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가지 열쇳말로 읽은 세계 근대사

한겨레 2021. 10. 22.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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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러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 나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를 읽으면서 상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책의 구성체계였다.

다이아몬드는 총과 균 그리고 쇠라는 열쇳말로 인류사를 톺아보았고, 하라리는 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이라는 프리즘으로 빅히스토리를 재구성해냈다.

(이전에 펴낸 책이 <역사의 비교> 라는 점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일례로 생산의 비약적 발전을 불러온 산업혁명을 설명하고 나서 두 가지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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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우의 인문산책]

[한겨레Book] 이권우의 인문산책

세계는 어떻게 번영하고 풍요로워졌는가

김대륜 지음 l 돌베개(2021)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나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읽으면서 상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책의 구성체계였다. 방대한 인류사를 대중에게 쉬우면서도 재미있게 풀어내는 일은 난감하기 짝이 없다. 그럼에도 두 저자는 이를 빼어나게 해냈고, 독자의 열렬한 반응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그 비법 가운데 하나가 인류사라는 대양에 세가지 열쇳말로 짠 그물을 던져 역사적 교훈이라는 대어를 낚아챈 것이라 본다. 다이아몬드는 총과 균 그리고 쇠라는 열쇳말로 인류사를 톺아보았고, 하라리는 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이라는 프리즘으로 빅히스토리를 재구성해냈다.

대중적으로 성공한 책의 구성은 본뜰 만하다. 김대륜의 <세계는 어떻게 번영하고 풍요로워졌는가>에 관심이 간 것은 부제가 ‘생산⋅소비⋅과학⋅기술의 세계사 강의’여서다. 국내 저술가도 대하의 역사를 뚜렷한 관점을 내세워 정리하고 대중적으로 전달할 만한 역량이 쌓였나 확인하고 싶었다. 이 책은 굳이 비교하자면 <사피엔스>의 ‘제4부 과학혁명’의 시기에 해당한다. 18세기 영국에서 일어난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오늘에 이르는 근대세계사를 다룬다. 지은이는 자본주의 문명의 기원과 확산이라는 주제를 엄청난 생산의 증대, 그리고 이를 이끈 과학과 기술의 발전, 자본주의 체제를 지탱하는 호모 콘수무스(Homo Consumus)의 출현이라는 열쇳말로 살펴본다.

지은이의 장점은 일종의 비교사적 접근이다.(이전에 펴낸 책이 <역사의 비교>라는 점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일례로 생산의 비약적 발전을 불러온 산업혁명을 설명하고 나서 두 가지 질문을 던진다. 그 하나는 ‘전통사회는 왜 경제 성장에 한계가 있었을까.’ 지은이는 전통사회는 태양에너지에 전적으로 의존한지라 한계가 있었다고 지적한다. 전통사회가 성장과 수축이 반복되는 ‘맬서스 함정’에 빠진 결정적인 이유다. 두 번째는 ‘중국은 왜 산업혁명에 성공하지 못했을까.’ 만약 중국이 영국처럼 식민지를 개척하고 석탄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했다면 역사는 다시 쓰였을 터다. 하지만 일종의 쇄국정책을 펼쳤던 중국이 식민지를 개척할 수 없었고, 석탄산지와 경제중심지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고, 농민이 분업체계에서 이탈하면서 산업혁명에 실패했단다.

자본주의 문명을 분석하는 프리즘으로 소비를 포함한 것은 탁견이다 싶다. 가라타니 고진도 <세계사의 구조>에서 소비를 상당히 비중 있게 다룬 바 있다. 지은이는 소비가 악덕으로 취급되다가 외려 미덕이 되는 과정을 밝히면서 중요한 문제를 던진다. “과연 소비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가”. 그리고 경제구조가 기술과 플랫폼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소비환경이 바뀌었는데 이 과정에서 노동조건이 더 나빠진 현실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묻는다.

근대는 분명히 물질적 풍요와 번영의 시대였다. 하지만 작금 인류는 극심한 불평등과 양극화 문제를 겪고 있으며 기후위기에 맞닥뜨렸다. 과연 이 상황도 자본주의 문명을 일으키고 퍼트린 과학기술의 혁신으로 해결해나갈 수 있을까? 인류가 18세기 들어 대분기를 겪었다면, 오늘 다시 ‘거대한 전환’의 시기를 살고 있다. 우리가 맞이할 미래가 기존체제의 지속인지 새로운 체제일지는 “우리의 능동적 선택에 달려 있다”는 지은이의 말에 동의한다.

도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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