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결혼 10년 차 커플 푸드 스타일링 스튜디오 '차리다' 김은아, 심승규 부부

황현선 기자 입력 2021. 10. 22. 05:00 수정 2022. 8. 24.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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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 될 식사를 차리다

결혼 10년 차 커플이자 푸드 스타일링 스튜디오 '차리다'를 이끄는 두 사람 김은아, 심승규 부부를 만났다.

'추억이 되는 식사가 좋은 식사'라고 말하는 부부는 '즐거운 대화를 곁들인 음식을 만끽해보라'고 권한다.

Q 차리다 스튜디오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김은아 차리다는 푸드 스타일링 스튜디오예요. 다양한 푸드 콘텐츠를 제작하는 곳이죠. 저는 푸드 스타일리스트를 맡고 있어요.

심승규 아내는 푸드 스타일리스트로서 창작과 관련된 모든 일을 주도해요. 저는 프로듀서로서 그 외의 일들, 운영이나 스케줄링, 대외 커뮤니케이션 등을 맡아 아내가 창작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요.

차리다는 푸드 콘텐츠를 만드는 광고 제작 스튜디오로 생각하시면 쉬워요. 그릇 등의 소품을 대여하는 차리다 빌리지와 자체 제작 테이블 매트 등을 판매하는 쇼핑몰 차리다 서울도 함께 운영하는 브랜드예요.

Q 부부가 함께 음식 다루는 일을 선택하게 된 계기와 과정이 궁금해요.

A 김은아 원래 먹는 걸 좋아해서 음식에 관심이 많았어요. 대학 진학 뒤 푸드 스타일리스트라는 직업에 관심을 갖고 어시스턴트로 일을 시작했죠. 스무 살에 일을 시작해 스물일곱 살에 스튜디오를 열었어요. 그때 신랑을 만나 연애를 시작했죠.

심승규 저는 본래 평범한 회사원이었어요. 대기업 전략 관련 파트와 콘텐츠 에디팅 부서에서 경력을 쌓았죠. 신혼 2년 차이던 2013년 삼십대 중반에 아내와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한 달살이를 하면서 앞으로는 뭘 하며 살까 고민했죠. 돌아와 스타트업 회사에 입사했는데 그곳도 정답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과거 직장에서 다룬 프로듀싱, 콘텐츠 마케팅이나 홍보 경험을 살려 아내 일을 도우면 더 잘될 거란 생각이 들었죠. 2015년쯤 차리다에 합류했어요.

제 어머니 말씀으론 저는 어릴 때부터 음식이 정갈하게 담긴 걸 좋아하고 잘 먹었대요. 그때부터 음식이나 비주얼에 관심이 있었던 것 같아요. 

Q 매일 먹고 다루는 음식이 두 사람에겐 어떤 의미인가요? 우리에게 음식이란 어떤 존재라고 여기나요?

A 김은아 우리에게는 직업인 동시에 공통 취미이자 함께 시간 보내는 일의 연결고리가 음식이에요. 저희가 취향이 서로 많이 다른데 음식 부분은 잘 통해요.

소개팅으로 처음 만났을 때 첫 화제가 둘 다 고수를 좋아한다는 거였어요. 음식 취향이 맞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재밌게 살 수 있구나 생각해요. 집에서 밥해 먹는 걸 중요하게 생각해서 그 과정과 시간을 함께 즐기거든요. 

심승규 제가 미나리나 고수 같은 식재료를 좋아하는데 음식 취향이 맞는 아내를 만나니 대화 물꼬가 트더라고요. 함께 10년 시간을 보내며 제일 잘 맞는 게 음식 취향이에요. 저희는 스테이크 한 덩어리를 먹기 위해 기꺼이 한 시간을 들여 숯을 피워요. 

이렇게 먹어야 맛있거든요. 아내는 집에서 식사할 때도 매번 음식을 아름답게 스타일링하고 저는 늘 감탄해요. 서로 잘 맞는 취향인 거죠. 맛있게 먹는 법을 함께 공유하는 게 즐거워요.

Q    그렇다면 좋은 식사란 어떤 식사라고 생각하세요?

A 심승규 최근에 책에서 이런 내용을 봤어요.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 덴마크를 연구했더니 덴마크 사람들은 추억이 많고, 추억이 많은 사람이 행복하다는 결과가 나왔대요. 좋은 식사란 먹으면서 추억이 생기는 식사인 것 같아요.

그래서 주변 사람들과 한 끼라도 더 함께 먹는 시간을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람들을 초대하는 것도 좋아하거든요.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과 먹는 음식이 제일 좋은 식사 아닐까요?

김은아 공감해요. 대화가 있는 식사가 좋은 식사인 것 같아요. 저희는 식사할 때 휴대폰 안 보는 게 철칙이에요. 저희가 늘 함께 일하지만 막상 대화할 시간은 부족해요. 

그래서 밥 먹을 때만큼은 서로의 눈을 보며 이야기하려고 하죠. 함께 피렌체에 있을 때 두 시간 반 동안 식사하며 즐겁게 얘기했던 날이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어요. 

Q    신혼 독자들을 위한 푸드 스타일링 팁을 알려준다면요?

A 심승규 코로나 시대에 간편한 배달음식을 많이 드시는데 꼭 예쁜 그릇에 옮겨 담아 드시길 권해요.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에 그대로 먹는 것과 예쁜 그릇에 잘 옮겨 담고 좋은 수저로 식사하는 느낌은 완전히 다르거든요. 배달음식도 따뜻한 한 끼로 누릴 수 있어요. 

김은아 맞아요. 나 스스로를 대접하지 않으면 누구도 날 대접해주지 않는다는 말도 있잖아요. 저희도 테이블 매트를 제작하지만 꼭 저희 제품이 아니어도 다양한 제품이 많으니 예쁜 테이블 매트도 여러 개 구비하고 쓰시면 좋을 거 같아요.

집밥은 주로 나에게 익숙한 메뉴가 반복되는데 지루한 식사가 되지 않게 그릇과 매트를 다양하게 매치해 시각적 효과를 주는 걸 추천해요.

신혼부부는 이미 기본 디자인의 2인 세트를 갖추고 있을 텐데 포인트로 화려한 접시를 선택하면 기분 전환이 돼요. 평범한 치킨도 강렬한 초록 그릇에 담으면 색다르죠.

Q    광고, 매거진 등 여러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데 주요 참여 작업물은 무엇이 있나요? 차리다만의 경쟁력, 매력도 궁금해요.

A 심승규 잘 아실 만한 작업은 박보검 씨의 코카콜라 광고, 전지현 씨의 삼성 지펠 광고, 공유 씨의 카누 광고 등이에요. 동탄 롯데백화점 오픈 시점 키 비주얼 이미지도 작업했어요.

스타벅스와 미니의 협업 미니어처 작업도 했죠. 요즘은 음식이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되기 때문에 경계를 넘나들며 라이프스타일링 스튜디오로 나아가고 있어요.

김은아 저희 경쟁력은 심승규 디렉터의 서포트라고 생각해요. 보통 푸드 스타일링 스튜디오라고 하면 저 같은 스타일리스트가 주축이 되는데 저희는 남편이 업무를 분담해주니까 각자 역할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저는 창작에만 집중할 수 있어요.

남편이 커뮤니케이션과 브랜딩을 맡고 제가 창작을 하면 시너지가 발휘돼요. 남편의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기업 클라이언트가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심승규 저는 뭔가 꿈꾸는 걸 좋아하는데 실현 방법을 잘 못 찾았었어요. 그런데 아내는 실현을 잘해요. 덕분에 같이 더 큰 꿈을 실현하게 되고 사람들도 저희 작업을 재밌어 하는 것 같아요.

최근에는 단편 영화를 제작했고, 곧 우리만의 폰트도 만들려고 해요. 크리에이티브를 추구하는 재밌는 사람들이 모인 곳으로 어필하고 싶어요. 

ⓒ 일광전구
ⓒ 현대백화점
ⓒ 뮤지엄김치간
ⓒ 비비고
ⓒ 배스킨라빈스
ⓒ 신세계백화점
ⓒ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
ⓒ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

Q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보낸 한 달 이야기를 『피렌체 테이블』이라는 책으로 내기도 했죠? 피렌체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식문화는 무엇이었나요?

A 김은아 저희가 커피와 와인을 좋아해요. 피렌체 가기 전엔 한국 문화에 익숙했는데, 이탈리아에 가니 다들 아침에 에스프레소 바에서 커피 한 잔을 원샷하더라고요. 

그 문화에 재미를 느껴 한 달 내내 엄청 마시고 다녔죠. 아페리티프 문화라고 해서 식전주를 마시며 대화하는 문화도 있더라고요. 오후 5, 6시에 식당 옆 바에 모여 서서 식전주 한 잔씩 들고 몇 시간씩 얘기를 나누는 문화가 너무 재밌어서 따라 했어요.

심승규 그전까지는 와인도 잘 모르고, 레스토랑 가면 두 번째로 싼 거 시키고 그랬어요. 지금은 특히 내추럴 와인을 좋아하고 무척 만끽하죠. 음식에 술을 곁들이면 맛이 배가된다는 사실을 피렌체에서 알게 됐어요.

술이 그저 취하려고 마시는 것이 아니라 음식의 맛을 이끌어내는 매개라는 것을 알게 됐죠. 시장에서 피시앤칩스를 먹을 때 와인을 곁들여 왁자지껄 즐기는 걸 보면서 무척 재밌었고 그 뒤부터 맥주, 고량주, 와인, 막걸리 등 다양한 술을 음식에 매치해요.

Q 결혼 10주년을 맞은 부부로서 두 사람이 함께하는 데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A 심승규 호응, 피드백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둘이 자주 쓰는 말이 있더라고요. '그러니까~!' 라는 말인데 '어 맞어, 어 그래 그거야' 뭐 그런 뜻이죠. 흔히 오래된 연인들은 서로 호응을 안 해요. 처음 사랑을 시작하면 '오 좋아, 그거 예쁜데' 하고 적극적으로 호응을 하는데 세월이 가면 점차 무심해지죠. 그런 게 사라지면 모든 사랑과 인간관계가 무너지기 시작해요.

김은아 저도 예전엔 더 많이 웃고 열렬히 호응했던 거 같은데 지금은 덜해졌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부분은 계속 노력해야 되는구나 싶죠. 

심승규 저희는 레스토랑에서 맛있게 먹고 나면 셰프에게 꼭 인사를 해요. 그러다보니 친구가 되기도 하죠. 사랑하는 사람에게 호응을 하면 감정이 식지 않아요. 반응과 감동이 사라져 가는 게 곧 늙는 거라고 생각해요. '리액션'이 좋은 사람은 젊고 멋져 보여요.

Q 앞으로 차리다 스튜디오의 계획과 포부가 궁금해요.

A 김은아 저희 슬로건이 '인생을 아름답게 차리다'인데 이 슬로건을 지킬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어요. 일에 치이기만 하는 게 아니라 구성원 모두 삶을 아름답게 차릴 수 있는 회사요. 어떤 촬영을 하고 싶다는 목표보다는 인생을 아름답게 하는 브랜드를 만들자고 생각해요. 그러려면 저희도 영리하게 일해야겠죠.

심승규 저도 스태프들이 편안한 환경에서 일하게 하고 싶고 그런 브랜드로 나아가고 싶어요. 또 푸드 외적인 영역에서도 일하고 싶어요. 다양한 기업이나 친구들과 다채로운 작업을 하고 싶고 이번에 제작한 단편 영화 <차리다>가 선전하면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닮은 푸드 스타일링 라이프를 담은 콘텐츠에 도전해보는 게 꿈이에요.

황현선 기자 news@wedding21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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