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반도체 품귀가 부른 '나비효과'.. 메모리 의존 삼성·SK에도 악재

박진우 기자 2021. 10. 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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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서버·PC, 반도체 품귀로 생산 부진
완제품 생산 차질은 메모리 수요 하락으로 이어져
"시스템 반도체 공급 부족 메모리에 악영향"
메모리 의존 절대적인 한국 반도체 기업에도 악재
삼성전자가 공개한 업계 최선단 14나노 DDR5 D램. /삼성전자 제공

시스템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스마트폰, PC 제조사가 완제품 생산에 어려움을 겪자, 메모리 반도체 시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메모리 반도체에 주력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연쇄적인 공급망 위기가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21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메모리 반도체 중 D램은 올해 말부터 가격이 내려가기 시작해 내년까지 내림세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4분기 D램 가격은 3~8% 감소할 것으로 보이며, 내년 D램 평균 가격은 올해 대비 15~20%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트랜드포스가 D램 가격에 관한 부정적인 전망을 밝힌 배경에는 D램의 주요 수요처로 꼽히는 서버와 스마트폰, PC 시장의 어려움이 있다. 모두 시스템 반도체 수급 문제를 겪고 있는 분야로, 특히 스마트폰의 경우 칩셋과 드라이버 집적회로(IC) 등 핵심 부품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내년 1분기 출하량이 시장 예상을 밑돌 것이라는 게 트렌드포스 전망이다.

실제 스마트폰 업계는 최근 시스템 반도체 부족 문제를 심각하게 겪고 있다. 주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를 통해 만들어지는 시스템 반도체 수요가 공급을 크게 앞지르면서 ‘품귀 현상’을 빚었고, 이에 따라 완제품 생산에도 차질이 생긴 것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 수급 문제로 이른 3분기 출시가 유력했던 스마트폰 갤럭시S21 FE의 출시 일정을 뒤로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8월에 판매를 시작한 폴더블(접히는) 스마트폰 갤럭시Z폴드3와 플립3 역시 비슷한 문제로 생산이 원활치 않은 상황이다.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린룸. /SK하이닉스 제공

대만 TSMC를 통해 자체 개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AP)을 생산하는 애플 또한 반도체 공급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애플은 올해 말까지 예정한 신형 스마트폰 아이폰13의 출하량 목표를 애초 9000만대에서 8000만대로 낮춰 잡았다. 블룸버그 통신은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와 브로드컴 등 반도체 업계의 공급 부족으로 생산 차질이 빚어진 게 주된 이유다”라고 했다. TI와 브로드컴은 시스템 반도체를 설계만 하고 생산은 파운드리에 맡기는 팹리스 기업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 또한 올해 스마트폰 시장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스마트폰 출하량을 기존 전망치보다 3300만대 줄어든 14억1400만대로 예상하면서 “삼성전자와 오포, 샤오미 등 모든 스마트폰 기업이 부품 부족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라며 “특히 일부 업체는 3분기 부품 주문량의 70%만 공급받고 있다”고 했다.

스마트폰 생산 부진은 D램 수요를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AP에는 반드시 D램이 따라붙고, 데이터 저장을 위한 낸드플래시도 필요한데, 스마트폰 생산 자체가 줄어들면 재고량이 늘어나 신규 수요가 발생하지 않는다. 특히 모바일용 D램은 전체 D램 수요에서 41%를 차지할 정도(디램익스체인지, 지난해 말 기준)로 절대적이다.

서버 시장도 시스템 반도체 부족으로 상황이 녹록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유행으로 서버를 만드는 동남아시아 공장이 가동 중단에 들어갔고, 전력관리반도체(PMIC) 등과 같은 시스템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반도체 전반의 공급망에 문제가 생겼다”고 했다.

PC 시장도 좀처럼 시황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는 최근 PC 시장에서의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수혜가 끝날 가능성이 있고, 글로벌 공급망과 물류 네트워크의 중단이 PC 시장 성장을 막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카날리스에 따르면 3분기 PC 시장은 5분기 연속으로 이어진 두 자릿수 성장을 멈추고, 5% 증가하는 데 그쳤다.

마이크론 클린룸 내부. /마이크론 제공

글로벌 3위 D램 업체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역시 공급망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마이크론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각) 올해 6~8월 실적을 발표하면서 “서플라이 체인(공급망) 문제에 따라 올해 9~11월 매출은 시장 예상치보다 적을 것이다”라며 “PC 생산 기업이 시스템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완제품 생산에 어려움을 겪으며 마이크론이 생산하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업계는 시스템 반도체로 촉발된 공급망 위기가 메모리 반도체를 주력으로 삼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적잖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매출에서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비중은 지난해 76.2%에 달한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지난해 거둔 31조9000억원의 매출 가운데 메모리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94%일 정도로 크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공급사 마이크론의 실적 발표 이후 동종 업종의 P(가격)와 Q(물량) 중에서 서플라이 체인(공급망) 병목 현상에서 비롯된 Q(물량)의 성장 제한이 메모리 반도체 비중이 높은 한국 반도체 기업 주가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라며 “반도체 업종 전반적으로 올해 4분기와 내년 1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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