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로 간 누리호… 46초가 모자랐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입력 2021. 10. 22. 03:20 수정 2024. 1. 2.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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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개발한 한국형 발사체 ‘미완의 첫발’
목표 고도인 700㎞ 도달했지만 마지막 엔진이 조금 일찍 꺼져
모형 위성의 궤도 진입은 실패… 文대통령 “첫 발사 성과 훌륭”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21일 오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붉은 화염을 내뿜으며 날아오르고 있다. 로켓 엔진부터 동체, 발사대까지 한국 독자 기술로 개발된 누리호는 이날 발사 16분 7초 만에 지구 700㎞ 상공에 도달했다. 하지만 로켓의 마지막 3단 엔진 연소가 계획보다 빨리 끝나는 바람에 누리호에 탑재됐던 위성 모사체를 목표 궤도에 올리는 데는 실패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우리나라가 독자 개발한 한국형 우주 발사체 누리호가 발사에 성공했으나 위성을 대신한 모사체를 목표 궤도에 진입시키지는 못했다. 발사체의 비행 능력은 입증했지만 위성을 원하는 곳에 수송하는 마지막 단추를 꿰지 못해 절반의 성공만 거둔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1일 “오후 5시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 누리호가 전 비행 과정은 정상적으로 수행했지만, 위성 모사체가 목표 궤도에 안착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위성 모사체는 일단 목표 궤도인 700㎞에는 도달했다. 하지만 마지막 3단 엔진 연소가 계획보다 46초 빨리 끝나는 바람에 위성 모사체를 제대로 밀어주지 못했다. 그 결과 궤도 유지에 필요한 초속 7.5㎞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누리호는 1.5t급 실용 위성을 지구 상공 600~800㎞ 궤도에 올릴 수 있도록 만들어진 3단 발사체다. 2010년 3월부터 1조9572억원을 들여 독자 개발했다. 누리호는 이날 연료 주입을 마치고 오후 5시 예정대로 발사됐다. 이륙 이후 16분 7초 동안 1단과 2⋅3단 로켓이 차례대로 연소했으며, 위성 덮개인 페어링 분리도 제대로 이뤄졌다. 마지막 위성 모사체 궤도 진입에만 실패했다.

전문가들은 누리호가 첫 번째 시험 발사에서 보여준 성과만으로도 국내 우주 기술이 선진국 수준에 올랐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허환일 충남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미국 스페이스X도 처음에는 연속 3번이나 발사체 시험 발사에 실패했다”며 “누리호는 비행 시험은 거의 성공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처음 개발한 우주 발사체는 성공률이 30%에 그쳤다.

누리호의 핵심인 1단은 밀어 올리는 힘인 추력(推力)이 75t급인 액체연료 엔진 4기로 구성됐다. 이번에 엔진 4기가 한 몸처럼 작동하는 데 성공했다. 우주발사체 엔진은 ‘날아가는 고압 용광로’라고 불릴 정도로 극한의 조건을 견뎌야 한다.

누리호는 내년 5월 2차 발사가 예정됐다. 200㎏ 성능 검증 위성과 1300㎏ 위성 모사체가 실린다. 이후 2027년까지 실제 위성을 실어 4차례 더 발사체의 성능을 검증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후 누리호 기술을 기업에 이전해 본격적인 민간 주도의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를 연다는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누리호 발사를 참관하고 “아쉽게도 목표에 완벽하게 이르지 못했지만 첫 번째 발사로 매우 훌륭한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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