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사오던 치킨, 국민 물병 델몬트.. '아는 맛'이 무섭게 팔린다

송혜진 기자 입력 2021. 10. 22. 03:04 수정 2021. 10. 24.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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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전자(LG전자의 전신) 로고를 새겨 출시한 GS25의 ‘금성맥주’, 1980~1990년 ‘국민 물병’으로 통했던 유리병을 재현한 델몬트 오렌지 주스 제품, 옛 통닭의 맛을 재현한 제너시스 BBQ의 ‘파더스치킨’(왼쪽부터). /제너시스BBQ·롯데칠성·GS리테일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제너시스 BBQ는 22일 가을 신제품으로 ‘파더스치킨(father’s chicken)’을 출시했다. 예전 아버지들이 퇴근하고 집에 와서 내밀던 종이봉투에 든 통닭을 재현한 제품이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먹을 수 있을 만큼 푸짐했던 옛날 치킨처럼 두 마리를 세트로 구성해 양을 늘렸다. 제너시스 BBQ 관계자는 “올봄엔 10~20대 소비자를 겨냥해 ‘깐풍치킨’ 등 새로운 맛을 내놨지만, 이번 가을엔 다시 옛날 맛으로 회귀하는 유통 업계 흐름을 반영해 복고풍의 제품을 내놨다”고 했다.

금성전자(LG전자의 전신) 로고를 새겨 출시한 GS25의 ‘금성맥주’, 1980~1990년 ‘국민 물병’으로 통했던 유리병을 재현한 델몬트 오렌지 주스 제품, 옛 통닭의 맛을 재현한 제너시스 BBQ의 ‘파더스치킨’(왼쪽부터). /제너시스BBQ·롯데칠성·GS리테일

식품 업계가 ‘옛날 맛’에 빠졌다. 몇 년 전부터 불던 레트로(retro·복고) 바람이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열풍과 맞물리며 더 거세지고 있다. 단종된 제품을 다시 출시하기도 한다. 롯데제과와 오리온은 1990년대 인기를 끌었던 아이스크림과 스낵을 다시 출시하고 있다. 새로운 맛보다 ‘아는 맛’ ‘친숙한’ 맛의 힘이 크다는 것이다.

◇너도나도 ‘옛날 맛’에 빠지다

롯데칠성은 최근 1980년~1990년대 집집마다 보리차를 넣어두고 마시는 ‘국민 물병’으로 불리다 단종된 델몬트 오렌지 주스의 유리병(2L)을 미니병(250ml) 형태로 재현해 한정판으로 출시했다. 미니병 6개가 한 세트다. 일부 온라인 중고 장터에선 제품 값(1만 8900원)보다 비싼 3만원~3만5000원에 빈 병이 거래될 정도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중·장년층도 좋아하지만 10~20대가 오히려 ‘새롭고 특이하다’고 열광한다”면서 “젊은 층을 겨냥한 피크닉용품까지 포함된 세트를 온라인몰에 다시 내놨다”고 했다.

SPC삼립은 최근 옛날 스타일의 호빵 찜기를 떠올리게 만드는 머그컵을 굿즈로 출시했다. 머그컵에 채반이 포함돼 있어 이 위에 호빵을 올려놓고 뚜껑을 덮은 뒤 전자레인지에 1분 30초 동안 데우면 찜기에서 찐 것처럼 호빵 아래에 그물 모양의 자국이 남는다. SPC삼립은 “옛날 빵을 먹을 때 감성을 살릴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편의점 GS25는 올해 3월 ‘금성맥주’ 등의 복고 콘셉트 제품 6종을 선보이기도 했다. GS리테일 측은 “오래된 것에서 오히려 새로운 매력을 찾는 소비자가 많다”면서 “금성맥주의 경우는 출시 이후 500만개 이상이 팔렸다”고 했다. 신세계푸드가 지난 3월 내놓은 ‘올반 옛날통닭’도 지금까지 50만개 이상 팔렸다.

최근엔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나온 제품들이 가세했다. ‘추억의 맛-달고나 세트’와 옛날 맛 과자인 오란다 등이 온라인뿐 아니라 대형 마트에도 속속 등장했다.

◇아는 맛이 제일 무섭다

이미 단종된 제품을 재출시하는 경우도 많다. 롯데제과는 6년 전 판매를 중단했던 아이스크림 ‘조안나바’를 지난달 다시 내놨다. 조안나바는 1991년 출시된 장수 제품으로 1990년대엔 연간 50억원어치 넘게 팔릴 정도로 인기를 누렸다. 최근 소비자 재출시 요청으로 제품을 다시 내놓게 됐다. 1972년에 나와 인기를 누렸으나 2017년 생산이 단종됐던 ‘후레쉬민트’ 껌도 올해 초 다시 나왔다. 롯데제과 측은 “제품 고유의 맛과 분위기를 기억하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맥도날드는 지난 4월 생선살 패티를 넣은 피시버거 ‘필레 오 피쉬’를 13년 만에 다시 출시, 3주 만에 100만개 이상을 판매했다. 오리온도 단종됐던 제품을 다시 출시하고 있다. 지난 3월엔 2006년 단종됐던 스낵 제품 ‘와클’을 16년 만에 다시 내놨다. 오리온 관계자는 “중·장년 고객들이 어린 시절 먹던 맛을 다시 찾고, 어린 자녀들도 이런 복고풍 제품에 관심을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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