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트리올 하늘을 보며, 영종도 바람의 연주를 듣는다

장재선 기자 2021. 10. 22. 10:3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 아트스페이스에서 관람객이 허먼 콜겐의 작품 ‘어반 윈드’를 살펴보고 있다. 전시장 바닥의 영상은 캐나다 몬트리올 하늘을 보여주고, 공중에 매달려있는 아코디언들은 영종도 바람 데이터를 전기신호로 받아서 음악 소리를 낸다.

■ 加 미디어 아티스트 콜겐, 파라다이스시티서 전시회

핵연구자·생물학자와 협업한

신작 5점 대규모 공간에 설치

“코로나시대 인간·자연관계 성찰

집대성한 개인전 亞에선 처음”

강이연 등 국내외 작가와 함께

파사드·라이브 퍼포먼스도 펼쳐

인천=글·사진 장재선 선임기자

인천의 바람과 몬트리올의 하늘이 예술을 통해 만났다. 캐나다 출신 세계적 미디어 아티스트인 허먼 콜겐(64·사진)의 작품 ‘어반 윈드(URBAN WIND)’에서다. 허공에 떠 있는 13개의 아코디언은 인천 영종도에 실제로 부는 바람으로 연주한다. 센서로 감지한 풍속, 풍향 등의 데이터를 전기신호로 아코디언에 전송하는 방식이다. 아코디언의 연주음은 실시간으로 감지한 바람의 변화에 따라 계속 바뀐다. 전시장 바닥의 LED 화면에 흐르는 영상은 캐나다 몬트리올의 하늘 모습이다. 영종도 바람이 연주하는 음악을 청명한 몬트리올 하늘이 함께 듣는 듯한 느낌을 준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류에 엄청난 위기를 몰고 온 것을 보며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더 많이 생각하게 됐습니다. 모든 것은 서로 연결돼 있고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주목했지요.”

지난 13일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PARADISE CITY)에서 만난 콜겐은 포스트 팬데믹 시대의 이면 풍경을 탐구하는 작업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그는 파라다이스시티 내부의 아트 스페이스를 비롯한 5개 공간에서 대규모 전시를 열고 있다. 내년 2월 6일까지 이어지는 전시는 ‘인스케이프-보야지 투 히든 랜드스케이프(INSCAPE-Voyage to Hidden Landscape)’라는 제목으로 신작 5점을 포함한 총 8점을 선보인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내면과 외면의 경계를 묻는 작품들이다.

콜겐은 설치, 영상, 영화, 음악, 퍼포먼스 등을 전방위로 융합한 작품으로 명성을 쌓아왔다. 전시에 맞춰 한국에 온 그는 전시 장소에 대한 만족감을 수차례 표현했다. 예술과 오락, 휴식 공간이 함께 있는 아트테인먼트 리조트가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관객과 소통하려는 자신의 작품에 어울린다는 것이다. “제 작품을 집대성한 개인전을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선보입니다. 아주 특별하게 생각합니다.”

그는 물놀이장 ‘씨메르’의 스파에 영상 작품 ‘오쿨라(OKULA)’를 설치한 것은 “정말 완벽했다”며 어린아이처럼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오쿨라는 세 벽면에 LED 영상을 띄우고 수면(水面) 반사를 통해 시각의 환영을 탐구한 작품으로, 미려함과 기괴함이 교차한다.

콜겐은 “핵 입자 충돌을 영상으로 형상화한 작품(‘ISOTOPP’)은 프랑스 국가 핵물리 연구센터 연구자들과 2년간 협업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인간과 자연을 구성하는 본질 요소를 생각해보기 위한 것으로, 영상 속 데이터는 프랑스에서 실시간으로 전송된다.

바이러스를 다룬 작품 ‘박테리움(BAKTERIUM)’은 생물학자인 탈 다니노(Tal Danino), 한국 큐레이터 제이 뱅(Jay Bang·방재훈)과 협업했다. 제이 뱅은 “캐나다에 있는 콜겐과 2019년부터 접촉하며 이번 전시를 기획했고, 코로나 팬데믹이 발생한 후 주제를 구체화했다”고 전했다.

작가와 큐레이터가 원격 화상으로 소통하며 작품 설치를 진행한 것이 이번 전시의 특징 중 하나이다. 콜겐은 “녹고 있는 알래스카 빙하를 주제로 한 프로젝트도 구상하고 있다”며 “이런 프로젝트를 한국 아티스트들과 함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파라다이스시티는 콜겐의 전시를 기념해 21∼24일 인스케이프 슈퍼 위크 페스티벌을 연다. 콜겐을 포함해 루커스 패리스, 매슈 비더맨, 마키나, 여노 등 5명의 국내외 미디어 아티스트가 라이브 퍼포먼스를 무관중 온라인으로 펼친다.

콜겐과 강이연 작가가 각각 만든 80m짜리 미디어 파사드도 선보일 예정이다. 최윤정 파라다이스문화재단 이사장은 “이번 축제가 해외 파트너들과 함께 세계 무대로 나아갈 수 있는 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파라다이스시티에선 기획전 이외에 상설전을 통해 제프 쿤스의 ‘게이징 볼-파르네스 헤라클레스’ 등 걸작들을 만날 수 있다. 10만여 평의 리조트 곳곳에 데이미언 허스트, 쿠사마 야요이 등의 해외작가와 이세현, 이용백, 김명범 등 국내 작가 3500여 점의 작품이 포진돼 있어 눈을 즐겁게 한다.

전동휘 파라다이스시티 아트팀 부장은 “꼭 투숙을 하지 않더라도 가족, 친구들과 함께 와서 아트 투어 안내도에 따라 예술 산책을 하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귀띔했다.

[ 문화닷컴 | 네이버 뉴스 채널 구독 | 모바일 웹 | 슬기로운 문화생활 ]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