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노트] 수소차에 올라타기 전 고민할 것들

권유정 기자 2021. 10. 2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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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탄소중립에 힘을 쏟으면서, 수소차 시장이 희망에 부풀었다. 2030년 탄소 감축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 수소차와 전기차 부문에 대한 정책 지원 강도가 가장 높을 것이란 기대감 덕이다. 산업 쪽에서의 감축 속도는 상대적으로 느릴 수밖에 없고, 전력과 에너지 부문은 재생에너지 설치를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해야 한다는 게 증권가 설명이다.

현대차 수소차 넥쏘와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사족보행 로봇. /현대차 제공

18일 2050 탄소중립위원회(탄중위)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기로 했다. 기존의 26.3%에서 대폭 상향한 수치다. 2050년에는 순배출량 ‘넷제로’(온실가스 배출과 흡수가 균형을 이루는 상태)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사실상 확정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의 여건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 의욕적인 감축 목표”라고 했다.

특히 탄중위는 수송 부문의 탄소 배출량을 2018년 9810만톤에서 6100만톤으로 37.8% 감축할 계획이다. 전기차와 수소차 비율은 85%까지 늘린다는 계획인데, 구체적인 실행 계획으로는 ▲2030년 기준 전기차 362만대, 수소차 88만대, 하이브리드 400만대 보급 ▲자동차 평균 주행거리 4.5% 감축 ▲전기차 및 수소차 충전 인프라 확대 등이 담겼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까지 국내 수소차 보급은 누적 1만대”라며 “2030년까지 88만대를 달성하려면 연평균 41% 판매대수 증가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정부의 지원 강도, 수소차 생산밸류체인의 확보, 충전소 확충 등을 감안하면 정부의 계획은 실행 가시성이 높다고 판단된다”며 “국내 수소차 업체들은 10년 전 전기차 배터리 관련 업체들과 같은 상황을 마주한 셈”이라고 했다.

사실 그동안에도 수소차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꾸준히 상승해왔다. 지난해에는 친환경차, 2차전지 산업 성장과 주가 상승이 맞물리면서 수소차 관련주도 주가 상승폭과 변동성을 동시에 키웠다. 21일 기준 에프앤가이드 수소퓨처모빌리티 지수는 연초부터 20.9% 상승했고,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1년 만에 40.5% 상승했다.

김귀연 흥국증권 연구원은 “수소차 시장의 절대 규모가 아직 작지만,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이 수소차 관련 종목들의 단기 변동성을 확대시키고 있다”며 “전기차 밸류체인 주가 상승이 오버랩되며 수소차 성장성은 계속 부각될 수 있다”고 했다. 올해 한국의 수소 사업 관련 예산은 6990억원으로 한 해 전보다 2230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수소차 판매가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02%로 아직 미약한 수준이지만, 친환경차 지원 정책들과 관련 업체들의 새로운 모델 출시에 힘입어 증가하는 추세다. 수소차 시장 내 점유율을 절반 이상을 차지한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연간 생산능력목표를 수출 물량을 포함해 총 50만대로 제시했다.

이처럼 국내 수소차 시장이 전 세계에서 선두를 달리면서 향후 관련 업체들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수소차와 수소생산 핵심 소재로 사용되는 멤브레인을 상용화한 상아프론테크를 비롯해 일진하이솔루스, 효성첨단소재, 비나텍 등이 주목받고 있다. 향후 해외 수소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는 2024년 이후부터는 해외발 호재가 주가를 끌어올릴 가능성도 점쳐지는 상황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수소차 시장에 대한 성급한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가 보조금을 차량 반값 가까이 지급하며, 수소차 판매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기본적인 인프라 확충 등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더 많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국내 수소차는 모두 1만6206대다. 이에 비해 수소차에 필수적인 충전기는 전국에 117기밖에 되지 않는다. 심지어 서울에는 충전기가 4기뿐이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아직은 수소차 시장 자체 규모가 작기 때문에 그 시장이 현대차를 비롯해 관련 업체들의 단기적인 실적이나 주가 동력이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향후 글로벌 친환경차의 한 축으로 수소차 시장의 가능성과 현대차의 수소차 및 수소경제 사업화 여력이 크다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게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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