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생산' 中 공장 근로자 연쇄 투신.. 잔혹한 노동현장 폭로

오남석 기자 2021. 10. 22.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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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사업가 궈타이밍(郭台銘)이 설립한 컴퓨터 및 전자기기 제조회사 폭스콘(Foxconn). 이 회사의 중국 내 생산시설에서 2010년 한 해 동안만 18명의 노동자가 자살을 시도했다.

홍콩·미국의 노동문제 전문가 3인이 쓴 '아이폰을 위해 죽다'(원제 Dying for an iPhone)는 폭스콘이 아이폰·아이패드 등 애플의 첨단 디지털 기기 생산기지라는 사실과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이들의 죽음이 의미하는 바를 추적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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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을 위해 죽다 | 제니 챈·마크 셀던·푼 응아이 지음 │ 정규식·윤종석·하남석·홍명교 옮김 | 나름북스

대만의 사업가 궈타이밍(郭台銘)이 설립한 컴퓨터 및 전자기기 제조회사 폭스콘(Foxconn). 이 회사의 중국 내 생산시설에서 2010년 한 해 동안만 18명의 노동자가 자살을 시도했다. 1월 8일 후베이(湖北)성 출신 19세 노동자 롱보가 건물 8층에서 뛰어내린 것을 시작으로 17명의 투신과 1명의 손목 자해가 줄을 이었다. 이 중 14명이 사망했다. 17세에서 25세에 이르는 이들은 모두 중국의 밑바닥 노동자 계급을 상징하는 농민공(農民工)이었다.

홍콩·미국의 노동문제 전문가 3인이 쓴 ‘아이폰을 위해 죽다’(원제 Dying for an iPhone)는 폭스콘이 아이폰·아이패드 등 애플의 첨단 디지털 기기 생산기지라는 사실과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이들의 죽음이 의미하는 바를 추적한 책이다. 저자들은 중국 내 12개 도시를 찾아가 열악한 노동 및 생활조건, 최소한의 보호도 못 받는 학생 인턴제의 실상, 글로벌 생산망의 노동 착취 메커니즘, 중국 권위주의 정부의 노동 탄압 실태 등을 확인했다. 결론은 분명했다. “우리가 사랑하는 첨단 기기들은 실리콘밸리의 낙원에서 생산되는 게 아님을 알게 됐다.”

이들에 따르면, ‘폭스콘 제국’은 대외적으로 공표되며 보이는 모습과 실제 현실 사이에 극명한 괴리가 있는 허구의 제국일 뿐이다. ‘애플 제국’을 완성한 스티브 잡스의 말처럼 “폭스콘에는 식당과 극장, 병원, 수영장까지” 있지만, 노동자들에게 이는 그림의 떡과 같았다. 엄격한 감시와 규율 속에 주당 100시간이 넘는 중노동이 이어졌고, 애플의 신제품이 출시돼 ‘속도전’이 강조될 때 상황은 더 열악해졌다. 첨단 기업의 엔지니어를 꿈꾸며 고향을 떠나온 학생 인턴들은 임금과 복지의 차별 속에 초고강도 단순 노동에 혹사당했다.

산업재해도 아닌 노동자들의 연쇄 자살은 눈부신 경제 성장 이면의 ‘어두운 진실’을 폭로하는 사건이었지만, 어처구니없는 대응이 이어졌다. 폭스콘은 기숙사 건물에 자살을 방지한다며 그물망과 쇠창살을 설치했다. 악령을 물리친다며 승려를 동원해 의식을 치르는가 하면, 노동자들에게 자살 시 회사의 면책 조항을 규정한 ‘자살 금지 서약서’ 서명을 강요하기도 했다.

저자들은 탐욕스러운 일개 기업이나 중국 권위주의 체제의 책임만을 강조해서는 비극이 끝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해외 생산기지 노동자들의 열악한 실태에 눈 감아온 글로벌 대기업의 태도 변화, ‘반(反) 노동착취 공장 운동’을 위한 노동자들과 그 지지자들의 연대가 절실하다는 얘기다. 이는 스마트폰을 몸의 일부로 사용하는 모든 소비자를 향한 호소이기도 하다. 410쪽, 1만8000원.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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