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경애의 GPS] 진실 가리고 비트는 혼탁한 말의 정치

권경애 변호사·'무법의 시간' 저자 2021. 10. 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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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사실 뒤틀고 진실 덮는 이재명
'배임' 핵심 초과이익 환수 문제도 말바꾸기
말잔치로 부패 카르텔 약탈 사업 은폐 못해
윤석열 "전두환, 정치는 잘했다"는 망언
침묵하는 다수의 상식적 신의 잃을 텐가

정치는 말[言]로 한다. 말로 사람의 마음을 얻고 세상을 움직이려는 대선 후보들의 난무하는 망언들로 세상이 혼탁하다. 정치(政治)란 무엇인가. 정치란 정언(正言)이다. 정언이란 무엇인가. 정언은 정의(正義)를 말하는 것이다. 정의란 무엇인가. 정의란 사전적으로 ‘개인 간의 올바른 도리’ 또는 ‘사회를 구성하고 유지하는 공정한 도리’이다. 국가가 구성원들이 지켜야 할 공정한 규칙에 합의하는 조직체라면, 정치는 정의를 말하는 것이다. 진실을 가리고 비트는 말은 공정한 도리를 허물고 관계와 세상을 망친다. 말의 권력을 가진 자들의 망발은 구성원들의 공정한 규칙을 해치고 혼란과 분란을 야기한다.

이재명 후보의 말은 끊임없이 사실을 뒤틀고 거짓을 선동하고 진실을 덮었다. 대장동 개발은 법조와 공공 및 민간업자들이 결탁된 초대형 부패 카르텔의 잘 꾸며진 약탈 사업이었다. 주거 안정과 공공복지를 위한 공공의 강제수용권을 민간이 입주민을 약탈하는 무기로 사용한 치밀한 설계였다. 대장동 개발 사업은 단군 이래 최대의 공공 환수라는 선전으로 가려진 범죄의 현장이었다. 공공개발로 위장된 약탈의 실체가 세상에 드러나자 ‘단군 이래 최대 치적’이 졸지에 ‘관리 책임에 소홀해서 부하 유동규 개인이 업자들과 결탁해 저지른 배임 비리’로 돌변했다.

/그래픽=양진경

구속된 유동규의 배임 혐의 핵심은 초과수익 환수 조항의 배제다.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임직원들은 초과수익 환수 조항 삽입을 두 차례 건의했다. “민간사업자가 제시한 분양가를 상회할 경우 지분율에 따라 (이익금을 배분할) 별도의 조항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한 것이다. 유동규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은 의견을 낸 사업 담당 부서를 업무에서 배제시키고 사업 부서를 바꿨다. 이재명 후보도 배임 혐의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성남도시개발공사의 모든 업무는 성남시장에게 보고되어야 했다. 이재명 도지사는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확정 이익을 정하라는 자신의 지시에 반하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이틀 후 열린 국감장에서는 “초과수익 환수 조항 건의가 있다는 보고도 못 받았고 언론을 통해서야 알았다”고 허둥지둥 뒷걸음쳤다. 배임 혐의를 벗어나기 힘들다는 뒤늦은 자각 때문인지 국감장에서의 해명은 일관성도 상실한 것이다.

“부동산과 아파트 값을 어떻게 예측할 수 있겠느냐. 나 아니었으면 5500억원의 공공 환수는 불가능했다”는 것은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해명이다.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것을 대비해서 공공의 확정 수익을 정했다면,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때를 대비해서 공공의 초과수익 환수 조항을 규정했어야 했다. 조 단위 사업비가 산정된 공공사업 책임자의 당연한 업무상 주의 의무였다.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것을 대비해서 확정수익 환수 방식을 택했다는 해명 자체가 거짓이다. 성남의뜰은 대장지구의 평당 실거래가 600만원 하는 토지를 평당 300만원에 강제 수용했다. 공공의 강제 수용이었기에 가능한 헐값 수용이었다. 공공 수용임에도 민간택지로 분류되는 민관 합작 SPC가 사업시행자였기에 분양가상한제의 제약을 받지 않았다. 조성한 택지는 평당 2000만원에 분양했다. 실패할 수 없는 안전한 사업이었다. 공모에 참여했던 성남의뜰, 산업은행, 메리츠종합금융증권 3개 컨소시엄 모두 “사업성이 좋고, 리스크가 낮다”고 평가했다. 공공의 강제수용권과 인허가권이 보장한 안전성이었다.

사업성이 높고 안전한 대장동 개발 사업에 50%+1주의 지분으로 참여한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수익이 5500억원인 반면, 7% 지분의 천화동인과 화천대유의 수익이 4000억원이다. 택지 분양 수익에서만 그렇다. 화천대유가 수의계약으로 분양받은 5필지에서 진행한 주택분양사업에서도 5000억원 이상의 수익이 예상된다. 이 후보는 성남의뜰 주주 간의 수익 배분에 관여할 권한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재명 성남시장은 초과 수익이 예상되자 터널 사업비 920억원을 추가로 공공 환수하는 조건을 붙여서 인허가를 냈다고 자랑해 왔다. 이는 이재명 시장이 성남의뜰 주주 간 이익 배분에 전권을 행사할 수 있었음을 자인한 것이다. 대장동 개발은 이미 저질러진 부동산 약탈 사업이다. 양두구육(羊頭狗肉)과 우두마육(牛頭馬肉)의 말 잔치로는 저질러진 부동산 약탈을 덮을 수 없다.

야당의 제일 대선 주자 윤석열 후보는 둔탁한 정치적 언사로 설화를 반복한다. 120시간 노동할 자유, 메이저 언론과 마이너 언론의 구분, 손발 노동과 아프리카를 차별하는 언사를 반복하던 윤 후보는 전두환의 정치를 긍정하는 망언에 이르렀다. “전두환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는 실언을 넘어 망언이다. 당내 경선 과정에서 극우 당원들을 향한 교언영색이라면 구걸한 표는 얻을망정 침묵하는 다수의 상식적 신의는 잃는다. 설화와 망언 후의 대응도 깔끔하지 못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겨우 유감이라고 했다가 21일 오후 다시 “전두환 정권에 고통을 당하신 분들께 송구하다” “정치인의 말과 행동의 무게를 다시 한 번 깨닫는 계기로 삼겠다”고 물러섰다.

히틀러는 게으르고 무책임하기 짝이 없어서 대중 연설로 위대한 독일을 향한 원대한 꿈과 유대인 증오를 심어 주는 일 이외에는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국정 운영은 충성 경쟁하는 부하들이 전횡하도록 방치했다. 히틀러 시대의 복지와 일자리 증가는 나치에 대한 열광을 뒷받침했다. 윤석열 후보의 망언은 조국 사태에 진저리를 친 국민들을 다시금 불안하게 만든다. 파시즘 지도자의 징후는 극렬 강성 지지자들을 정치적 자산으로 삼는 언행에서 감지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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