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비우고 나누며 만들어가는 공간

한겨레 2021. 10. 22.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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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공간 '열권의 책방'은 회원제로 운영되는 열린 장소이며 마당이며 공방이며 책방이다.

회원들이 손꼽은 인생의 책 열권을 공유하고 전시하고 나누는 책방으로, 철 따라 어울려 노동하고 노래하고 춤추고 놀고 먹고 마시고 공부하는 공동체다.

일상적 혁명은 공동체-생태-환경-노동을 지향하는 자세와 태도이자 행위라 여기며, 그 작은 몸짓 손짓 궁리가 세상을 바꾸는 힘이라고 열권의 책방은 믿고 있다.

그 모든 뺄셈 고수들의 공유공간이 열권의 책방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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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책방은요][한겨레Book] 우리 책방은요 - 서귀포 '열권의 책방'

공유공간 ‘열권의 책방’은 회원제로 운영되는 열린 장소이며 마당이며 공방이며 책방이다. 회원들이 손꼽은 인생의 책 열권을 공유하고 전시하고 나누는 책방으로, 철 따라 어울려 노동하고 노래하고 춤추고 놀고 먹고 마시고 공부하는 공동체다. 무엇보다 회원 간 소통을 통해 일상적 혁명과 자발적 노동의 가치를 공유하고 실천하는 책방이다. 일상적 혁명은 공동체-생태-환경-노동을 지향하는 자세와 태도이자 행위라 여기며, 그 작은 몸짓 손짓 궁리가 세상을 바꾸는 힘이라고 열권의 책방은 믿고 있다. 2021년 5월 문을 연 이후 천천히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다.

열권의 책방은 우리 가족이 깃들어 살던 온전한 가정집이었다. 가내수공인을 자처하는 책방지기가 10여 년 전에 직접 손으로 지은 집이다. 책방을 열며 그 집을 내려놓았다. 그러니 이제는 온전한 주인도 아니다. 그저 머슴 정도로 여기면 될 일이다. 열권의 책방을 여는 까닭은 지난 팬데믹 1년 동안 사는 게 재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여 재밌게 살 궁리로 시작한 일이다.

책방지기는 종교는 없지만 뺄셈과 ‘동글배기’ 신봉자다. 동글배기는 대부분 완전식품이며, 완전한 형태이자 자유로운 순간이라 여기고 있다. 우리 인간은 동글배기로 태어나 세상에 보태진 것이다. 더해진 셈인데, 대부분 인간들은 그 이후로도 보태거나 더하기만 하며 산다. 뺄셈은 산수책에나 있는 얘기일 뿐…. 열권의 책방은 빼는 일, 비우는 법을 배우려 만들었다. 그래서 모든 걸 갖추고 시작하는 게 아니라 비워 놓고 시작하였다. 회원들에게 열권의 책을 채우라더니, 너무 이율배반적인 거 아닌가?

하나, 당신의 서가에서 당신이 가장 아끼던 열권의 책을 뺐다는 사실과 그것을 공유했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좋겠다. 뺄셈, 말하자면 빼기의 고수는 자기 것을 빼서 남에게 더하고 나누고 공유하는 자라 생각한다. 그 모든 뺄셈 고수들의 공유공간이 열권의 책방이었으면 한다. 책방지기도 세상에서 온전히 나를 빼버리고 동글배기로 돌아가려는 사람 중의 하나일 뿐이다.

세상 모든 집은 사람의 무늬다. 열권의 책방이 사람의 무늬로 가득 찼으면 좋겠다. 세상 모든 집은 조금 불편해야 한다. 열권의 책방도 그러했으면 좋겠다. 불편함이 있어야 손과 몸을 조금이라도 움직이기 마련이다. 지금 바로 여기가 자발적 노동의 출발점이며 일상적 혁명의 시작점이다. 그렇다고 너무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일 필요는 없다. 열권의 책방은 불완전한 공간이다. 완전함은 애초에 없다. 평생 걸어야 닿을 공간이며, 몇 세대가 더불어 걸어도 좋을 공간이다.

열권의 책방으로 당신을 초대한다. 여름과 겨울 노동캠프, 인문계간지 발행, 펜과 책 공방 운영, 공연과 강연 등 여러 가지 일들을 도모하고 있지만, 그 무엇도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 향후 열권의 책방 가족들과 하나하나 만들어 갈 요량이다. 그 무엇을 이루지 못하더라도 ‘같이 어울려 노동하고 같이 요리해 먹기’는 꼭 실천할 생각이다.

서귀포/글·사진 이순호 ‘열권의 책방’ 책방지기

열권의 책방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신례로120번길 31
facebook.com/groups/28215609029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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