 뽑고 싶다. 그래야 대학에서 강하게 훈련시켜도 버틴다. 프로 구단에서도 선수의 기량이 비슷하면 꼼꼼한 지도자 밑에 있었던 선수를 뽑으려는 경향도 있다”고 김현수 코치의 섬세함을 높이 샀다.
한 농구 관계자는 “초등학교나 중학교 때 열정이나 끝까지 따라가는 수비 자세 등을 갖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고등학교 이후에는 이미 성장을 해서 고쳐지지 않는다”며 “김현수 코치가 그런 부분을 잘 다듬어준다”고 선수들의 성장 기반을 잘 다진다고 여겼다.
문정현(고려대)은 “운동할 때 FM이다. 코치님이 ‘나태함의 순간은 달콤하지만 결과는 처참하다’고 하신 말씀이 아직도 머리에 박혀 있다. 농구 인생에서 저를 바꿔주신 분이다. 수비를 잘 배워서 지금까지 잘 한다. 농구를 정석대로 해서 제대로 배웠다. 초등학교 때 뚱뚱했는데 저를 키우겠다며 뛰는 것도, 농구도 열심히 시켰다. 절대 중학교로 안 돌아가고 싶을 정도로 제일 힘들었는데 그때 이후 바뀌었다. 나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시기다”고 김현수 코치의 지도를 받았던 중학교 시절을 떠올렸다.
김현수 코치는 창원 LG 창단 멤버로 프로에서 선수 생활을 한 뒤 상산전자고, 안양고, 명지대 코치를 거쳐 2011년부터 화봉중을 이끌고 있다. 김현수 코치는 다른 지도자들이 추천을 많이 하는 지도자라고 하자 “다른 지도자들이 생각하는 게 기본기로 똑같은데, 경기를 할 때 우리 팀이 잘 하는 동작을 많이 훈련시킨다. 경기 때 안 하는 운동을 안 하는 대신 대충 넘어가지 않으려고 한다. 힘들어하고, 귀찮아해도 그건 짚어준다”라고 평소 훈련 방법을 들려줬다.
화봉중 선수들은 대체로 기본기가 좋다. 양준석은 “기본기 훈련은 지루하고 힘들다. 며칠 해서 되는 것도 아니다. 정말 긴 시간을 몇 년 동안 똑같은 동작을 지루하게 해야 한다. ‘기본기 훈련은 이제 안 해도 되지 않나’ 생각할 때면 혼내서라도 시켰다”며 “지나고 나서 보니까 그런 힘든 부분들을 혼내며 잘 잡아주셨고, 작은 걸 설명을 해주시고 만들어내려고 하셨다. 그 때 당시 너무 힘들었지만, 지금 뒤돌아보면 선생님의 혼냄이 없었다면 지금 기본기가 부족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화봉중이 꾸준하게 성적을 내는 건 기본기뿐 아니라 탄탄하면서도 조직적인 수비에 있다. 또 다른 고등학교 코치는 “화봉중은 풀코트 프레스와 수비 로테이션이 좋다”고 했다. 양준석은 “수비 훈련은 힘들고, 귀찮다. 그런데 항상 똑같은 루틴으로 수비 방법으로 운동 시작할 때 했다. 그렇게 하면서 다른 중학교와 달리 중학교 때 접하기 어려운, 로테이션을 돌고, 조직적인 팀 디펜스를 가르쳐주셨다. 개인 수비도 좋지만, 팀 수비를 강조하셔서 운동 시간의 절반이 수비 훈련이었다. 연습을 많이 해서 경기력도 나오고 빛을 발했다”고 중학교 시절 수비 훈련을 기억했다.
김현수 코치는 “지도자 생활을 할 때부터 수비를 강조했었다. 처음엔 경력이 없어서 가르치는 요령이 없었다. 무조건 하라고 시켰다. 저도 그렇게 가르치면서 배웠다”며 “‘이럴 때 이렇게 접근하는 게 좋구나’라며 아이들도, 저도 성취감을 느꼈다. 수비를 해야 한다는 걸 알지만 어떤 맥락으로 해야 하는지는 어려움이 있었는데 이제는 노하우가 생겼다”고 했다.
이어 “수비 훈련에 시간 할애를 많이 한다. 화봉중이 보통 신장이 작아서 빠르고, 압박을 안 하면 승산이 없다. 그래서 프레스와 도움 수비도 많이 한다. 수비 훈련에 한 시간 가량 투자한 뒤 나머지 훈련을 했다”며 “공격을 잘 하려고 수비를 하는 건데 수비를 잘 하면 쉬운 득점이 가능하고, 프로에서도 수비를 잘 해야 경기를 뛰기에 강조를 한다”고 덧붙였다.
화봉중 출신들은 재간이 좋고, 농구를 할 줄 알며, 기본 센스가 좋다는 평가를 듣는다. 여기에 선수들끼리 똘똘 뭉치는 조직력을 바탕으로 꾸준한 성적을 낸다. 김현수 코치는 “지방에서는 연습경기를 많이 하지 못한다. 그래서 2대2나 3대3 플레이, 개인훈련을 할 때 수비가 없어도 항상 경기처럼 하라고 한다. 힘들면 쉬더라도 하는척 하거나 나에게 혼나지 않으려고 대충하지 말라고 한다. 대회에서 나갔을 때처럼 다급하거나 조급한 마음으로 하는 연습이 되어 있어야 경기 때도 그렇게 된다. 훈련할 때 대충 하면 경기에 들어가 자신 있어 하지만 절대 그렇게 안 된다. 선수들에게 경기 전에 정신 차리고 있어야지 멍하게 경기에 들어가면 경기 중 정신 차려도 경기가 끝난다고 그런 마음 가짐을 강조한다”고 선수들에게 많이 주문하는 게 실전 같은 훈련과 준비된 자세라고 했다.
김현수 코치는 “어떤 지도자가 되어야 하는지 계속 고민 중이다. 중고등학교 지도자들도 공부와 병행한다. 요즘은 운동을 잘 시키려고 하지 않는다”며 “선수가 화봉중을 선택했다면 부모님들이 믿고 맡길 수 있는 지도자, 잘 하는 선수와 못 하는 선수가 있지만, 모든 선수들에게 관심을 가지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고 바라는 이상향을 전했다.
# 사진_한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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