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수명 늘리는 '소규모 솎아베기' 전파
韓日 환경지킴이 영광의 수상자들
올해 27회를 맞은 한일 국제환경상(The Asian Environmental Awards) 수상자로 30여 년간 동아시아 자생지를 조사하며 멸종위기종 보전과 식물 분류학 보급을 위해 노력해온 한국의 현진오 동북아생물다양성연구소 소장과 산림 재생을 위해 기존 대규모 벌목의 문제점을 개선한 소규모 솎아베기를 도입·실천해온 일본의 비영리단체 ‘지속가능한 환경공생 임업을 실현하는 자벌형(自伐型) 임업추진협회’(대표 나카지마 겐조·中嶋健造)가 선정됐다. 지난달 24일 열린 한국 측 본선 심사에서는 김명자 심사위원장 등 심사위원 6명이 참석, 깊이 있는 논의 끝에 수상자를 결정했다.
[일본 수상자]
비영리단체 ‘자벌형 임업추진협회’
싹둑 파인 산맥에서 삼나무와 노송나무가 도미노처럼 쓰러졌다. 나무들이 토양과 함께 깊은 계곡 속으로 미끄러져 쌓였다. 고치시(高知市) 인근, 대규모 벌목된 산의 참상이다. 벌채를 위해 넓은 폭으로 깎은 임도는 곳곳이 끊기고 산사태와 사면 붕괴도 일어났다.
반면에 ‘자벌형(自伐型)’이라고 불리는 소규모 임업을 실천하고 있는 숲은 거듭되는 대형 태풍이나 집중호우에도 별다른 피해가 없었다. 비영리 법인 ‘지속 가능한 환경공생 임업을 실현하는 자벌형 임업추진협회’의 나카지마 겐조(中嶋健造·59) 대표이사가 ‘재해에 강한’ 임업을 보급해온 결과다.
협회는 일본 임업의 전통을 바탕으로 200년 후 산림의 모습을 상상하며 활동해왔다고 한다. 곳곳에서 50년 주기의 개벌(모두베기)이 벌어지는 현실에서 협회는 “손자(孫子) 세대를 위하겠다”며 조상들이 심은 모종을 기르고 간벌(솎아베기)하며 조금씩 이익을 늘려 간다. 요즘 유행하는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를 실천하는 생업이다.
80년 이상 관리하고 육성해 굴곡이 적은 단단한 나무는 시장 가치도 높다. 올해 글로벌 목재 가격 상승에 따른 ‘우드 쇼크(wood shock)’로 수입 목재가 부족한 중에도 잘 키운 국산 목재에는 순풍이 불고 있다.
자벌형 임업 방식은 숲 파괴를 최소화하도록 고안됐다. 바르고 굵게 성장할 듯한 나무를 남기면서 산 전체에 그물코처럼 작업 도로를 만든다. 도로 폭은 2.5m로 소형 장비가 겨우 지나갈 정도다. 임도를 좁게 만들면 바람이 통과하지 않고 나무는 잘 쓰러지지 않는다. 급경사에는 흙막이를 해 토사 재해를 미연에 방지한다.
산림조합 등에 대규모 벌채를 위탁하는 경우 산림 소유자 수중에는 몇 퍼센트 정도의 이익밖에 남지 않는다. 반면 자벌형 임업은 목재 매출의 10%가 보장돼 유리하다.
2014년 협회가 시작한 소규모 임업의 고리는 불과 7년 만에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고치현 사가와정(町)은 숲 소유자와 20년간 계약을 체결하고 자벌형 사업자에게 관리를 위탁하는 매칭 사업을 벌였다. 이 결과 20~40대 지역부흥협력대 청년들이 속속 이주해오고 있다. 뜻있는 청년과 산림 소유자, 인구 감소를 겪는 지자체 3자에게 행복을 주는 ‘작은 임업’이다. 나카지마 대표는 “실천의 고리를 더욱 넓히고 싶다”고 했다.
“재해 방지, 고품질 목재… 솎아베기의 일석이조”
나카지마 겐조 대표
이번에 큰 상을 주신 점, 감사드립니다. 전후 고도 성장기 일본에서는 대형 기계에 의존해 미성숙 저질 목재를 대량 생산하는 모두 베기가 진행됐습니다.
반면 과거 일본 임업의 선배들은 소규모 반복 솎아베기를 고안했습니다. 수목 상태를 유지해 재해를 방지하고 고품질 목재를 지속적으로 생산한 것입니다. 이처럼 예전 기술을 진화시켜 산림을 최대한 활용하고 지켜나가자는 목적에서 재구성한 것이 자벌형 임업입니다. 지속적인 양질 목재 생산과 경제적 자립, 토사 재해 방지, 양호한 산림 환경 유지, 탄소 고정 등의 효과를 입증했습니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자벌형 임업 보급을 촉진해 해발 100~300m 중산간(中山間) 지역 산림을 재생하고 급증하는 토사 재해를 감소시키겠습니다. 반복 간벌 임업 기술은 위기에 처한 세계 산림 재생에도 공헌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일본 측 심사위원]
▲마에다 히로토모(前田浩智) 심사위원장, 마이니치신문 주필
▲이마이 미치코(今井通子) 전 중앙환경심의회 위원, 의사, 등산가
▲오쿠보 나오다케(大久保尙武) 일본경단련자연보호협의회 특별고문
▲가토 사부로(加藤三郞) 환경문명 21 고문
▲구라바야시 마사토(倉林眞砂斗) 조사이 국제대학 부학장
▲하라 쓰요시(原剛) 와세다대학 명예교수, 마이니치신문 객원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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