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추운 날엔 술조심

정재훈 약사·'음식에 그런 정답은 없다’ 저자 입력 2021. 10. 2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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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날일수록 술을 조심해야 한다. 술은 기만적이다. 피부 혈관을 확장시켜 몸이 뜨거워지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이렇게 표면에서 열을 빼앗기면 우리 몸 깊숙한 곳의 체온은 도리어 떨어진다. 과음은 겨울철 저체온증 유발 요인이다.

과음은 고혈압에도 해롭다. 맥주 500mL 한 잔을 마시면 혈압이 일시적으로 내려간다. 하지만 그보다 더 마시면 혈압이 처음엔 떨어지다가 나중엔 상승한다. 음주 뒤 12~13시간 뒤에도 혈압이 약간 오른 상태에 머무른다. 자꾸 술을 마시면 그만큼 혈압 조절이 어려워진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알코올은 맥박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독일의 맥주 축제 옥토버페스트에서 술을 마신 자원자 3028명을 대상으로 실제 연구한 결과이다. 참가자의 25.9%가 1분에 맥박 수 100회 이상으로 빈맥이 나타났다. 보통 인구의 1~4%가 부정맥이다. 하지만 이 연구에 참가한 사람들은 부정맥 비율이 30%가 넘었다. 술 마시고 맥이 빨라진 사람이 그 정도로 많았던 것이다. 게다가 혈중알코올농도가 높을수록 부정맥일 가능성이 증가하는 걸로 나타났다. 다른 연구 결과도 비슷하다. 술을 한두 잔 마시는 정도로는 맥박이 조금 빨라지는 정도에 그친다. 효과도 일시적이다. 저녁에 술을 마시면 밤사이 맥박 수가 약간 증가했다가 다음 날 아침에는 정상으로 돌아오는 정도에 그친다. 하지만 여러 잔 과음한 뒤에는 맥박 수가 더 크게 변하고 지속 시간도 더 길다. 원래부터 부정맥이 있거나 뇌졸중, 심근경색 같은 심뇌혈관 질환 위험이 큰 사람의 경우 더 위험하다. 이런 연구 결과를 알게 된 뒤부터 가끔, 집에서 술 마신 뒤 가정용 혈압계로 맥박 수를 측정해본다. 내 경우 와인 한두 잔으로는 맥박 수가 원래보다 10~15 정도 증가하는데 세 잔 이상 마시고 나면 100이 넘을 때가 있다. 그래서 가급적 술은 한 번에 한두 잔만 마신다.

와인이 심혈관계 건강에 약간의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프렌치 패러독스가 있지 않냐고? 그건 술을 조금 마실 때 이야기다. 프랑스도 과거 1인당 알코올 소비량이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었을 때는 심장병으로 인한 사망률이 높았다. 프렌치 패러독스는 음주량이 줄어들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술에 관한 한 건강을 위한 선택은 딱 두 가지다. 적게 마시거나 안 마시는 것.

정재훈 약사·'음식에 그런 정답은 없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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