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해원의 말글 탐험] [153] 이전처럼만…
마스크 쓰셔야죠. 공짜 곁들이 담아 오려는데 딸내미가 주저앉힌다. 아차 싶으면서도 와락 심사가 틀렸다. 손님 수월찮은 닭튀김 집, 먹고 마시고 떠드느라 다들 입이 열려 있는데. 거리 두기 규칙은 또 어떻고. 넷까지만 모여라, 둘만 된다 하더니 여덟이 만나도 좋단다.
새로운 지침 볼작시면 안타까움이 곱으로 붇는다. ‘수도권 식당·카페 영업시간은 기존대로 오후 10시까지로 제한.’ 밤 10시는 무슨 근거로 우겨대는지. ‘2차’ 손님 주로 받는 카페 주인 후배도 눈 번히 뜨고 죽겠다는데. 여기 방역 수칙 못잖게 고약한 것까지 도사렸다.
‘기존(旣存)’이 무슨 뜻인가. ‘이미 존재함’이다. 그렇다면 저 지침은 ‘이미 있는 대로 오후 10시까지로 제한한다’는 뜻이 되는데. 외국인이 하는 서툰 말 같다. ‘지금까지(종래·從來) 하던 대로’ ‘종전(이전)처럼’ 해야 할 걸 잘못 표현했기 때문이다.
더 살펴보자. ‘영화관, 공연장은 영업시간이 기존 오후 10시에서 자정까지로… 4단계 지역은 기존대로 샤워실 운영 금지.’ ‘종전(從前), 이전(以前), 계속, 하던 대로’는 어디 팽개치고 마냥 ‘기존’만 갖다 붙인다. 앞 문장은 심지어 없어도 아무렇지 않다. ‘기존에’ 형태도 당연히 엉뚱하다. ‘기존에 있던 대리점 근처에 새 대리점을 세울 때’(→이미 있는 대리점/기존 대리점) ‘독자 기술로 기존에 없던 금융 서비스를 만들어낸’(→종전에/예전에) ‘수사를 기존에 정한 방향대로 진행시키려는’(→애당초/이미)….
이런 문장은 오해하기 십상이다. ‘기존 회사의 운영 방식을 개선할 계획이다.’ ‘기존 회사’만 보면 회사를 새로 만들 계획이거나 만들었다고 여겨진다. 한데 종래 운영 방식을 고친다는 뜻이었으니, 표현도 어순도 어색하다. 해서 ‘기존’을 아예 쓰지 않거나 ‘회사의 종래 운영 방침’이라 해야 자연스럽다.
영업 제한이 나쁘기만 하랴. 밤이슬 맞는 질펀함도, 이튿날 부대낌도 사라졌으니. 다만 먹고사는 일이 무작정 찌그러져 걱정이다. 우리는 과연 이전처럼 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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