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그늘] 검은 입 들개

김지연 사진가 2021. 10. 22.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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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북한산_검은 입. 2019. 권도연

권도연 작가의 북한산 봉우리에 서 있는 들개 사진을 보았을 때 나는 무엇을 하다 들킨 사람처럼 움칫했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동안 무심했던 어떤 감정이 나의 촉각을 세우게 했을까?

북한산이 가진 특징 중의 하나는 단아하면서도 우람하고 고집스러운 봉우리들이다. 정복하기는 쉽지만 마음을 쉽게 내주지 않는 냉엄함이 웅크리고 있다. 그 봉우리 위에서 사람이 사는 도시를 내려다보고 있는 검은 주둥이의 들개가 서 있다. 그런 개들은 동네가 사라지면서 갈 곳이 없어졌거나, 사람의 변심으로 버림받은 유기견이다. 무심함이 특징인 길고양이들을 챙기는 사람들도 늘고 있는데, 야성의 본성을 가진 개들은 산으로 들어가서 먹을 것을 해결하게 된다. 집에서 기르는 개에게 사고를 당하는 일이 생기면서 개의 목에 끈을 매야 하고 큰 개는 입마개를 해야 거리를 다닐 수 있다. 그동안 개가 인간에게 얼마나 충성스러운 동물이었는지가 강조되던 시절은 지났다. 이제는 ‘나의 외로움과 사랑’을 선택받는 특별한 감정을 교감하는 동물이어야 한다. 이미 들개가 되어버린 짐승은 공포와 포획의 대상이 되었다.

권도연은 수년간 북한산을 오르내리면서 들개와 만났고 서로를 공포의 대상이 아닌 공존의 상대로 인식하게 되었다. 들개는 왜 산봉우리에 올라가서 도시를 내려다보고 있을까? 설령 작가의 말대로 저들끼리 노니는 모습이라고 해도 ‘검은 입 들개’가 아래 세상을 바라보고 서 있는 모습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게 한다. 배신감일까? 그리움일까? 아니면 ‘자유’를 얻었다는 해방감일까?

김지연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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