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기득 노조에 묻힌 노동진화

이용권 기자 입력 2021. 10. 22. 11:30 수정 2021. 10. 22.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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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 미국 다빈치연구소장은 최근 각종 강연을 통해 코로나19 이후 기존 일자리 산업 구조가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디지털, 온라인 산업에 따른 일자리 대전환이다.

이미 단순노동 중심의 제조업은 로봇으로 대체되기 시작했으며, 자율주행차, 드론, 메타버스 등 일자리 변혁을 예고하는 신산업의 상용화도 임박했다.

현재 일자리 관련 노동법은 1차 산업혁명시대에 만들어진 근로자 개념에 기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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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권 사회부 차장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 미국 다빈치연구소장은 최근 각종 강연을 통해 코로나19 이후 기존 일자리 산업 구조가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재택 및 원격 근무가 보편화하고, 수많은 업종이 24시간 영업체제로 바뀔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교육분야에선 10년 뒤 대학 절반이 문을 닫고, 인공지능(AI)의 무인 원격 교육 시대도 예견했다. 디지털, 온라인 산업에 따른 일자리 대전환이다. 이른바 ‘초연결’ ‘초융합’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시대의 본격 도래이기도 하다. 사실 코로나19 이전에도 전통적인 노동의 종말은 예견된 바 있다. 이미 단순노동 중심의 제조업은 로봇으로 대체되기 시작했으며, 자율주행차, 드론, 메타버스 등 일자리 변혁을 예고하는 신산업의 상용화도 임박했다.

이때 필요한 건 시대에 적합한 법과 제도다. 현재 일자리 관련 노동법은 1차 산업혁명시대에 만들어진 근로자 개념에 기초했다. 근로기준법에는 1일 8시간 주 40시간 등의 법정 근로시간을 정해놨는데, 원격·재택근무가 활발한 4차 산업혁명시대에 일괄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근로시간과 생산량이 비례하는 전통적 제조업은 첨단로봇과 AI 등으로 대체되고, 창의성이 요구되는 일자리에선 근로시간의 양적 증가가 꼭 성과와 연결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세계적 기업 구글은 출퇴근 시간이 따로 없고, 일하고 싶을 때 일한다. 다만, 성과에 대한 평가는 철저하다. ‘자율과 책임’이 창의성과 생산성을 극대화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국내는 여전히 제조업과 서비스업은 물론 창의성을 요구하는 창작 및 개발업무조차도 획일적인 근로시간이 적용된다. 현장에서는 업종별 기준이 달라야 한다는 목소리를 끊임없이 내고 있지만, 정부는 신산업·신기술 인력을 양성하겠다는 장밋빛 미래만 내세울 뿐, 그들이 겪을 이런 제도의 허점은 거대노조 눈치를 보느라 손도 못 대는 상황이다. 비정규직 제로, 공공 일자리 확대 등 당장 눈에 드러나는 포퓰리즘 대책만 강조하고 있다.

민주노총 역시 일자리 변화에 대한 대응보다 매년 비정규직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전통적인 노동의 틀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는 듯 보인다. 그나마 일자리 변화에 대한 대응으로 20일 총파업에서 내세운 ‘산업 전환기 일자리 국가책임제 쟁취’도 능동적인 대응보다는 국가에 책임을 전가하는 모양새다. 되레 현대자동차 노조는 시대 변화 흐름에 맞춰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경차 캐스퍼의 대박 행진에 판매직 노조원의 실적에 영향을 끼친다는 이유로 온라인 판매 금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근로 유형이 비슷했을 때는 이해관계도 유사해 노조 단결이 쉬웠지만, 새로운 시대 일자리는 방식, 시간, 장소 등 근로 유형이 모두 제각기 다르고 개인의 역량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성과를 낸다. 이미 사무직이 생산직 중심의 노조에 반기를 들고, MZ세대는 상급 노조단체의 정치구호를 거부하는 시대가 됐다. 현재의 대립적 노사관계는 동력도 얻지 못하고 불필요한 비용만 낭비하는 셈이다. 일자리는 진화하고 발전하는데, 노조와 정부가 움직이지 않으면 그 피해는 미래 세대뿐만 아니라 기득 노조에도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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