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정치인의 거짓말 수법

기자 2021. 10. 22.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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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입에서 나오는 것은 숨 쉬는 것 빼고 다 거짓말이란 말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 중 3만573번의 거짓말과 왜곡된 주장을 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유리한 정보만 골라 취하고 나머지 정보나 더 중요한 사실은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체리피킹(cherry picking)', 모두 저 사람 탓이라고 주장하는 '악마 만들기', 겨우·고작 등의 표현을 동원하는 '조롱과 묵살'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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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 논설위원

정치인 입에서 나오는 것은 숨 쉬는 것 빼고 다 거짓말이란 말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 중 3만573번의 거짓말과 왜곡된 주장을 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궤변으로 사실을 호도하거나 프레임 전환을 통해 책임을 전가하면 위기에서 벗어나거나 당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진영논리가 강화되면서 유권자들은 지지하는 정치인이 거짓말을 해도 지지를 철회하지 않는다. 심지어 진실로 믿는 경우도 있다. 과학 전문 저널리스트 데이브 레비턴은 ‘과학을 조작하는 정치인의 수법’을 12가지로 분류했다. 3가지는 정치 일반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유리한 정보만 골라 취하고 나머지 정보나 더 중요한 사실은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체리피킹(cherry picking)’, 모두 저 사람 탓이라고 주장하는 ‘악마 만들기’, 겨우·고작 등의 표현을 동원하는 ‘조롱과 묵살’이 그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18일 대장동 비리 관련 국회 국정감사 답변에서 이 수법들을 구사했다. 이 후보는 대장동 개발의 공익 환수 규모가 5503억 원이라고 주장하면서 8500억 원대의 수익이 소수 민간업체에 돌아간 사실은 외면했다. 전형적인 체리피킹이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벌어진 비리를 일부 직원의 일탈로 의미를 축소한 것도 같은 수법이다. 대장동 공영개발을 막은 것이 국민의힘이고 이익을 취한 것도 국민의힘 측 사람이라는 주장은 ‘악마 만들기’다. 피감기관장이 이례적으로 ‘돈 받은 자 = 범인, 장물 나눈 자 = 도둑’이란 그림판을 들고나온 것도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조롱과 묵살’ 기교도 화려했다.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이 성남 지역 조폭 조직원의 진술서와 이 후보에게 전달했다는 현금다발 사진을 공개하자 이 후보는 “어디서 찍은 건지 모르지만 노력 많이 하셨다”고 조롱 섞인 답변을 했다. 질문 도중 수차례 “큭큭큭” 웃음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 후보는 국감 마무리 발언을 통해 “국감을 통해 실체가 대부분 드러났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 후보 지지자들은 “사이다처럼 의혹이 해소됐다”며 환호했다. 그러나 기교로 진실을 덮을 순 없다. 이 후보는 자신의 언변과 지지자들의 호응에 도취해 국민의 허탈감과 분노를 외면했다. 그 대가는 5개월이 채 남지 않은 대선 과정에서 치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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