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네임' 액션에 베드신까지, 한소희는 나무랄 데 없었지만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1. 10. 22.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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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네임', 김진민 감독에게 이 작품은 어떤 이름으로 남을까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오징어 게임>으로 인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K드라마 전반에 대한 전 세계의 이목은 그 어느 때보다 집중된 상황이다. 넷플릭스 순위 사이트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전 세계 TV쇼 부문에 1위인 <오징어 게임>에 이어 <마이 네임>이 3위, <갯마을 차차차>가 7위 그리고 <연모>가 10위로 새로이 진입했다.

그간 <킹덤>부터 <스위트홈> 같은 일련의 K드라마가 넷플릭스에서 점점 팬층을 확보하고 있던 와중에 <오징어 게임>이 신드롬을 일으키면서 그 파급효과가 다른 K드라마들에도 미치고 있다고 분석된다. 개인화된 알고리즘 방식으로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제시되는 넷플릭스 시스템을 생각해보면 무수히 많은 콘텐츠들 중 <오징어 게임>이 앞에서 끌어주면서 함께 추천되는 K드라마들의 위상이 동반상승되는 건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 중 <마이 네임>은 진입과 동시에 순위가 급상승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미 넷플릭스에서는 <인간수업>으로 그 연출력을 인정받았던 김진민 감독의 차기작이라 기대도 높았던 작품이었다. <인간수업>이 남다른 평가를 받았던 건, 국내 플랫폼에서는 도무지 다룰 수 없었던 청소년 성매매에 대한 소재들을 과감하게 풀어냈다는 점 때문이었다. 이것은 국내 플랫폼들과의 차별성을 강조하던 넷플릭스로서도 전략적으로 잘 맞아 떨어지는 선택이 됐다.

그렇다면 <마이 네임>은 어떨까. 이 작품 역시 수위로 보면 국내 플랫폼의 드라마로서는 거의 다뤄지지 않은 소재와 표현들이 담겼다. 드라마라기보다는 범죄 느와르 장르의 영화에 가깝다. 19금 콘텐츠로서 폭력 수위는 그 영화들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게다가 베드신도 들어 있다. 연출로 보면 드라마로서는 할 수 없는 영역의 표현 수위를 보여준 셈이다.

<마이 네임>은 범죄 느와르 장르의 그 익숙한 문법을 거의 충실하게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 조직에 들어간 지우(한소희)가 범인이 경찰 내부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윤혜진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경찰 활동을 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그 설정은 우리에게 과거 홍콩 느와르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영웅본색>에 이어 <첩혈쌍웅>으로 이어지다가 주춤했지만 <무간도> 같은 작품으로 이어졌던 홍콩 느와르의 이야기가 그것들이다.

실제로 김진민 감독은 매체 인터뷰를 통해 언더커버 소재의 정석처럼 불리는 <무간도>를 참고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그 차별성으로 <무간도>가 정체를 숨기려는 쪽에 집중했다면, <마이 네임>은 그 정체를 알게 된 후 벌어지는 일에 집중했다는 점을 들었다. <무간도>가 정석이라면 <마이 네임>은 변칙이라는 것.

이러한 차별성을 이야기하지만 <마이 네임>의 서사는 <무간도>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대신 <무간도>와 다른 진짜 차별성이라고 하면 아마도 지우라는 여성 주인공을 전면에 내세운 느와르라는 점이 아닐까 싶다. 물론 영화 <마녀>나 <악녀> 같은 작품들이 강력한 여성 히어로의 액션을 선보인 바 있지만 <마이 네임>의 지우라는 여성이 살벌한 조직 속에서(그것도 남성들이 대부분인) 그들과 싸우며 생존하고 성장하고 결국은 하나하나 무너뜨리는 그 과정에서 보여주는 액션들은 남자 느와르 장르의 액션들과는 확연한 차별을 보여준다.

힘만으로는 이길 수 없는 싸움에서 적의 급소만을 노리는 액션이나, 쓰러질 듯 쓰러질 듯 쓰러지지 않고 끝까지 일어나는 그 근성과 절실함이 묻어난 액션은 지우 역할을 연기한 배우 한소희가 그간 해왔던 연기들과 그로인해 의도치 않게 만들어졌던 이미지들을 지워버릴 정도로 강렬했다. <마이 네임>은 그래서 배우로서의 한소희에게도 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처럼 자신의 정체성을 묻는 작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믿고 보는 배우들인 박희순이나 김상호 같은 중견들이 든든히 느와르의 긴장감을 끝까지 놓치지 않게 해주고, 최근 다양한 연기 색깔을 보여주는 안보현이 한소희와 맞춰가는 연기 합도 주목할 만하다. 그래서 <마이 네임>은 깊이 생각하지 않고 장르물을 즐기겠다는 시청자들에게는 충분히 시간 순삭의 몰입감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장르 자체에 충실한 서사와 이를 구현해낸 액션 그리고 끝까지 긴장감을 이어가는 배우들의 호연이 더해진 '웰메이드' 작품인 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K콘텐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져서인지, <마이 네임>의 이런 선택이나 성취는 어딘가 미진한 아쉬움을 남긴다. K콘텐츠에 대한 글로벌한 반응들이 나오는 건, 장르물을 잘 이해하고 잘 만들어내면서도(보편적 공감대를 만든다) 동시에 한국 콘텐츠만이 갖는 차별적 색깔들(이를 테면 사회비판적 메시지 같은)이 담겨져 있어서다. 물론 모든 작품들이 진지하고 무거울 필요는 없지만, 김진민 감독의 넷플릭스 전작인 <인간수업>이 줬던 신선한 충격을 떠올리면 너무 장르물 쪽으로만 기운 듯한 <마이 네임>에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K콘텐츠는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플랫폼이 요구하는 장르물에 충실한 강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런 대중적이고 재미적인 요소만이 아닌 한국 콘텐츠 고유의 색깔이 더해져야 이른바 'K콘텐츠'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을 것이다. <마이 네임>이 지우라는 인물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졌듯이, 김진민 감독에게 이 작품은 어떤 이름(정체성)으로 남게 될까. 점점 글로벌화 되고 있는 K콘텐츠들이 이제는 모두 한 번쯤 스스로에게 질문해봐야 하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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