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째 불타는 지옥의 문, 'CO²의 80배' 온난화가스 뿜었다

송지유 기자 2021. 10. 22.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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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위성관측업체, 투르크메니스탄 대량 메탄가스 분출 포착..러시아·미국 이어 3번째로 많은 양, 영토·인구 등 감안할때 심각한 수준..2019년 이후 최대 메탄가스 배출 50개 중 31개 투르크에서 발생
1970년대 투르크메니스탄에서 발생한 대형 시추 사고로 생긴 분화구 '지옥의 문'. 40년째 불타고 있다. /사진=블룸버그

"이리들 좀 와봐요. 저것 보이죠? 빛이 분출되는 슬래시 길이가 각각 3㎞가 넘어요. 정말 충격이네요." 지난 2019년 위성사진을 연구하던 캐나다의 위성관측 스타트업 '지에이치지샛(GHGSat)' 연구원인 캐리 허조그는 깜짝 놀라 모니터 앞으로 동료들을 불러 모았다. 투르크메니스탄의 건조하고 얼룩진 사막 가장자리에서 막대한 양으로 추정되는 가스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러시아와 미국 다음으로 많은 메탄가스를 배출하는 국가는 어디일까. 대부분 중국을 떠올리겠지만 정답은 중앙아시아에 위치한 투르크메니스탄이다. 이 나라는 세계 4위 천연가스 보유국으로 앞으로 100년간 시추 가능한 방대한 양의 가스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캐나다 GHGSat은 2년 전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지구 온난화를 일으키는 막대한 양의 메탄가스를 누출하고 있다는 사실을 포착했다. 지난 2016년부터 3개의 인공위성을 우주에 쏘아 올려 탄소 배출량을 직접 측정해 온 스타트업이 대단한 발견을 한 것이다.

네덜란드 우주과학연구소 '스론(SRON)'의 궤도 감시시스템 추가 관측에서도 같은 장소에서 상당한 양의 메탄 방출이 확인됐다. 그동안 많은 기후학자들이 투르크메니스탄에서 막대한 양의 메탄이 방출되는 것 같다고 의심해 왔는데, 이들의 관측으로 확증이 된 것이다.

투르크메니스탄은 러시아와 미국 다음으로 세계에서 3번째로 많은 메탄가스를 배출하고 있다. /케이로스SAS 캡처

스테판 저메인 GHGSat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메탄은 대기권에 처음 진입할 때 이산화탄소의 80배 이상 온난화하는 힘을 갖고 있다"며 "투르크메니스탄에서 포착된 한 번의 방출량은 미국 아리조나에 있는 모든 자동차 연간 배출량과 거의 동등한 기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지구분석회사 케이로스SAS 역시 놀라운 연구 결과를 확인했다. 지난 2019년 이후 육상에서 운영된 석유·가스 중 가장 심각한 메탄 배출량 50개를 분석했더니 31개가 투르크메니스탄에서 나왔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역시 투르크메니스탄의 2020년 기준 석유·가스에서 배출된 메탄가스 양은 러시아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많았다. 투르크메니스탄은 국가 면적(4881만 ha)이나 인구(611만명) 등 면에서 러시아나 미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적도로 작은 나라인데 어마어마한 양의 메탄가스를 배출하고 있는 것이다.

투르크메니스탄에서 메탄가스 방출이 집중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그래픽. 출처 옥스포드에너지연구소, 중앙정보국/ 블룸버그 갈무리

'핵폭탄 없는 북한' 비유되는 폐쇄국가 …유일한 대화창구는 '중국'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함메도프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사진=블룸버그
문제는 투르크메니스탄이 국제 사회 접근이 어려운 폐쇄 국가라는 점이다. 1991년 옛 소련 해체로 독립한 이후 30년간 거의 개방되지 않았다. 지난 2017년 98% 득표율로 대통령에 재선된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함메도프 역시 외부의 개입을 극도로 꺼리고 있다. 투르크메니스탄에서 활동하는 해외 에너지 회사는 중국과 아랍에미리트, 말레이시아 등 국영에너지기업 정도다.

투르크메니스탄의 전체주의 정치 체제와 대통령의 독재로 억압된 사회 분위기 탓에 북한과 비교하는 학자도 있다.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우대학교에서 중앙아시아 체제를 연구하는 루카 안세시 교수는 "투르크메니스탄 국민들이 베르디무함메도프를 숭배하는 강도는 북한 밖에 비교 대상이 없다"며 "폭탄없는 북한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 전문가들은 투르크메니스탄에 기후변화 등 지구 온난화를 줄이는 노력을 해달라고 설득할 수 있을 지 확실치 않다고 우려한다. 투르크메니스탄의 한 소식통은 "일상에서 배출가스 모니터링 등 환경기준이 무시되고 있다"며 "배출가스 감축시설 건립 등에 그 누구도 관심이 없다"고 귀띔했다.

투르크메니스탄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함메도프 대통령(사진 오른쪽)과 중국 시진핑 주석/사진=블룸버그


1970년대 투르크메닌스탄 서부에서 지하 가스 저장고 지붕이 붕괴되는 대형 시추 사고로 지름 70m 크기의 분화구가 생겼지만 수십년이 지나도록 그 어떤 대책도 세우지 않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엔 금세 가스가 떨어져 자연 소화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 분화구는 지금까지도 불타며 가스를 뿜어내고 있다. '지옥의 문'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투르크메니스탄은 스스로 고립을 택했지만 자국 천연가스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중국과는 밀접한 관계다. 호주와의 보복무역 전쟁으로 심각한 전력난을 겪고 있는 중국은 투르크메니스탄을 "신뢰할 수 있는 중요한 파트너"라고 치켜세우며 가스 수입에 골몰하고 있다. 중국은 투르크메니스탄의 막대한 메탄가스 방출에 대한 문제 의식이 전혀 없다고 국제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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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유 기자 cli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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