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세상] 지구 살리는 지역 농산물 이용

오충현 동국대 바이오환경과학과교수 2021. 10. 2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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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식습관에 상당한 변화가 생겨났다. 외식을 줄이고 집에서 하는 식사량이 증가했다. 이 과정에서 배달음식이나 바로 조리할 수 있는 간편한 식재료인 밀키트의 시장이 확대됐다. 음식물을 포장하는 폐기물이 증가하는 문제점이 발생했지만, 새로운 식생활 문화와 시장이 출현했다고 하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오충현 동국대 바이오환경과학과교수

하지만 이제 편리함을 넘어 우리가 먹는 식재료의 건강함과 환경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배달음식이나 밀키트는 간편하지만 건강한 음식인지, 환경적으로 문제없는지에 대한 걱정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2012년 이미 세계적으로 상위권에 속하는 푸드마일리지를 기록했다. 푸드마일리지란 생산지에서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식재료가 운반되는 거리이다. 보통 1t의 식재료를 운반하는 거리를 기준으로 산정된다. 우리나라의 푸드마일리지는 2012년 7085t/㎞로 프랑스의 약 10배에 해당한다. 유럽 선진국의 경우 푸드마일리지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푸드마일리지의 증가는 운송거리 증가에 따른 탄소배출량 증가도 문제지만, 이 과정에서 장기간 저장하기 위해 사용하는 약품과 냉장보관 에너지도 문제가 된다. 결국 푸드마일리지가 길어지면 건강하지 못하고 환경에도 나쁜 영향을 주는 식재료를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대안으로 검토되고 있는 것이 신토불이와 같은 지역 농산물 이용 운동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대부터 신토불이라고 하는 지역 농산물 이용 운동이 농협을 중심으로 진행돼 왔다. 하지만 푸드마일리지 기록에서 보는 것처럼 그 성과는 그리 높지 않다. 일본의 경우에도 1980년대부터 우리의 신토불이와 유사한 지산지소(地産地消) 운동을 진행했다. 지역에서 나는 농산물을 그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운동이다. 최근에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순산순소(旬産旬消)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순산순소란 제철에 생산되는 농산물을 제철에 소비하자는 운동이다. 결국 제철음식을 먹자는 것이다. 제철음식을 먹게 되면 먼 거리 운송을 줄이고, 보관과정에서 소비되는 약품이나 에너지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울러 국민 건강과 지역농민 경제에도 도움이 되는 도농상생 효과도 크다. 이것은 단순한 농촌경제 문제를 넘어 기후변화 차원의 탄소중립 활동으로서 중요하다.

우리나라도 상황은 유사하다. 가정의 대형 냉장고 증가는 전기에너지 사용량 증가를 가져왔을 뿐만 아니라 저장에너지 증가와 음식폐기물 증가라고 하는 또 다른 환경문제도 가져왔다. 순산순소와 같은 운동은 이런 점에서 대형 냉장고 사용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이다.

이제 기후변화 문제는 더 이상 특정한 국가나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와 기업, 시민 모두가 합심해서 해결해야 하는 지구적인 문제이다. 조금 비싸더라도 우리 지방 또는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제철에 구입해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이 더 경제적이고 국민 건강과 지구 환경에 도움을 주는 행동이다. 작은 실천도 많이 모이면 기후변화로부터 지구를 살릴 수 있다. 지역 농산물을 이용하고, 제철음식을 먹는 것이 중요하다.

오충현 동국대 바이오환경과학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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