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 모으던 어린 시절부터 ‘도라에몽’ 감독 꿈꿨죠

부천/김성현 기자 2021. 10. 22.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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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국민애니 ‘도라에몽’ 연출가 와타나베, 한국 언론과 첫 인터뷰
올 부천애니페스티벌 심사위원장 “이 캐릭터와 전 생일도 같답니다”
애니메이션 시리즈 ‘도라에몽’의 감독인 와타나베 아유무가 21일 도라에몽 인형을 들고 있다. 일본 유명 팝아트 작가 무라카미 다카시가 제작한 한정판 도라에몽이다. /김지호 기자

와타나베 아유무(渡邊歩·55)는 인기 애니메이션인 ‘도라에몽’ 시리즈와 ‘해수의 아이’(2019) 같은 작품으로 국내에서도 친숙한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이다. 22일 개막하는 올해 제23회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의 심사위원장을 맡아서 방한한 그는 21일 본지와 만나 “지금껏 살면서 세 가지 경험을 처음으로 한다”며 웃었다. 첫 방한이고, 심사위원장도 처음이며,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도 처음이라고 했다.

도라에몽은 1969년부터 만화와 TV 시리즈, 극장판 애니메이션 등으로 제작되면서 50여 년간 사랑받고 있는 일본의 ‘국민 캐릭터’다. 우리나라에도 안방과 극장 상영을 통해서 팬들이 적지 않다. 그는 “우연이지만 도라에몽과 내 생일이 같다”며 웃었다. 원작 만화에서 도라에몽은 2112년 9월 3일의 미래 공장에서 탄생한 고양이형 로봇으로 설정돼 있다. 시간 여행을 통해서 소년 노진구(일본명 노비타)의 집으로 찾아온 뒤 진구의 고민을 들어주는 다정한 친구 역할을 한다. 와타나베 감독은 “초등생 시절부터 만화 도라에몽을 연재하는 잡지와 단행본을 사 모으면서 만화가와 애니메이터의 꿈을 키웠다”고 했다.

요요기 애니메이션 학원을 졸업한 와타나베 감독은 1987년 일본 스튜디오에 들어가 애니메이션 작업을 시작했다. 데뷔작 역시 ‘도라에몽’이었다. 그는 “입사하고 처음으로 맡았던 작업이 방에서 진구가 미닫이문을 스르르 여는 장면이었다”고 했다.

2011년 프리랜서 감독으로 독립할 때까지 20여 년간 도라에몽의 TV 시리즈 30여 편과 극장용 중편 7편, 장편 2편에 작화(作畵)와 연출로 참여했다. 어릴 적 도라에몽의 팬이 도라에몽 시리즈의 감독이 된 셈이다. 그는 “도라에몽과 진구의 우정을 기본 골격으로 하면서도 공룡과 식물, SF와 역사 등 다양한 주제를 개발해서 끊임없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이야말로 이 시리즈의 장수 비결”이라고 말했다.

2011년 독립 이후에는 학원 스포츠물인 ‘메이저 세컨드’, 우주 비행사의 꿈에 도전하는 형제를 다룬 ‘우주 형제’, 판타지인 ‘해수의 아이’ 등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왔다. 그는 “고정된 방향을 정해두지 않고 최대한 자유롭게 많은 주제를 그리고 싶은 꿈이 있었다”고 했다. 소녀 루카가 어린 시절 추억이 깃든 수족관에서 신비한 바다소년 우미와 소라를 만나 함께 불가사의한 현상을 마주하는 이야기를 그린 ‘해수의 아이’로 지난해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대상을 받았고 그 인연으로 올해 심사위원장을 맡았다. 그의 신작인 ‘항구의 니쿠코’ 역시 22일 페스티벌 개막작으로 국내에 소개된다. 그는 “작품에 등장하는 모녀 사이의 끈끈한 정을 통해서 삶의 기쁨과 미래의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와타나베 감독 역시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과 ‘마더’의 DVD를 사 모으고, 아이돌 그룹 트와이스와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즐겨 듣는 한국 대중문화의 팬이다. 그의 작품에 참여하는 한국인 애니메이터도 30여 명에 이른다. 와타나베 감독은 “일본이나 디즈니와 일하는 한국 애니메이터들의 기술적 수준은 이미 세계적이며 언제나 성실성과 열의를 느낄 수 있다”며 “그림의 스타일이나 정체성에서 고유한 양식을 확립한다면 충격적인 작품이 조만간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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