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로만 소통하는 사회, 공동체 연결고리의 소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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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추얼'.
디지털화에 따른 과도(過度) 소통이 문제가 될 정도인데, 공동체의 상실을 염려하는 건 과도한 해석 아닐까.
온라인에서 우리는 점점 더 연결되고 있지만, 그것은 '공동체 없는 소통'으로, 외로움만을 증가시킬 뿐이다.
신체적 차원이 깃든 공동체의 소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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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추얼의 종말│한병철 지음│전대호 옮김│김영사
‘리추얼’. 의례, 전례, 의식, 축제…. 종말이라니. 사회가 분화하며 사라진 관습이나 간소화된 형식을 말하는 것이라면, 의심과 의문의 과정을 거친 ‘소멸’이라 칭하는 게 더 맞지 않을까. 책에서 말하는 ‘리추얼’의 꼴을 좀 더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피로사회’ ‘투명사회’ 등을 통해 늘 우리가 당면한 문제에 집중해 온 저자는, 신자유주의가 앗아간, 다시 말해 생산과 소비에 방해가 되는 것으로서 제거된 ‘리추얼’을 이야기한다. 예컨대, 이벤트처럼 드물어진 온 가족이 함께하는 저녁 식사, 온라인 만남보다 불편해진 얼굴과 눈을 마주한 인사다. ‘함께’와 ‘머무름’이 주는 안정감, ‘공동의 느낌’ 같은 것들. 저자는 이러한 ‘리추얼’이 “정처 없는 삶을 정박할 수 있게 해주는 단단한 닻”이며, “일정한 형식과 규칙에 몰두하게 함으로써 자아를 탈내면화해 공동체를 형성하고 묶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책은 세계를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빠른 스크롤과 클릭에 갇혀 밤새도록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시청하고 비대면 소통, 혼밥과 혼술(팬데믹을 거치며 더욱 가속화했다)은 ‘기본값’이 됐다. 흥분에 의해 조종되는 디지털 소통은 이성을 밀어냈고, 많고 빠른 데이터에 의해 사유도 설 자리를 잃었다. 저자는 이러한 삶이 인간을 ‘나르시시스적 고립’으로 내몬다고 지적한다. 디지털화에 따른 과도(過度) 소통이 문제가 될 정도인데, 공동체의 상실을 염려하는 건 과도한 해석 아닐까. 그러나 책에 따르면 ‘에고’가 중심이 된 SNS 소통은 사회성을 제거한다. 온라인에서 우리는 점점 더 연결되고 있지만, 그것은 ‘공동체 없는 소통’으로, 외로움만을 증가시킬 뿐이다. “누구나 자기를 내보여요. 누구나 자기를 실행해요. 누구나 자아 숭배, 자아 예배에 충성하죠.”
저자가 바라는 새로운 ‘리추얼’의 시대는, ‘몸’이 중심이다. 신체적 차원이 깃든 공동체의 소통이다. 그것은 ‘에고’가 들어설 자리가 없어 자신과 자신의 거리를 넓혀주고, 대신 사람과 사람 사이는 좁힌다. 이것이 먼 옛날얘기처럼 들리는지. 코로나로 탈신체화한 일상에 적응하면서도, 사람들이 늘 ‘몸’의 부재를 아쉬워하는 걸 보면 그런 것도 아니다. 160쪽, 1만3800원.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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