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순 "아직도 '박휘순'과 헷갈려 '마이네임'으로 내 이름 찾고싶다"[EN:인터뷰③]

[뉴스엔 이민지 기자]

(인터뷰②에 이어)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넷플릭스 시리즈 '마이네임'은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 조직에 들어간 지우(한소희 분)가 새로운 이름으로 경찰에 잠입한 후 마주하는 냉혹한 진실과 복수를 그렸다.

박희순은 '마이네임'에서 동천파 보스 박무진 역을 맡았다. 가장 믿었던 친구이자 형제 같았던 동훈(윤경호 분)의 죽음 이후, 그의 딸 지우를 조직원으로 받아들이고 경찰에 언더커버로 잠입시키는 인물이다.

박희순은 지우를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애쓰면서도 누구에게도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모습으로 궁금증을 유발하며 극의 긴장감을 높였다.

- 최무진은 분명 나쁜 놈인데 외로웠겠다는 생각이 든다. 돌아보면 최무진의 내면은 어땠을 것 같나 ▲ 최무진은 아무도 믿지 않고 마음을 열지 않는다. 그래서 외로울 수 밖에 없었고 고독할 수 밖에 없었다. 처음으로 마음의 문을 열고 속마음을 내비쳤던 사람에게 배신 당했을 때는 그간의 시간이 지워지는 느낌을 받았을 것 같다. 그리고 자기 정체성에 대한 혼돈도 왔을거다. 내가 좋아했던 그 친구는 무엇이고 나는 또 무엇인가 정체성의 혼란. 그렇게 때문에 더 폐쇄적이고 자기 번민으로 간거다. 최무진을 다 알지 못하겠지만 그의 외로움과 배신을 통해 느낀 고독함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다 생각하고 그걸 이해하려 노력했다.

- 영화에서 주로 활동해왔다. 드라마 출연을 결심하게 된 이유가 있다면? ▲ 드라마도 몇개 했다. '아름다운 세상'에서도 무진이었다. 인연이 있는 것 같다. '마이네임'이 시리즈가 아니라 영화였다면 최무진의 모습을 다 보여주지 못했을 것 같다. 다양한 모습과 다양한 감정, 서사, 여러가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거란 생각에 끌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판단이 맞았던 것 같다.

- 최무진의 부하로 호흡을 맞춘 배우 장률, 이학주와의 케미도 인상적이었다 ▲ 액션스쿨에서 훈련한 두달 안에 그들의 장단점, 고민, 유머와 위트를 다 파악했고 나도 내보였다. 연기하는데 있어서 서로 불편한게 하나도 없었다. 장률 배우는 연기로는 유명한 배우다. 여린 친구인데 어떻게 그런 연기를 했는지, 우리한테 보여준게 다 거짓인지 의심할정도로 폭발적이었다. 제작발표회 때 그래서 단언할 수 있었다. 이 작품이 장률이 다크호스라고. 여러분이 확인하셔서 뿌듯하다. 태주 역할 맡은 이학주 배우는 아직 1도 보여주지 않았다. 그의 매력은 무궁무진하고 까도까도 보석 같은 배우라 이 배우의 매력을 어떤 감독이 먼저 캐치해서 써먹을지 아주 기대된다. 어떤 장르를 해도 할 수 있다. 실제로 너무 재밌고 내가 딱 좋아하는 유머 스타일이다. 액션도 잘한다. 그렇게 돌려차기를 잘하는 배우가 있을까 싶다.

- 무진과 지우의 마지막 액션 신이 인상 깊은데 힘든 점은 없었나 ▲ 그 신을 찍을 때 소희양은 이미 입구에서부터 엘리베이터, 복도까지 계속 촬영을 해왔다. 지우가 지쳤듯 소희양도 엄청 지쳐있는 상태였다. 이 친구가 다칠까봐 조마조마했다. 사고가 안나게 했다. 훈련을 계속해와서 소희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에 크게 다치지 않겠구나 하면서도 노력했다. 감정적으로 둘 다 올라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서로 너무 힘들긴 했다. 액션만 하면 되는게 아니라 감정적인 면이 있었다. 서로 많이 애썼다.

- 지우와의 캐모마일 티 장면에서 무진의 감정은 어땠을까 ▲ 유일하게 지우와 무진이 사건 없이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신이었다. 최무진의 편안한 얼굴을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신이라 재밌게 하려 노력했는데 감독님이 '저러고 죽일거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단순하게 갈 수 없었다. 모든 신, 모든 장면에서 최무진의 이게 진짜일까, 가짜일까 질문하면서 이 작품을 보면 소름 끼칠 것 같다.

- 극 중에서 무진은 모든 부하를 잃었다. 누구의 죽음이 가장 안타깝게 다가왔나 ▲ 물론 태주다. 태주는 가장 믿는 친구였지만 그 친구에게 온 마음을 다 열지 않았다. 동훈이의 영향이 컸던 것 같다. 자기가 믿고 믿으려고 노력하지만 동훈이에게 받은 상처 때문에 모든 마음을 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믿었던 친구가 죽었으니까 슬픔은 굉장했을거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액션신이 있다면? ▲ 마지막 지우랑 하는 신이 가장 어렵고 힘들었지만 강재랑 하는 신이 굉장히 위험했다. 철판 위에 올라가서, 높은 곳에서 하는데 평지에서 그 액션을 맞춰보고 연습했는데 경사 있고 난간이 있는 곳에서 한다는게. 그날 또 너무 추웠다. 첫 합을 맞추다가 손가락이 꺾였다. 부상을 안고 시작한거다. 공교롭게도 땅이 진창이라 장률 배우도 첫 액션 시퀀스 하다 발목이 접질렸다. 난 손이 다치고 그 친구는 발이 다친 상태에서 했다. 촬영이 중단될 정도로 큰 부상은 없었지만 이런 작은 부상은 달고 살았다. 그 속에서도 끝까지 해낸 장률 배우가 기특하고 나 스스로도 해내지 않으면 재촬영을 해야하고 노력과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해냈다.

- 한소희가 앞선 인터뷰에서 '박희순이 독수리 오형제의 대장님'이라고 하셨는데 분위기가 어땠나 ▲ 배우들 성격이 다 달랐다. 각자 집에도 한번씩 가봤고 안 친해질래야 안 친해질 수 없었다. 자기가 없는 신에도 다들 노심초사 했다. 어려운 장면인데 잘 찍었을까. 다치지 않았을까. 톡방이 잠시도 쉬지 않고 돌아갔다.

- 한소희는 첫 액션 도전에 주인공으로 부담도 있었을텐데 선배 입장에서 볼때 어떤 후배인가 ▲ 한소희 배우를 처음 만난게 액션스쿨이었다. 먼저 액션 연습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파주 근처 지나가다 액션스쿨이 있길래 걱정도 되고 궁금하기도 해서 찾아갔다. 찾아가기 전에는 우리가 봐왔던 TV에서 봤던 여리여리하고 예쁘고 CF에서 튀어나온 듯한 인물이라 생각했는데 깜짝 놀랐다. 열흘 됐다는데 복싱하는 폼이 나오더라. 남자도 열흘해서 그 정도 폼이 나오기 쉽지 않은데 운동을 한번도 안해봤다는 애가 사기를 치는건가 싶을 정도로 너무 깜짝 놀랐다. '너는 운동을 안해봤다면서 몸을 이렇게 잘 쓰니' 했는데 얼굴에서 너무 행복하고 재미있어 하는게 보이더라. 그 모습이 너무 예뻐보였다. 그 이후에는 소희가 얼굴이 예쁘다 생각한 적이 없는데 하는 짓, 마음 씀씀이가 너무 예뻤다. 편견없이 좋은 동생, 배우라고 생각했다.

- 여전히 개그맨 '박휘순'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다 ▲ '마이네임'을 하면서 소망이 하나 있다면 내 이름을 찾았으면 좋겠다. 날 좋아하시는 분들도 날 박휘순으로 아는 분들이 많다. '마이네임 is 박희순'인데 아직도 그렇다. '마이네임'을 통해 내 이름을 찾았으면 좋겠다(웃음)

(사진=넷플릭스)

뉴스엔 이민지 oing@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en@newsen.com copyrightⓒ 뉴스엔.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