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금지시켰더니.."경비원 아니라 관리원"
[뉴스투데이] ◀ 앵커 ▶
지난해 경비원 고 최희석 씨가 아파트 입주민의 갑질과 폭언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죠.
이런 사건들을 계기로 경비원에게 대리주차 등의 잡일을 시키지 못하도록 법이 바뀌었는데 시행 첫날부터 꼼수가 등장했습니다.
김지인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 리포트 ▶
어제 아침 출근시간대 서울 강남의 한 대단지 아파트 주차장.
이중 주차된 고급 SUV 차량을 경비원 복장을 한 직원이 운전해 옮깁니다.
주민이 차를 빼려 하자, 초소에 있던 직원이 달려 나와, 역시 가로막고 있던 차를 옮겨줍니다.
주민 차 열쇠를 모두 맡아 혼자 1백대 넘는 차를 챙기다보니, 식사하다 뛰쳐나가는 일도 예사입니다.
[아파트 관리원 A] "밥 먹다가 하루 세번 네번씩 쫓아가서 차 빼 줘야 되는데… 자다가 차 빼달라 그러면 나와야지. 새벽 3시고 4시고‥"
주차장이 부족해, 도로에 불법주차해 놓은 차들까지, 단속당하기 전에 옮겨주고 있습니다.
경비원에게 개인 차량을 대신 주차하거나 택배를 배달시키는 것 같은 가욋일을 시키는 게 금지됐습니다.
위반하면, 최고 1천만 원까지 과태료를 내야합니다.
그런데도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경비원"이 아닌 "관리원"이기 때문입니다.
확인해보니 이 아파트의 경비인력 98명 중 90명은 2018년 '갑질 논란' 이후 '경비원'이 아닌 '관리원'으로 채용됐습니다.
24시간 맞교대로 격일 근무하며 예전과 똑같이 경비업무도 하고 대리주차도 하면서, 명칭만 바뀐 겁니다.
관리사무소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관리사무소 관계자] "용역업체한테 얘기하셔야 돼요. 저희가 답변해 줄 수 있는 거 없어요."
아파트측의 꼼수로 '경비원 갑질 금지' 법도 힘을 못 쓰고 있는 겁니다.
[아파트 관리원 A] "오늘부터 '차 빼주지 마라'(하면) 또 이제 '주차요원'으로 바꾸겠지. 방법이 없잖아요. 이 아파트가 없어지기 전까지는 안 된다고 봐야지‥"
MBC뉴스 김지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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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인 기자 (zin@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1/nwtoday/article/6309097_3494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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