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요즘 왜 이렇게 화가 많이 날까요?

송길호 입력 2021. 10. 22.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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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후 관점 디자이너] 최근 사회적으로 화가 날만한 일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분노도 너무 잦다보니 무기력감 마저 듭니다. 조용히 눈을 감고 생각해보았습니다. 화가 나는 이유가 뭘까? 정의롭지 못한 일에 대한 분노일까? 아니면 내가 꿈꾸는 이상적인 세상과의 괴리감으로 인한 불편함인가?

그래서 저 스스로에게 질문해보았습니다. “세상의 무엇이 나를 화나게 하는가?”

수많은 질문들이 머리 속에서 오고 가며 이어졌습니다. 세상이 정의롭지 못하기 때문인가? 그렇다면 나는 정의로운가? 그러나 문득 화가나는 대부분의 문제들이 정의와 관련된 것들은 아닌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스로에게 이 질문을 해봤습니다. “나는 정의로운가?” 그리 쉽게 답할 수 없었습니다. “나는 상식적인 사람일까?” 답하기가 훨씬 수월했습니다. 요즘 일어나는 대부분의 일들에 대해 화가 나는 이유에 대해 원인을 찾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정의롭지 못한 일이 아니라 비상식적인 일들을 자주 만나는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상식이라고 여겨지는 것들이 여기 저기에서 부정되고 무너지는 일들이 너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고, 그것을 지켜보는 것이 그리 편치 않았던 겁니다. 심지어 내가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는가하는 의심까지 들 지경이었습니다. 말의 가치가 땅바닥에 떨어지고, 어제 한 말을 자기스스로 오늘 바로 뒤집으면서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 자들이 높은 곳에 있다는 사실도 불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생각이 이어졌습니다. 상식과 정의의 상관관계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생각의 꼬리 물기가 머리 속에서 시작되었습니다.상식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정상적인 일반인들이 보통 알고 있거나 알아야 하는 지식. 일반적 견문과 함께 이해력, 판단력, 사리 분별 따위가 포함된다’라고 적혀있습니다.

정의는 ‘진리에 맞는 올바른 도리’라고 되어 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정의를 ‘인간의 선한 본성’이라고 했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의의 본질은 평등, 평균적 정의와 배분적 정의로 구분’했습니다. 하버드대학교 교수인 마이클 샌델은 ‘무엇이 정의인가?’를 다시 물었습니다.

지금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거창한 주제를 말하고자 함이 아닙니다. 단지 수천년이 흘러도 철학자들 마저도 정의를 보는 관점이 다를 정도로 힘든 개념이구나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러나 상식은 정상적인 일반인이라면 누구라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개념입니다. 저는 상식을 ‘그 시대를 살아가는 보통사람들의 일반적인 생각’이라고 정의합니다. 법(法)이라는 글자도 물처럼 자연스럽게 흘러야 한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항상 이야기합니다. 하나의 상식을 거스르면 여러 개의 비상식을 만날 수 있다고. 그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아주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생각들을 거스르는 일들을 주변에서 많이 보게됩니다.

대부분의 화는 비상식적인 일들 때문에 일어납니다. 그러나 그런 일들이 잦으면 ‘화’의 수준을 넘어 ‘분노’의 단계로 넘어갑니다.

‘화천대유’, ‘천화동인’이라는 원래는 정말 좋은 뜻을 가진 단어가 국민의 분노를 만들고 있습니다. 정의라는 단보다는 비상식이라는 단어가 번뜩 떠올랐습니다. 우리는 상식적이지 않은 일을 만나면 화가 납니다. 그러한 감정들이 분노의 형태로 나타날 때도 있고, 반대로 허탈감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번 사건을 통해 많은 사람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을 겁니다. 이러한 국민들의 감정을 나라가 무시하면 분노는 차곡차곡 쌓일것입니다. 그 분노는 무엇이 정의인가라는 질문을 하게 만들고 정의롭지 못하다고 판단하면 그에 따른 행동을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민들의 ‘화(火)’를 거스르면 그들이 ‘화(禍)’를 마주하게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대중은 항상 이슈가 아니라 이슈를 다루는 태도를 보고 행동을 결정하니까요.

요즘들어 상식적으로 사는 일이 그렇게 힘든가하는 생각을 다시 해봅니다. 특히 정치하는 자들에게는 그것이 더욱 힘이드나 봅니다. 비상식을 마주해야 하는 마음 하나를 더 준비해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송길호 (khso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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