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돼지 신장을 뇌사 환자에게 이식 성공

이벌찬 기자 입력 2021. 10. 22.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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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식 즉시 소변 만들고 정상 작동 "동물장기 대량 공급 가능성 열어"
미국 뉴욕대 랑곤헬스(NYU Langone Health) 메디컬센터의 로버트 몽고메리 이식연구소 연구진이 지난달 25일 신부전으로 뇌사 상태에 빠진 환자에게 돼지 신장을 이식하고 있다./AFP연합뉴스

미국 연구진이 면역 거부 반응 없이 사람에게 돼지 신장을 이식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동물에게서 얻은 장기를 환자에게 이식하는 이종(異種) 장기 이식에서 거부 반응이 일어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9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대 랑곤헬스 메디컬센터의 로버트 몽고메리 이식연구소 연구진이 지난달 25일 신부전 증상이 있는 뇌사 상태 환자에게 돼지 신장을 이식하는 실험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연구진은 돼지 신장을 환자 몸 밖에 둔 채 환자의 혈관과 연결한 뒤 54시간 동안 관찰했다. 그 결과, 돼지 신장은 이식 즉시 노폐물을 걸러냈고 소변도 만들었다. 면역 거부 반응도 일으키지 않았다. 연구진은 장기 이식에 앞서 환자 가족에게 동의를 받았다. NYT는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이뤄진 실험이지만 동물에게서 장기를 대량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이번 실험에 사용된 돼지 신장은 인간에게 이식했을 때 면역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돼지 세포의 당 성분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갈세이프(GalSafe)’라는 돼지의 것이다. 갈세이프는 지난해 12월 미 식품의약국(FDA)에서 식품·의료용으로 적합하다는 인증을 받았다.

다만 이번 실험으로 동물 장기 이식 상용화를 논하기는 이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NYT는 “인체에 이식된 장기의 수명에 대해 알려진 것이 적고, 돼지의 바이러스가 이식 환자를 감염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의학계는 20세기 들어 사람 몸에 동물 장기를 이식하는 실험을 본격 진행해왔다. 1960년대에는 침팬지 등 영장류 신장을 인간에게 이식했으나 인체의 거부 반응을 극복하지 못했다. 1980년대부터는 돼지 장기를 인간에게 이식하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됐다. 돼지의 장기 크기가 사람과 비슷하고, 새끼를 많이 낳아 장기 대량생산이 쉽기 때문이다. 중국은 2015년 돼지 각막을 인체에 이식하는 것을 허용했고, 일본은 2016년 동물 장기를 인간에게 이식하는 것을 허용했다. 한국에서는 생명윤리법으로 동물 장기의 인체 이식을 금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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