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비중 20% 이주민, 언어장벽 탓 접종률 50%

이재호 입력 2021. 10. 22. 05:06 수정 2021. 10. 22.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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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의 한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베트남 출신의 미등록 이주민 ㄱ씨는 아직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받지 못했다.

법무부는 올해 말까지 접종을 완료한 미등록 이주민이 자진출국하면 범칙금을 면제하고 입국규제를 유예하겠다고 했지만, 이 역시 실효성이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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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 접종]사전예약 시스템 한국어만 가능
휴대전화 본인 인증도 '높은 벽'
이상반응 정보 등 접근성 높여야
지난 5월4일 강원 강릉시 보건소 앞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코로나19 검사에 필요한 안내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경남의 한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베트남 출신의 미등록 이주민 ㄱ씨는 아직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받지 못했다. 베트남어로 번역된 접종 절차 안내문을 읽고 미등록 상태여도 ‘처벌’ 없이 접종할 수 있다는 걸 알지만, 문제는 주 6일 일해야 하는 노동 조건이다. 외국인등록번호가 없어 평일에 주민센터에서 임시번호를 발급받아야 예방접종 사전예약 시스템에서 접종을 신청할 수 있는데다, 신청한다고 해도 지역 보건소에 나갈 시간을 내기가 어렵다. ㄱ씨는 “평일에 시간 낼 엄두가 나지 않는다. (감염을 피하려) 쉬는 날에는 최대한 외출하지 않고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내국인들의 접종완료율이 빠르게 올라가면서 정부가 이주민들의 접종률을 올리기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이주민들에게는 여전히 정부 정책이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기준 법무부 등록 외국인 156만명 가운데 77만명이, 미등록 외국인은 39만명 가운데 21만명이 접종을 완료했다. 접종완료율은 각각 49.4%, 53.8%다. 정부는 이런 낮은 접종률 때문에 이주민 집단에서 감염이 속출하고 있다고 본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분석단장은 지난 13일 브리핑에서 “외국인의 확진자 비중이 (전체 확진자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장 큰 문제는 낮은 접근성이다. 정부와 시민단체가 접종 절차를 세계 각국 언어로 번역했지만 예방접종 사전예약 시스템은 한국어로만 돼 있다. 시스템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휴대전화로 본인인증을 해야 하지만, 선불제 유심(USIM) 카드를 쓰는 게 일반적인 이주민은 인증이 불가능하다. 한국어에 익숙하지 않은 이주민이 전화로 접종 예약을 하는 것도 어렵다. 가족·자녀에 의한 대리접수만 허용했던 정부는 최근에야 이주민 조력자의 대리접수를 받아주고 있다. 이철승 경남이주민센터 소장은 “이주노동자 대부분이 영세 사업장에서 일하거나 농어촌에서 일하는 상황을 고려해 일요일에도 접종을 해달라고 요청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며 “이주민에게 접종 접근성도 높여주지 않으면서 감염자가 늘고 있다고 사회적 낙인을 찍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반응 정보도 제대로 공유되지 않고 있다. 대구에 사는 중국인 이아무개(34)씨는 지난달 25일 접종 때까지 이상반응에 대한 중국어 설명자료를 한번도 보지 못했다고 했다. 이씨는 “같은 지역에 사는 중국인 여성 커뮤니티를 통해서 주로 백신에 대한 정보를 접했기 때문에 완전히 신뢰하기 어렵고 두려웠다”며 “한국인 남편이 설득하고 생업까지 잠시 멈추고 동행해줘 접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최근 출산한 중국인 ㄴ(31)씨는 “모유 수유를 하고 있는데 아기에게 영향이 미칠까 걱정됐으나 관련 정보를 접할 수가 없어 백신을 맞지 못했다”며 “한국에 온 중국인 여성들은 같은 이유로 접종을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올해 말까지 접종을 완료한 미등록 이주민이 자진출국하면 범칙금을 면제하고 입국규제를 유예하겠다고 했지만, 이 역시 실효성이 떨어진다. 정영섭 이주노동자평등연대 집행위원은 “이런 조처는 정부가 오랫동안 활용해온 ‘당근’이지만 향후 입국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어서 앞서 자진출국하고도 돌아오지 못한 동료들을 본 이주민들이 접종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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