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바다처럼, 넓고 깊은 마음으로 살아보자고요 [Weekend 레저]

조용철 2021. 10. 22.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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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자산어보' 촬영지 신안 비금도 · 도초도
4km 걸친 팽나무 길..그 아래엔 수국꽃 가득 '환상의 정원'
목포항서 54km..70년 넘은 염전과 하트모양 해변으로 유명
생태관광지로 떠오르고 있는 전남 신안군 도초도에는 영화 '자산어보' 촬영지가 있다. 가거댁 초가집 세트장을 찾은 관광객들이 툇마루에 앉아 서해 바다를 쳐다보고 있다. 아래 작은 사진은 영화 '자산어보'의 한 장면. 사진=조용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신안(전남)=조용철 기자】 전남 목포항에서 54㎞ 떨어진 비금도는 유인도 3개와 무인도 79개로 이뤄진 섬이다. 해안선 길이는 약 132㎞에 이른다.

암태도 남강 선착장에서 차도선을 타고 가면 비금도 가산항까지 40여분 걸린다. 지난 1996년에 연도교가 개통돼 이웃 섬인 도초도와 하나의 생활권을 이룬다.

비금도과 도초도는 연륙된 형제섬으로 목포와 흑산·홍도권을 연계하는 서남해의 관문이자, 다도해 해상국립공원 및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돼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는 생태관광지로 유명하다. 강강술래나 뜀뛰기, 밤달애놀이, 석장승, 내촌 돌담 등 섬 특유의 문화원형이 잘 보존돼 있다.

전남 목포항에서 54㎞ 떨어져 있는 신안군 비금도와 도초도에는 사람들의 손때가 덜 탄 관광지들이 많다. 맨위 사진부터 하트 모양의 해변으로 유명한 비금도 하누넘해변, 옛 천일염전의 형태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비금도 대동염전, 도초도에 조성된 수국공원. 사진=조용철 기자

■비금도의 염전과 하트해변

비금도 가산항에서 선착장을 벗어나면 맨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광활하게 펼쳐진 염전이다. 천일염의 주요 생산지로 유명한 비금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천일염을 생산했다. 지금도 전국 천일염 생산량의 5%가량이 이곳에서 나온다. 그리고 겨울철에도 날씨가 푸근한 비금도의 황금시금치는 잎이 부드럽고 맛이 좋다. 서울 가락동시장에서 판매하는 시금치의 약 40%가 신안군에서 재배된 것이라고 한다.

대동염전은 1948년께 비금도의 450가구 주민들이 염전조합을 결성해 100여ha가 넘는 광활한 염전을 조성하면서 시작됐다. 이는 폐염된 경기·인천지역의 주안·남동·군자·소래염전을 제외하고는 설립 당시 국내 최대 규모였다.

비금도에는 '천일염전기술자양성소'가 설치돼 염전 기술자를 양성했다. 여기서 배출된 기술자들이 인근 도서지역과 완도, 해남, 무안, 영광, 고창, 부안 등지에 진출해 천일염전 조성공사에 참여함으로써 광복 후 우리나라 염전발전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대동염전은 넓은 염전지대의 저수지, 증발지, 결정지, 해주(海宙)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어 천일염전의 형태를 잘 보여준다. 인문적 경관 가치가 뛰어난 살아있는 근대문화유산으로 평가되고 있다.

비금도 내촌마을은 대략 400년 전 형성됐다. 마을 담장에 쌓은 돌은 형태가 둥글지 않고 전반적으로 길쭉하면서 날카롭다. 대체로 담장 높이는 1.5m 내외로 일정하다. 대개 마을 뒤에서 손쉽게 얻을 수 있는 납작한 돌과 각형의 막돌을 사용해 쌓은 것이 특징이다. 이 마을 돌담은 막돌을 메쌓기하거나 막돌과 흙을 교대로 쌓아 올리는 등 여러 형식으로 돌담을 쌓았다. 잘 보존된 마을 돌담과 뒤쪽 바위산, 넓게 형성된 들판이 서로 어우러지면서 여행객들에게 한층 편안한 느낌을 제공한다.

신안군은 이곳 출신인 이세돌 바둑기사를 기념하기 위해 폐교된 옛 비금 대광초 건물을 리모델링해 '이세돌 바둑기념관'을 짓고 이세돌 생가와 함께 관광코스로 활용중이다. 이세돌 바둑기념관 뒤편에 대숲으로 이뤄진 망각의 길을 지나면 명사십리 해수욕장이다. 비금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으로 알려진 이곳은 고운 모래해변이 십리쯤 뻗어 있다고 해서 명사십리로 불린다. 4㎞에 달하는 고운 모래해변과 바닷가의 풍력발전기가 이국적 풍경을 연출한다.

비금도 서남쪽 해안은 꼬부랑 해안길이다. 해안도로를 따라 다도해 풍경을 감상하며 달리다 보면 백사장과 기암절벽이 잘 어우러진 하누넘 해수욕장에 다다른다. 하누넘은 하늬바람이 불어오는 언덕이라는 의미다. 하누넘 해변은 하트 모양이라서 하트해수욕장으로 유명하다. 하트 모양을 제대로 보기 위해선 산모퉁이 길을 더 올라가야 한다. 하트해변전망대에 다다르면 하트 조형물 너머로 하트 모양이 선명하게 보인다.

■도초도의 팽나무 10리길, 그리고 수국

비금도에서 연도교를 지나 도초도로 향했다. 도초도는 우리나라에서 13번째로 큰 섬이다. 도초도는 유인도가 4개, 무인도 58개 등 총 62개 섬으로 이뤄졌다. 도초도는 신안군에서 가장 넓은 들녘인 고란평야가 펼쳐져 있어 주민 대부분은 어업보다는 농업에 주로 의존하고 있다. 도초도 서쪽 해안은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일부에 속할만큼 자연경관이 아름답다. 시목해수욕장은 드넓은 백사장과 맑은 물빛으로 가족 단위 피서지로 안성맞춤이다.

발매마을의 너른 들길을 지나 능선에 이르면 영화 '자산어보'의 촬영지인 '가거댁' 초가집 세트와 만난다. 초가집 대청마루에 앉으면 흑산도 앞바다가 한눈에 들어선다. 대청마루 뒤편은 산악지대인 반면 앞쪽은 푸른 바다가 펼쳐진다. 초가집 앞마당에서 바라보면 우물과 함께 돌담 너머로 보이는 마을 풍경이 일품이다.

2005년 폐교된 도초서초에 다다르면 수국공원과 만난다. 도초서초 부지에 전통정원, 수국공원, 소리마당, 웰빙정원 등 다양한 주제로 수국이 심어졌다. 수국 이외에도 향나무 등 푸른 엽록소를 물씬 뿜어내는 작은 숲길도 여행객들이 쉬엄쉬엄 걷기에 좋다.

도초도 화도선착장과 수국공원을 잇는 농수로 옆에는 4㎞에 걸쳐 팽나무 가로수 길이 펼쳐진다. 팽나무는 자라면서 점차 기이하게 뒤틀리는 가지가 독특한 미감을 뽐낸다. 최근 '환상의 정원'이라고 이름지어지면서 준공식을 가졌다. 100년 내외의 수령을 자랑하는 팽나무 700여그루가 가을바람과 함께 잎사귀를 출렁인다. 팽나무들은 고흥, 홍성, 창원 등 전국에서 구입해 옮겨 심었다고 한다. 팽나무 아래에는 수국, 수레국화, 석죽패랭이 등을 심었다.

수국공원에서 남쪽 해안선을 타고 가다보면 시목해수욕장에 이른다. 시목해수욕장은 마치 병풍 속 한 장면처럼 펼쳐진 해변이다. 3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마치 호수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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