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배송·옆집 택배물 쓰고 나서 "몰랐다" 한다면..어떤 처벌 받을까 [법잇슈]
타인 집 앞에 놓인 택배물 가져가는 건 절도
오배송 물품 사용 시엔 절도나 점유이탈물횡령
'고의·불법영득의사' 없었다면 죄 성립 안 될 수도
오배송 물품은 택배사에 연락해 반송해야
21일 법원에 따르면 대구지법 형사2단독 김형호 판사는 최근 이웃의 택배물을 상습적으로 가져간 혐의(절도)로 기소된 A(36)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을 받을 것을 명했다. A씨는 지난해 1월30일 오후 자신이 거주하는 대구의 한 아파트 현관에 있던 타인의 택배물을 훔치는 등 올해 5월까지 총 57차례에 걸쳐 같은 아파트 이웃들에게 배송된 택배물을 훔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달에는 서울 마포구 망원동과 성산동 일대 주택가를 돌며 현관문 앞에 놓인 택배물들을 가져간 5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현관 앞에 놓여있는 택배물은 ‘수취자 점유물’…가져가면 절도
대부분의 택배 절도 사건은 수취인이 사정상 택배물을 직접 수령하지 못해 택배 기사에게 현관문 앞 등에 놓아달라고 한 물품을 대상으로 벌어진다. 타인의 집 앞이나 택배함에 놓인 택배물을 몰래 가져가는 건 형법상 절도죄에 해당한다.
타인의 택배물이 본인 집 주소로 배송됐을 경우, 이를 사용한다면 형사 처벌 대상이 될까. 오배송됐다는 사실을 알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택배물을 사용했을 때는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 경우 절도죄나 점유이탈물횡령죄가 적용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절도죄가 성립된다고 보는 전문가들은 ‘택배물 배송 추적’이 가능하기 때문에 오배송 될지라도 원 주인의 택배물 점유가 계속 인정된다고 해석한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물건을 추적 확인할 수 있으면, 점유는 유지된다고 봐야 한다”면서 “택배는 언제 배달되는지 다 알 수가 있다. 추적할 수 있으니까, (원 주인의) 점유가 상실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원 주인의 점유가 유지되는 가운데 다른 사람이 택배물을 절취한 행위이기 때문에 절도죄가 성립된다는 것이다.
본인의 집 앞에 놓인 택배물의 송장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채 택배상자를 열어보는 것까지는 고의성과 불법영득의사가 없다고 보아 죄 성립이 안 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에게 배송된 물품이 아니라는 걸 알고도 그냥 사용했다면 절도죄나 점유이탈물횡령죄 성립이 가능하다.
대법원은 불법영득의사를 “타인의 물건을 그 권리자를 배제하고 자기의 소유물과 같이 그 경제적 용법에 따라 이용·처분하고자 하는 의사”라고 본다. 다만 택배물이 오배송됐다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을 입증한다면, 죄가 성립되지 않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수취인 이름이 본인이 아니라는 걸 알기 어려웠다는 점과 본인이 동일한 물건을 구매해 택배로 받기로 했다는 점 등을 입증하는 식이다.
따라서 타인의 택배물이 본인의 집 주소로 오배송됐을 때는 택배상자를 열어보지 말고, 택배사에 연락해 다시 가져가도록 하는 것이 좋다. 오배송된 택배물을 직접 주인에게 돌려줘야 할 의무는 없다. 택배 송장에 적혀 있는 발송인, 수취인 번호로 직접 전화할 경우엔 개인정보 노출 등의 우려가 있으니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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