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스코어보드-기재위(종합)]국감장 빛낸 '정책 아이돌' 누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감사 대상의원. 박홍근(민), 추경호(국), 유경준(국), 고용진(민), 장혜영(정), 김두관(민), 김영진(민), 정성호(민), 류성걸(국), 서병수(국), 박형수(국), 우원식(민), 용혜인(기), 양향자(무), 김태년(민), 배준영(국), 정일영(민), 정운천(국), 김주영(민), 서일준(국), 김수흥(민), 양경숙(민), 윤후덕(기획재정위원장).
올해 21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정감사는 차별화된 질의와 새로운 사실들이 쏟아지는 내실있는 정책 국감으로 진행됐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 국감 첫날 좌초 위기를 맞았으나 여야 의원들은 자신의 호흡을 되찾고 대체로 정책 국감에 힘썼다는 평가다. 박홍근·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추경호·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각자의 장기를 활용한 정책 질의로 올해 국감 평가에서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미스터 신박'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연일 특유의 차별화된 질의를 쏟아내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최근 중고거래 플랫폼에 고가의 명품시계로 유명한 '롤렉스' 상품이 각각 9400만원과 9200만원의 매물로 올라왔다는 점을 강조하며 탈세 우려를 제기했다. 과세당국은 물론 전국 중고거래족의 긴장감이 높아지는 순간이었다. 이어 △글로벌 수소산업 시장 선점을 위한 종합 지원 촉구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모의실험 연구업체 선정과정상 공정성 문제 제기 등도 눈길을 끌었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올해도 콘텐츠와 전달력, 균형감 등 삼박자를 고루 갖춘 질의로 '기재위 마스터'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수익성이 2016년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하는 등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 실태와 △'연간 환산소득'을 기반으로 한 고소득자의 근로장려금 혜택 현황 등을 날카롭게 파고들며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긴장하게 했다. 개별 기금에서 자금을 무리하게 끌어 쓰는 공공자금관리기금의 건전성 문제 제기도 추 의원 '작품'이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전 통계청장 출신다운 날카로운 분석 질의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진땀을 흘리게 했다. 유 의원은 한국은행의 '가계부채 이자부담 증가액' 통계가 과소 추계됐다고 집중 질의했다.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부담을 추계하면서도 산식 분모에 변동금리는 물론 '고정금리' 차주까지 적용한 사실을 지적했다. 앞서 한은은 해당 추계를 근거로 기준금리가 0.25%포인트(p) 인상되면 1인당 연간 이자부담 증가액이 15만원 정도 증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고용진 민주당 의원은 국민 혼란을 초래했던 재난지원금 사태와 정부의 세수추계 실패를 연결짓는 차별화된 질의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전국민 재난지원금 논의 당시 기재부가 "줄려고 해도 줄 돈이 충분치 않다"고 반대했는데 정작 올해 1~7월 세수가 전년 동기 대비 55조1000억원 더 걷혔다는 지적이다. 기재부가 밝힌 올해 전체 초과세수 예측치(31조5000억원)보다 20조원 이상 많은 수치다. 하반기 경기 회복세로 세수가 20조원 이상 덜 걷힐 가능성이 사실상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마디로 '돈이 있음에도' 전국민 지원금을 반대했다는 게 고 의원의 질의 포인트다.
전국민이 궁금하는 이슈에 대한 '뉴팩트'(새로운 사실)들도 국감 기간 쏟아졌다. 홍남기 부총리는 이달 20일 최근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서민들의 기름값 부담을 줄여주는 취지로 유류세 인하 방안을 마련해 다음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은 1815.17원을 기록했다. 휘발유 가격이 1800원대에 진입한 건 2014년 11월 이후 약 7년 만이다.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도 이날 1739.14원을 기록했다.
홍 부총리는 "유류세 인하는 정부가 유가에 대한 전망을 토대로 내부적으로 검토해왔는데, 구체적인 방안을 만들어 열흘 이내인 다음 주에는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류세는 종량제 방식으로 일정하게 부과된다. 전체 기름값의 40% 정도다. 유류세 인하는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유가 대책 중 가장 빠르게 실현 가능한 방안으로 꼽힌다. 정부는 지난 2008년, 2018년 유가가 상승했을 당시에도 유류세를 한시적으로 인하한 바 있다. 정부는 2018년 유류세를 15%, 7%씩 인하했던 것처럼 리터당 세율을 낮추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11월 금리인상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1월 기준금리 인상을 충분히 고려할 수 있겠다고 판단한다"고 지난 11일 밝혔다. 이 총재가 사실상 다음달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앞서 한은은 지난 8월 26일 기준금리를 연 0.5%에서 0.75%로 인상하며 '기준금리 동결 행진'을 15개월만에 종료했다. 이어 지난 12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11월에 짚어보겠지만 특별한 우리 경제의 위험이 없는 한, 우리 경제가 (예상대로) 흘러간다면 11월 금리 인상을 충분히 고려할 수 있겠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후덕 기획재정위원장은 안정적 회의 진행으로 주목받았다. 국감 첫날 여야의 이른바 '피켓 갈등'도 완만히 해결하는 한편 국감 기간 내내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균형감 있는 진행으로 여야 모두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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