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판 거래' 말 없는 권순일, 대법원이 진상 밝히라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이 “(이재명 경기지사의 선거법 재판에서 무죄 의견을 낸) 권순일 당시 대법관을 찾아온 사람들에 대한 출입 기록을 비실명으로 요구했는데도 법원행정처가 응하지 않고 있다”면서 “무엇인가를 숨기려고 하는 게 아닌가”라고 했다. 이 지사 무죄 판결 전후로 대장동 의혹의 핵심인 김만배씨가 8차례나 ‘권순일 대법관 방문’이라고 쓰고 대법원을 드나든 출입 기록이 확인되면서 권 전 대법관은 ‘재판 거래’ 혐의로 고발당해 수사받고 있다. 권 전 대법관 문제는 법관 개인의 일탈 차원을 넘어 사법부의 존립 자체를 흔들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다. 대법관이 재판 중인 사건 관계인을 만난 사실이 드러나 재판 거래 의혹으로 수사받는 일은 헌정사상 유례가 없다. 국민이 다른 곳도 아닌 대법원의 재판 과정과 결과를 불신하게 되면 법원은 설 자리가 없을 것이다.
권 전 대법관은 이 지사 재판에서 유무죄 의견이 5대5로 갈린 상황에서 무죄 의견을 냈고, 여기에 김명수 대법원장이 가담하면서 무죄 결론이 나왔다고 한다. 만약 유죄가 된다면 이 지사는 대선에 나올 수 없었다. 이 지사 사건에는 대장동 관련 혐의가 포함돼 있었고, 김만배씨는 화천대유 대주주로 당연히 사건 관계자였다. 김씨는 이 지사가 진행한 대장동 사업에서 천문학적 수익을 올렸다. 이런 상황에서 김씨가 오랜 친분이 있는 권 전 대법관을 수차례 만났다. 권 전 대법관은 퇴임 후 김씨 대장동 회사의 고문으로 들어가 월 1500만원씩 받기도 했다. 김씨가 이 지사 무죄를 위해 권 전 대법관에게 로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은 결코 무리한 억측이 아니다.
그런데도 권 전 대법관은 아무 말도 없다. 평생 법원에 몸담으며 대법관까지 지낸 사람이 사법부 위기로 번질 수 있는 상황에서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대법원도 손을 놓고 있다. 법원행정처장은 야당 의원의 질문에 “이해 관계인이라면 만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했다. 김만배씨를 이해 관계인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말처럼 들린다. 법원행정처장은 “판결 합의 과정이 공개되면 판결 효력에 논쟁을 제공할 수 있다”고도 했다. 이 지사 판결은 이미 검찰 수사 대상이 돼 있는데 그보다 큰 논쟁이 있겠나.
지금이라도 대법원은 권 전 대법관이 참여한 이 지사 무죄 판결에 대해 자체 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국민 앞에 소상히 밝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강제로 조사를 당하게 되는 결과를 맞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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