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낸 오딘·도깨비, 어떤 매력이.." 게임 돌풍 이끈 2인

2021. 10. 22.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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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온하트 '오딘:발할라 라이징' 김범 AD
게임서 낯선 '북유럽 신화' 디테일 승부수
"탁트인 배경 지평선 '심리스 월드' 도입"
펄어비스 '도깨비' 김상영 PD
'실존도시 그대로 옮긴 듯' 생생 맵디자인
"플레이 할 때 '잘하고 있구나' 느낌 중요"
‘오딘: 발할라 라이징’의 아트 총괄을 맡고 있는 김범 AD. 넥슨 ‘마비노기 영웅전’, ‘야생의 땅 듀랑고’ 등으로 이미 스타덤에 오른 그는 게임원화 지망생들의 롤모델로도 꼽힌다.
‘오딘: 발할라 라이징’ 이용자는 탁트인 배경과 멀리 보이는 산, 지평선 등 풍광을 즐길 수 있다.
라이온하트가 개발하고 카카오게임즈가 서비스하고 있는 ‘오 딘: 발할랄 라이징’ 이미지.
‘오딘: 발할라 라이징’에서 게이머는 마법사전사, 정찰자, 사제 등 4개 클래스(직업)을 선택할 수 있다. 직업과 육성 방식별로 능력치를 높여주는 의복(아바타)을 구매할 수 있는데, 이는 곧 게이머들의 몰입과 캐릭터에 대한 애착으로 연결되는만큼 오딘은 생산성 리스크를 포기하고 수백개의 아바타를 따로 제작했다.
‘오딘: 발할라 라이징’이 기존의 MMORPG와의 차별화에 성공한 배경에는 디테일한 비주얼라이징이 자리잡고 있다. 대표적인 요소가 ‘심리스’형 비주얼이다. 지역과 지역, 콘텐츠와 콘텐츠 사이를 이동할 때마다 로딩 시간을 요구해 몰입도를 떨어트리는 기존 게임과 다르게, 오딘 유저는 광활히 펼쳐진 지평선 등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카카오게임즈 제공]
‘도깨비’의 애니메이션과 모션캡처를 담당하고 있는 김상영 리 드 프로듀서. 그는 지금의 펄어비스를 있게 한 게임 ‘검은사막’ 애니메이션을 담당하는 등, 10년 동안 펄어비스에 몸 담으며 액션 디자인을 이끌고 있다.
‘도깨비’가 트레일러 영상만으로 전 세계 게이머들을 설레게 한 데에는, 실사에 가까운 맵 디자인이 자리하고 있다. 실제 트 레일러 영상에 소개된 마을은 울릉도를 참고해 설계됐다.
펄어비스에서 운영하고 있는 모션캡처실. 실제 사람이나 동물 몸에 센서를 부착해 움직임을 연기하고, 사방에 배치된 100대 의 카메라가 이를 감지해 동작을 그래픽으로 구현해낸다. 스케 이트보드와 자전거를 타는 등 도꺠비 캐릭터의 사실적 모션은 이렇게 탄생했다.
펄어비스가 개발하고 있는 ‘도깨비(DokeV)’ 이미지. [펄어비스 제공]

올 한해 국내 게임업계의 주요 장면을 꼽으라면 스타트업 개발사 라이온하트와 중견 게임사 펄어비스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라이온하트가 개발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오딘: 발할라 라이징’은 지난 4년간 국내 게임 매출 1·2위를 지켜온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시리즈를 왕좌에서 끌어내렸다. 펄어비스가 개발 중인 액션어드벤처 ‘도깨비’는 글로벌 게임쇼에서 공개한 예고영상(트레일러)만으로 전 세계 극찬을 받았는데, 그 열기는 회사 주가를 하루 만에 두자릿수 급등시킬 정도였다.

두 게임의 공통점은 기존 게임들과 비교해 시각적 측면에서 탁월함을 보였다는 점이다. 단순히 그래픽을 밀도 있게 개발해내는 기술적 측면에 그치지 않고, 콘셉트, 배경, 연출, 애니메이션 등 이용자의 몰입을 끌어올리는 주요 시각 요소에서 경쟁 콘텐츠들과 차별화에 성공했다.

대형사들 틈바구니에서 어떻게 이처럼 주목받는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었을까. 오딘의 아트 총괄을 맡고있는 김범 아트디렉터, 도깨비의 애니메이션을 책임지는 김상영 프로듀서와 진행한 각각의 인터뷰를 토대로 두 게임의 매력을 해체해봤다.

몰입은 디테일한 ‘맵 디자인’에서부터

오딘은 그간 국내 게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북유럽 신화’를 배경으로 한다. 참신함은 강점이었지만, 반대로 익숙지 않은 소재라는 점을 해결해야 했다. 개발진이 선택한 해결법은 ‘디테일한 시각화’였다.

김범 AD는 “판타지 소재에 기반해 대중들에게 북유럽이라는 소재가 가깝게 느껴질 수 있도록 디테일하게 비주얼라이징 하는 데 많은 신경을 썼다”고 강조했다.

그 결과물 중 하나가 ‘심리스’형 비주얼이다. 심리스란 어디로 이동하든 끊김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맵을 뜻한다. 기존 MMORPG에선 캐릭터가 지역과 지역, 콘텐츠와 콘텐츠 사이를 이동할 때마다 로딩 시간을 요구하는데, 이는 게임의 몰입도를 떨어트린다. 오딘은 이를 해결함으로써 ‘제2의 현실’을 표방하는 RPG 본연의 몰입감을 끌어올렸다. 자연스레 유저는 게임 속 세계관에 보다 빨리 익숙해질 수 있었다.

김범 AD는 “특히 지평선 연출 부분에 공을 많이 들였는데, 탁 트인 배경이나 지평선이 보이는 심리스 월드를 도입했다. 이것이 오딘의 세계관과도 잘 맞아떨어졌다”고 설명했다.

‘한국인의 입맛’이라는 디테일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북유럽이라는 소재는 어떻게 조리하느냐에 따라 한국인에게 맛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는 양면성이 있었다”며 “대다수의 한국인은 네덜란드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갖고 있을지 고민했고, 이를 토대로 소재를 조리했다”고 전했다.

펄어비스의 도깨비가 극찬을 받은 이유 또한 실존하는 도시를 그대로 옮겨온 것만 같은 생생한 맵 디자인이었다. 펄어비스가 지난 8월 유럽 최대 게임 축제인 게임스컴 2021에서 공개한 도깨비 트레일러 영상을 보면, 도로와 펜스, 돌담, 가로수, 한옥 등 실제 우리 주변이나 여행지에서 마주칠 수 있는 풍광이 디테일하게 구현됐다. 실제 트레일러에 등장한 마을은 울릉도를 모티브로 디자인됐다. 펄어비스는 도깨비 세계를 ‘돌아다니기만 해도 즐거운 광대한 오픈월드’로 개발할 것을 예고했다.

김상영 PD는 “실제 울릉도와 고저차 등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현실과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다”며 “부산에 살았었던 경험, 서울에 있는 한옥 마을에 가봤던 추억, 문경새재를 넘어갈 때의 풍경 등 친숙한 것들을 참고했다”고 말했다.

비주얼에 있어서는 양보 없다...게임에 깃든 장인 정신

오딘은 무엇보다 ‘효율성’을 중심에 두고 개발된 게임이라고 김범 AD는 평가했다. 스타트업이 개발하는 대작 게임인 만큼, 일정 부분에서는 타협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게임성과 직결되는 핵심 비주얼에서 만큼은 양보가 없었다.

대부분의 RPG 게임은 게임 속 캐릭터의 능력치를 높여주는 일종의 의상과도 같은 ‘아바타’를 획득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 이때 능력치를 얼마나 부여하느냐가 핵심이고, 디자인은 부수적 요소로 취급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김범 AD는 “오딘은 생산성 리스크를 안고 아바타 의상을 대부분 따로 제작해, 유저들이 애착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고 전했다.

김범 AD는 오딘에 대해 “생산, 가격, 품질이라는 상품 경쟁력의 기본요소 모두에서 우위에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품질은 콘텐츠에서 게임 전반을 아우르는 그래픽을 생각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딘을 통해 캐릭터와 아바타, 탈것, 혹은 환경 요소 등에서 지속적으로 만족할 수 있는 디자인을 구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펄어비스 역시 도깨비를 통해 장인 정신을 드러냈다. 펄어비스의 창업자이자 도깨비 개발을 총괄하는 김대일 의장이 개발자들에 “한 픽셀도 쉬어가지 말 것”을 주문한 것은 유명하다.

비주얼에 대한 집착은 ‘역시 액션은 펄어비스’라는 유저들의 평가에서도 확인된다. 아무리 캐릭터와 맵을 매력적으로 디자인했다고 해도, 게임 속 애니메이션이 어설프면 몰입감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펄어비스는 자체 보유한 3차원(3D)스캔 스튜디오, 모션캡처 스튜디오 등을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실제 사람이나 동물 몸에 센서를 부착해 움직임을 연기하고, 100여대의 카메라가 이를 감지해 동작을 그래픽으로 만들어낸다. 우산을 펼쳐 하늘을 날고, 스케이트보드와 자전거를 타는 캐릭터 모션의 사실감은 이렇게 탄생했다.

김상영 PD는 “액션 디자인은 플레이할 때 ‘잘 해 보인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며 “실제로 컨트롤은 간단한 편이지만, 화면에서 볼 때는 ‘내가 굉장히 잘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구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높아지는 이용자 눈높이...어떻게 대비하고 있나

이제 게임은 단순히 준수한 그래픽과 흥미로운 스토리만으로는 이용자를 매료시킬 수 없다. 3차원의 가상 공간 ‘메타버스’가 모든 산업군의 주류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게임 역시 마치 현실과 같은 몰입감을 선사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이같은 이용자 기대를 충족하기 위해 펄어비스는 게임 기술과 디자인 연구에 특화된 ‘펄어비스 아트센터’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기존에도 3D스캔, 모션캡처 스튜디오를 운영했지만, 보다 규모 있는 시네마틱 기술력을 구현하기 위해 3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투자했다.

김상영 PD는 “아트센터에 들어설 신규 모션 캡처 스튜디오는 300평 규모로 150대이상의 카메라가 설치되는 층고 9m 이상 대공간으로 지어진다. 와이어 액션부터 부피가 큰 물건이나 동물 등 공간의 제약 없이 다채롭고 효율적인 모션 캡처 촬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깨비를 비롯한 펄어비스의 게임 모두에 펄어비스의 대표 지식재산권(IP)인 검은사막, 붉은사막은 물론 도깨비 등 신작 개발에도 아트센터의 기술력이 투입될 전망이다.

김범 AD 역시 시네마틱 기술력을 최근 게임 업계의 트렌드로 꼽으면서도, 당장은 기술보다는 콘텐츠 본연의 감성에 주목했다. 최근 전 세계 게임 그래픽은 해외 콘솔 게임 시장의 발전에 맞춰 성장하고 있는데, 국내의 경우 기기 환경이 비교적 열악한 모바일 게임을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국내 시장을 공략하는 모바일 게임은 늘 해외 콘솔 게임과 비교되고, 이 간극은 개발자들의 노력만으로는 극복하기 힘들다는 게 김범 AD의 진단이다.

김범 AD는 “이런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선 하드웨어적 성능에만 의존하기보다 제품에 드러날 감성적 포지션과 연출 품질의 발전을 추구하는 것이 앞으로 훨씬 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준선 기자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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