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금 1억 내걸고 일반인 모집해 격투기.. 현실 오징어게임
폭력영상 어린이한테도 노출돼
‘일반인을 대상으로 상금을 내건 생존 게임을 시키고, 누군가 이 모습을 지켜본다.’ 세계적 인기를 끈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기본 구도다. 그런데 최근 규제가 없는 유튜브 등을 중심으로 이 같은 ‘현실판 오징어 게임’ 콘텐츠들이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상금을 준다는 명목으로 일반인을 동원해 격투기, 극한 상황에서 14일 버티기와 같은 미션을 주고 다수의 시청자들은 이를 재미 삼아 지켜보는 것이다.
지난 4일부터 유튜브, 카카오TV 등을 통해 공개되고 있는 웹 예능 ‘파이트클럽’은 상금 1억원을 내걸고 일반인에게 격투기를 시키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7월 ‘국적 불문 자신의 강함을 증명하고 싶은, 심신(心身)에 문제가 없는 성인 남성’을 조건으로 참가자를 모집하자 1000여 명의 지원자가 몰렸다고 한다. 방송을 기획한 3Y코퍼레이션과 자문을 맡은 종합격투기 단체 로드FC는 이 가운데 14명을 추려, 6박7일간 밀폐된 창고 부지에서 격투기를 시킨다. 다른 참가자를 꺾고 최종으로 남은 4인이 1억원의 상금을 나눠 가질 수 있다. 규제가 느슨한 인터넷 방송이다 보니 욕설, 흡연 모습 등도 자주 등장한다. 로그인 절차가 필요 없어 어린이들도 카카오TV, 유튜브 등을 통해 그대로 폭력 영상을 시청할 수 있다.
일반인들끼리 돈을 차지하기 위해 거침없이 주먹질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시청자들은 “재밌다” “개싸움이네” 등의 반응을 댓글로 달고 있다. “경기가 아닌 폭력 프로그램, 상금이 아니라 목숨값이 1억이냐” “돈 걸고 개·소·닭싸움 시키는 것과 뭐가 다르냐” 등 부정적 반응도 있었지만 소수였다. 이들의 싸움 영상은 편마다 100만 회 이상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4월 유튜브에 공개된 웹 예능 ‘머니게임’도 총 상금 4억여 원을 걸고, 8명의 참가자를 밀폐된 창고 부지에 몰아넣고 14일간 버티기를 미션으로 내걸었다. 침대, 변기, 취사도구도 없는 환경에서 일반인이 살아남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다. 이를 기획한 것은 구독자가 200만 명이 넘는 유튜버로, 참가자 모집에 5000여 명의 일반인이 몰렸다고 한다.
이 같은 ‘현실판 오징어 게임’이 인기를 얻는 현상에 대해,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무대에 오른 이들을 지켜보는 것도 결국 똑같은 일반인인데, 비슷한 처지이면서도 보다 극단적인 상황에 처한 이들을 보며 사람들은 묘한 쾌감을 느끼게 된다”고 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소위 ‘앵그리 사회’에 사는 사람들은 1차원적 방식으로 답답함을 해소해주는 콘텐츠에 더 관심을 갖는다”며 “유튜브 등 뉴미디어 플랫폼은 더 극단적 자극을 주려 하고, 폭력처럼 반사회적 행동을 부각시키는 경향이 있는 만큼 규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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