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뤼팽' 이자벨 데조르주스 PD "韓 드라마의 미래, 정체성에 달렸다" [인터뷰]

이다원 기자 2021. 10. 22.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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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넷플릭스 ‘뤼팽’을 제작한 이자벨 데조르주스, 사진제공|서울드라마어워즈


한국 드라마 산업계가 꿈틀거리고 있다. 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OTT)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의 글로벌 흥행 이후 수많은 관심이 K콘텐츠에 쏟아지는 반면, OTT 플랫폼과 창작자의 저작권, 처우 개선에 관한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지적 재산권을 둘러싼 각국의 신경전이 점점 첨예해지는 요즘, K콘텐츠는 어떻게 걸어나가야 할까.

넷플릭스 인기시리즈 ‘뤼팽’을 제작한 이자벨 데조르주스(Isabell Degeorges) 프로듀서는 K콘텐츠의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조건으로 ‘정체성’과 ‘독특한 콘셉트’를 꼽았다.

“지금 비영어권 드라마가 전세계적 인기를 얻는 건 그 나라가 가진 다양성과 특성 때문이에요. 시청자들의 성숙도가 점점 올라가면서 원어로 된 드라마를 볼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이들이 늘어나고 있고, 리메이크작이 아닌 한국드라마 자체를 보면서 그 문화를 느끼려고 하는 것 같아요. 저도 K드라마가 워낙 콘셉트가 확실해서 예전부터 눈여겨보고 있었는데요, 이후에도 그 성공을 이어가려면 강력한 콘셉트를 유지하면서 정체성을 이어나가야 합니다.”

서울드라마어워즈2021 심사위원으로 내한한 이자벨 데조르주스 프로듀서는 최근 ‘스포츠경향’과 만나 프랑스 내 드라마 제작 환경과 K드라마의 미래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뤼팽’ 공식포스터. 사진제공|넷플릭스


■K드라마의 특성…“인간미·개성 있는 인물들”

서울드라마어워즈2021 심사위원으로 수많은 후보작들을 살펴본 그는 K드라마 특성으로 인간미와 개성 있는 인물들을 꼽았다.

“이번 심사를 하면서 느낀 건 작품들 속 다양성이 존재한다는 점이에요. 드라마의 질이 높아졌고요. 그 중 한국 작품엔 인간성이 강하게 느껴졌어요. 개성 강한 인물들이 나와 흥미롭고요.”

‘오징어 게임’은 ‘굉장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뤼팽’과 공통점을 발견했어요. ‘뤼팽’이 아빠를 잃은 남자의 복수를 그리면서도 프랑스 사회 속 소외된 사람들을 말했다면, ‘오징어 게임’은 소외되고 빚진 사람들의 목숨 건 게임을 그리면서 한국 사회 부조리를 짚죠. 한국 스타일의 감각이 있는 드라마라고 느꼈어요.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캐릭터들이라 국경 따지지 않고 공감할 수 있고요. 그래서 전세계적인 인기를 끈 것 같고요. K콘텐츠가 ‘오징어 게임’ 이후로 많은 게 바뀔 거예요. ‘뤼팽’보다 더 강력한 효과가 발생할 거고요. 한국인들의 연출에 관심을 갖게 될 거예요. ‘기생충’으로 한국 영화에 관심이 쏠린 것처럼, 이번엔 드라마가 재조명될 것 같아요.”


■“OTT와 저작권 문제, 佛 정부 법적 제한둬 보호”

‘뤼팽’은 ‘막달레인 유’ ‘오징어 게임’ ‘브리저튼’과 함께 넷플릭스 비영어권 콘텐츠 중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본 시리즈다. 성공 이후 그가 체감한 변화는 무엇일까.

“‘뤼팽’ 이후 프랑스 드라마에 많은 관심이 쏠리게 됐어요. 또한 굉장히 많은 협업 기회가 생겼고요. OTT가 대중화되면서 프로듀서로선 새로운 시장에 접근할 기회가 온 거죠. 많은 예산이 필요한 드라마 제작에 아마존, 디즈니플러스, 넷플릭스 같은 플랫폼 측에서 자금이 잘 조달되니 걱정없이 프로젝트에 뛰어들게끔 하고요. 또 OTT 아닌 공영방송은 대중을 끌어당길 수 있는 드라마를 제작해야하는 과제에 놓였죠. 더 도전적으로 변하게끔 했어요. 대중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하지만 OTT의 성행은 동전의 양면처럼 장점 못지 않은 약점도 안고 있다. 넷플릭스와 협업에선 제작사가 넷플릭스에 IP(지식재산권) 100%를 넘겨야 한다는 점이다.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한 제작사들의 피와 땀이 거대 자본 아래 잠식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프랑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에요. 넷플릭스와 협업 땐 프로듀서의 저작권이 넷플릭스에 귀속되죠. 유럽 연합에서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유럽의 아이디어들이 미국(넷플릭스)에 넘어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프랑스는 지난 7월부터 OTT에 있어서 프로듀서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법을 만들었어요. 프랑스에 들어온 OTT 경우 매출액 20%를 프랑스 드라마에 지원해야한다는 강제 조항이죠. 이렇게 관련법을 제정해서 지적재산을 보호해야만 모든 게 미국으로 넘어가서 다양성이 떨어지는 현상은 막을 수 있을 거예요. 다른 나라도 이런 법적 조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갈등을 해소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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